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예정되었던 가락시장 현대화 계획의 실패, 가든파이브 뒤 따를까 걱정된다

최근 언론보도("새 건물 안들어갈래" 상인들의 가락몰 거부, 왜?", MBC, 10. 4.)에 따르면, 현재 1단계 사업이 완료된 가락시장에 기존 상인들이 입점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지하 3층, 지상 18 층의 건물로 정부와 서울시 예산이 3천억원이 투여되었다. 기사에 따르면, 해당 시설물을 지은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측은 직판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먹구구 계획으로 이런 논란을 자초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지하 1층이라는 것도 약점인데, 출입구로 단 3개에 한 쪽으로만 나있는 상황이다. 직판시장을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지상 1층에도 직판시장이 있는데 굳이 지하까지 내려갈 이유는 없다. 당연하다. 그런데,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직원은 "공사 구매자들 차량을 평균 조사해보면 한 250대 내외라는 거죠."라며 큰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다. 이것이야 말로 탁상행정이라 할 만하다.


아닌게 아니라 노동당은 지난 2011년 정책보고서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 환경변화 무시한 졸속사업 우려된다>를 통해서 서울시가 2006년부터 추진했던 시설현대화 사업이 사실상 '오래된 계획'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별첨 보고서 참조) 실제로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는 계획은 2010년 산업관계연구원이 기존의 계획을 수정한 <가락시장 시설 현대화사업 타당성조사 연구>(2010. 7.)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 자체도 변화하는 도매시장환경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유통량의 점증적 추세'에 기반한 낙관적 예측에 기반했다. 

polrep_2011_가락시장현대화사업.pdf


실제로 서울시는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에 있어 총 사업비는 7,578억원인데 이중 40%에 달하는 3,031억원은 융자를 통해서 조달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융자금의 상환을 위한 계획을 보면, 대부분을 영업수익을 통해서 마련할 수 있다고 해놓았다.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농수산물공사의 영업이익이란 다름 아닌 상인들의 임대료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도매시장이 커질 테니 빚을 내서 현대화사업을 하는데 이 빚은 도매 거래량이 늘어나 장사가 잘되는 상인들에게 임대료를 높여서 받으면 된다는, 어찌보면 순진한 계획으로 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말이다. 

기사에 따르면, 정해진대로 입점하던지 아니면 폐업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나 보다. 실제로 애초 계획에 따르면 지금과 같이 소형 도매인들을 중대형 도매업자로 전환하는 것도 추진 방향의 일부니 오히려 폐업을 종용했다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겠다 싶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상인들을 고사시켰던 것은, 가든파이브에서도 일어났던 일이다. 약속보다 2배 이상의 분양가를 제시해놓고 안들어오려면 말아라는 식으로 청계천이주상인들을 정리했다. 그래서 가든파이브가 잘 되었는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이니 부연할 필요가 없겠다. 노동당서울시당은 벌써부터 나오는 상인들의 불만을 무시하다간, 가락시장도 가든파이브 짝이 날 것이라 단언한다. 전통의 도매시장을 한순간에 망쳐놓고, 버젖이 대기업이 차지한 도매 브랜드를 끌고올 것이고, 간혹 농협이니 축협, 수협 등에서 추임새를 넣을 것이다. 그래놓고 실제 사업을 추진했던 서울시는 뒷짐지고, 농수산물공사는 이런 저런 비판에 귀를 막고 앞만 보고 달릴 것이다. 이제껏 온갖 비리에도 SH공사의 개혁이 없었듯이, 농수산물공사 역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