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 허희철 활동가입니다.
그런 날 있잖아요. 아침에 눈을 떠보니 왠지 기분이 좋고 몸도 가볍고 하루 종일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날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날이 월요병이라는 신종 불치병이 전 세계를 뒤덮는 월요일이면 더 기분이 좋잖아요.
월요병을 잊기 위해 마신 술의 숙취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기분이 드는 월요일이면 금상첨화이죠.
이번 주 월요일이 저에게는 딱 그런 날이었어요. 로또를 사야하나...
월요일에 이번 달 왕송호수 모니터링을 위한 답사를 위해 왕송호수에 갔어요.
그런데 답사를 시작하자마자 같이 간 전은재 활동가가 하늘을 보며 이렇게 외쳤어요.
“기러기다.”
그리고 저는 대답했죠.
“기러기. 거꾸로 해도 기러기. 일요일. 토마토. 또 뭐가 있지.”
썰렁하죠. 그러라고 한 대답이에요.
네. 왕송호수에 기러기가 찾아왔어요. 겨울 철새의 대명사 기러기가 찾아왔어요.
날씨가 딱 기러기 찾아오기 좋은 날씨가 되었다는 것이죠.
왕송호수로 향할 때마다 오늘은 어떤 새를 보게 되나 궁금해 하고 설레면서 왕송호수를 찾게 되는데 이번에는 기러기를 보게 되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어요.(참 표현이 단순하네요. 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네요.)
기러기를 보며 왕송호수를 한 바퀴 돌았는데 레일바이크 공사현장을 보고 야마가 돌았어요.
실컷 가꾸어놓은 나무들을 경관을 위해 마구 잘라버리고 파헤쳐버리고 내던져버린 모습을 보고 참 세금 아깝다는 생각과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짓이 있는데 이것이 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동시에 떠오르더군요.
레일바이크 공사로 망가져가는 왕송호수를 기록하고자 시작한 모니터링이니 담담히 목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웃통 까고 공사현장에 드러누워서 시위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어요. 아직 용기가 안 나네요.
여하튼 왕송호수를 한 바퀴 돌면서 참 많은 새를 봤어요.
겨울이 요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미리 알려주려 기러기들이 우리를 찾아왔으니 우리도 답례를 해야겠죠.
새들이 더욱 편히 쉴 수 있도록 환경이 사라져가는 시대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는 브레이크와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새들에게 그나마 괜찮은 활동가라는 인상을 남기고 싶다는 말로 이번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