미소천사를 위한 희망의 디딤돌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
2015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으로 기립보조기구를 지원받은 석현이
홀로서기는 모두의 인생에서 주요하다. 신체장애 아동청소년도 마찬가지. 그들은 대개 운동적으로 기립하고 나면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수순을 잇따른다. 그런즉 기립 관련 보조기구는 그들의 자립 활동과 사회 참여를 위한 초석과 같다. 아름다운재단은 전국 7개 보조기구센터와 협약, 장애 아동청소년에게 전방형․후방형․수직형 기립보조기구 및 이동기립보조기구를 지원하고 있다.
부산 지역의 석현이(6세) 역시 그중 한 명이다. 지금껏 석현이는 장애 탓에 앉지도 서지도 못했다. 그래도 만면에 웃음기를 잃지 않아 주위에선 미소천사로 통했다. 이제 기립보조기구를 희망처럼 딛고 지상에 일어서면 미소천사는 보다 행복한 삶을 웃음꽃같이 피어내리라. 이를 위해 한 무리의 일행이 기립보조기구를 짊어지고 석현이네에 방문했다.
맞춤형 선물에 소망을 담아
석현이 가족(왼쪽)과 부산광역시 보조기구센터 박혜리 팀장(가운데), 송아영 사회복지사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하나같이 석현이에게 정다운 인사말부터 건넨 사람들. 부산광역시 보조기구센터의 박혜리 팀장과 송아영 사회복지사가 석현이랑 엄마의 안부를 더욱 확인하는 동안 보조기구업체의 전문가들은 능란하게 기립보조기구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선물 같은 맞춤형 기립보조기구를 통해 석현이는 곧 일어서는 법을 터득할 터. 한데 정작 석현이는 낯선 풍경에 적잖이 놀란 듯했다. 아무리 미소천사지만 이 분위기라면 긴장감에 온몸을 내뻗칠 수도 있다. 그 사정을 헤아린 박혜리 팀장의 눈빛이 애틋하다.
“석현이는 뇌성마비 1급이에요. 무정위형에 불수의적인 움직임도 나타나는데요. 갑작스레 긴장도가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해서 목을 가누거나 몸을 세우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기립보조기구가 없으면 평생 누워서만 생활할 수도 있어요.”
실제로 석현이가 장애를 진단받은 시기는 세 살 적. 고개가 꼿꼿이 바로서지 않았다. 발달이 더딘 것치곤 아무래도 심상찮아 엄마는 석현이를 품고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원인이 불명한 뇌손상이라고. 지인들은 석현이가 태중에 머무르던 때 석현이 아빠가 사망한 충격 탓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그 영향이라면 그때 엄마는 조금만 아플 걸 그랬다.
그 후, 엄마는 석현이를 보살피는 데 하루를 주력했다. 경제적으로 빠듯했지만 취업은 고사하고, 중1 큰아들에게 마음 쓰는 시간도 부족했다. 장애 지원을 신청할 여력도 여의치 않았다. 그런데 기립보조기구만큼은 사례 관리하는 송아영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지원받을 수 있어서 정말이지 감사할 따름이었다.
누워 있는 세상을 깨뜨릴 수 있도록
그예 기초적인 세팅을 마친 기립보조기구에 석현이가 몸을 실었다. 석현이의 맞춤형 기립보조기구는 후방형. 반듯이 지지대에 누우면 머리부터 발까지 고정한 후 지지대를 수직으로 세워 전신을 일으킨다. 그간 재활 치료에서 기립보조기구를 사용했지만 아직 석현이는 생경한 듯 이마를 잔뜩 찡그렸다. 이쯤 되자 엄마는 석현이를 토닥이기 위해 동요를 틀어줬고, 이내 전부 한마음으로 석현이를 격려했다. 그사이 보조기구업체의 전문가는 배려 섞인 손길로 기립보조기구를 통해 조심스레 석현이를 일으켜 세웠다.
“석현아, 지지직 고정하는 테이프 소리가 시끄러울 거예요. 조금만 참아요. 어머니, 석현이가 기립기에서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게 다독인 다음엔요, 기립기에 테이블을 고정해서 장난감을 올려두고 학습할 수도 있어요.”
기립보조기구에서 내려온 석현이는 어느새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근육이 이완하고 수축하는 기분이 여간 편치 않았던 것. 아닌 게 아니라 그건 별로라고 석현이가 혀를 쏙 내미는 모습이 깜찍하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에 입성하려면 자신의 세상을 깨뜨려야 했다. 석현이는 기립보조기구를 보다 정확히 맞추기 위해 다시금 기립할 수밖에 없었다. 보조기구업체의 전문가도 한결 세심한 조정으로 석현이만의 기립보조기구를 점차 완성해나갔다.
“높낮이는 석현이 엉덩이를 기준으로 머리와 다리 부분을 조정하면 되는데요.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전체적으로 벨트를 단단히 고정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다가 석현이가 피곤하면 가슴 부분만 헐겁게 풀어주시고요. 혹시라도 고개를 못 가누면 지지대를 살짝 눕혀주세요.”
홀로서기 위한 희망 딛기
30분 남짓 석현이를 위한 맞춤형 기립보조기구가 마침내 탄생했다. 이제부턴 기립보조기구의 주요 효과를 기대할 차례. 이미 족관절은 틀어졌지만 기립보조기구의 활용으로 더 이상의 신체 변형은 없으리라. 또한 엄마도 석현이의 기립을 통해 힘과 시간을 제법 비축할 수 있다. 물론, 그러기까지 송아영 사회복지사는 사후 관리에 대한 당부를 아끼지 않는다.
“석현이를 기립기에 세워둘 때 집중해주시고요. 부득이하게 딴 일을 하시더라도 눈은 석현이를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기립기는 석현이가 성장하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요. 후방형 말고 전방형으로도 재조립해 드릴 수 있으니 재활 치료 단계에 따라 꼭 연락 부탁드려요.”
마지막까지 저마다의 분야에서 하나하나 짚어주는 사람들. 곧 기립보조기구 지원을 매듭지은 그들은 석현이에게 작별을 고하고 하나둘 집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부산 보조기구센터에 희소식이 들렸다. 석현이가 처음엔 적응하지 못한 기립보조기구에 익숙해졌다고. 엄마 품에 안겨 있어도 일어서려 했고, 누워 있어도 엉덩이를 들썩이는 등 과거에 몰랐던 움직임을 시도했단다.
그중에서도 석현이의 시야가 확장됐다는 진단이 단연 특별했다. 지금껏 근접한 사물밖에 인식하지 못했던 아이는 제 키만큼 일어선 후 자꾸만 시선을 위로 향했다고. 바로 미지의 세상을 발견한 것이다. 이제 석현이의 웃음꽃 같은 삶은 미지의 세상, 사회에서도 반드시 빛을 발하리라. 그리고 신체는 물론 각자의 세상마저 일으켜 세우는 희망의 디딤돌, 기립 관련 보조기구를 딛고 열어갈 또 다른 미지의 세상을 응원한다.
글. 노현덕 |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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