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위원회 “무분별한 대기업 횡포에 중소기업 피해 심각”
'동부-기술탈취', 'LG-특허탈취', '욱일- 단가후려치기' 지적
안소윤 기자 | [email protected]
[월요신문 안소윤 기자]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들의 기술 및 특허권 무단 침해와 단가 후려치기 등 부당 관행에 대해 문제제기가 정치권에서 이뤄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이하 을지위·위원장 우원식 의원)는 지난 19일 ‘중소기업 피해사례 발표회’를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국회의원들은 물론 참여연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공동대표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함께 했으며 이날 토론회에는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피해사례 소개가 주로 이뤄졌다.
대기업으로부터 피해를 받았다는 중소기업 대표들은 “원·하청 관계에서 대기업이 제안하는 협력사업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그러나 대기업은 이를 악용해 중소기업의 기술, 특허를 탈취하거나 뒤늦게 계약을 파기했다”며 “몇몇 중소기업은 이로 인해 기반 토대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냉각기 전자부품 제조회사인 하영브이아이티 배웅진 대표는 동부대우전자(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지난 2009년 납품계약 건에서 자사 기술을 탈취했다고 폭로했다.
배 대표는 “동부의 요청으로 금형 제작 도면을 제공했다. 그러나 동부는 이 도면을 다른 업체에 건네줬다. 이후 납품회사를 늘려 벨브판 등의 금형제품을 다른 거래처에서 싼값에 받기 시작했다. 납품 물량 감소로 자사는 5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특허소송을 통해 일부 승소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회생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에게 특허를 탈취 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콜센터 운영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서오텔레콤 김성수 대표는 지난 2001년 LG유플러스가 자신들이 만든 ‘긴급호출서비스’ 기술 특허를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자사는 변리사와 함께 LG유플러스에게 ‘긴급호출서비스’ 기술을 설명하고 특허자료도 건네줬다. 이 기술이 LG휴대전화에 도입될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서오텔레콤 기술이라는 표시조차 없이 해당 기술을 탑재한 ‘알라딘폰’을 자체 출시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오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긴급호출서비스’ 기술 특허건과 관련해 소송 중에 있다.
대기업 단가 후려치기에 따른 문제지적도 이어졌다.
조선산업 분야 하도급업체 휴먼테크 방정석 대표는 조선업체인 욱일기업이 제작을 위탁하면서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방적으로 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경우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방 대표는 “욱일기업과 기본 계약에는 분명 선박별 공사에 대해 별도의 정식 계약을 체결한다고 명시돼있으나 욱일기업은 지난 2007년부터 2013년 7월까지 ‘쪽지계약’만을 강요했다”며 “그 계약서에는 시공 내역, 공사기간, 검사방법, 대금지불조건 등이 전혀 명시돼있지 않고 단가표면 명시돼 있었다. 특히 지난 2012년경에는 ‘쪽지계약’마저 작성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욱일기업은 자사가 ‘쪽지계약’에 대해 항의하자 ‘수용하지 않을 경우 기성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압력을 행사했다. 이런 계약은 하도급업체에게 기존 대비 19% 하도급대금 감액으로 이어졌다”며 “욱일기업에게 받지 못한 하도급 대금이 6억3500만원에 이른다”며 “20년 넘게 영위해 온 사업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이 같은 문제점 지적에 대해 을지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을 약탈하는 행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여당이 사실상 경제민주화 공약을 폐기한 이후에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기관도 대기업의 횡포를 견제하려는 역할이 거의 없다”고 비판하며 간담회를 종료했다.
을지위는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중소상공인 보호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 위반행위 피해자 기금법 제정안(乙피해구제 기금법),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2차 중소기업 피해사례 발표회’도 개최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해 남양유업 사태 당시 출범한 새정치연합 을지위는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및 노동자 피해사례를 조사하고 양측 간 합의안 도출에 주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