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주거비가 문제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중산층 삶의 질 변화'의 보고서(2015. 2. 11)에 따르면 주거비가 중산층의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주범임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 중 주요한 부분만을 발췌하면 아래와 같다.
소득 부문에서 중산층의 총소득은 늘어나고 고용여건은 개선되었다.
첫째, 소득 항목에서 중산층의 총소득증가율은 1990~2013년 기간 연평균 7.0%로 다른 계층과 비교할 때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또한 중산층 적자가구의 비율도 최근들어 감소추세를 나타냄에 따라 가계수지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산층의 총소득은 1990년 월평균 82만원에서 2013년 384만원으로 연평균 7.0%증가했다. 가처분 소득 역시 중산층이 1990~2013년 기간 월평균 70만원에서 316만원으로 6.8% 증가했다.
둘째, 고용항목에서는 가구주 취업이 늘어남에 따라 중산층의 무직가구주 비율이 9.9%에서 8.5%로 하락하였다. 또한 여성고용이 확대되면서 중산층 맞벌이 가구 비율도 15.1%에서 37.9%로 2배 이상 높아져 전반적인 고용 여건도 개선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출 부문에서 중산층의 삶은 주거, 교육, 여가 측면에서 악화되고, 건강 측면에서는 개선되었다.
셋째, 주거항목에서 중산층의 전세보증금은 1990년~2013년 기간 연평균 11.8%상승하여 다른 계층에 비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가처분 소득대비 전세보증금 부담도 1.1배에서 3.1배 늘어나 중산층 전세부담이 과거에 비해서도 크게 가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중산층의 소비지출 대비 월세 지출 비중은 1990년 11.9%에서 2013년 12.8%로 상승했다. 중산층 전세가구의 보증금은 크게 증가했고, 전세보증금 부담도 과거보다 약 3배 늘어났다. 중산층 가구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1990년 890만원에서 2013년 1억 1,707만원으로 연평균 11.8% 증가했다.
넷째, 교육항목에서는 소비지출대비 교육비지출 비중이 1990년~2013년에 13.4%에서 20.9%로 저소득층(20.2%)과 고소득층(19.3%)에 비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증감율도 7.5%p로 교육비 지출 부담이 다른 계층에 비해 가장 크게 늘어났다. 가처분소득대비 사교육비도 2000년 6.8%에서 2013년 10.5%로 증가했다.
다섯째, 여가 항목에서 중산층의 소비지출대비 오락.문화 지출비중은 1990년~2013년 기간 5.9%에서 5.3%로 0.6%p하락함으로써 여가문화에 대한 소비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음을 보여준다.
여섯째, 건강항목에서는 소비지출대비 보건.의료비지출 비중이 1990년~2013년 6.5%에서 6.4%로 0.1%p 하락하였다. 반면 다른 계층에서는 모두 보건.의료비 지출 비중이 늘어나 상대적으로 중산층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결론적으로 1990~2013년 기간 우리나라 중산층은 소득 증가 등으로 경제적 여유가 늘었지만 주거, 교육 지출 부담이 커지고 여가와 의료. 보건 소비가 위축되면서 삶의 질은 악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보고서가 의미하는 바는 간명하다. 주거비와 교육비를 줄이지 않으면 중산층을 비롯한 모든 계층의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주거비가 그렇다. 13년 동안 중산층의 소득이 4.7배 가량 증가한 것에 비해 중산층 가구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무려 12배가 상승했다.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 대비 전세보증금 부담도 1.1배에서 3.1배가 늘어났는데 이 말은 3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소득을 모아야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최근 임계점에 이른 임대차 시장의 극단적인 수급불균형은 중산층의 삶을 치명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치솟는 전월세 가격을 견디지 못하고 서울에 살던 시민들이 경기도로 사실상 쫓겨나거나 빚을 내 겨우 서울에 거주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매매대책을 통한 집값 떠받치기 외에는 관심이 없다. 바야흐로 전월세 난민의 시대다.
주거비를 줄일 방법은 없는 것일까? 당장 도입해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수단은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의 패키지다. 이 패키지를 도입하면 임대인과 임차인의 힘의 비대칭성이 일정 수준 완화되고, 전월세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중기적으로 가져가야 할 정책수단은 다양한 유형에 양질의 공공임대 확충이다. 근본적으로는 인위적인 집값 떠받치기 정책노선을 폐기해야 한다. 충격이 있더라도 집값 하락을 인내해 매매시장과 전월세 시장에 수급 균형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단언컨대 정부와 여당은 집값 상승 및 유지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건 성공할 수 없는 정책목표일 뿐더러 극단적인 전월세난이 보여주듯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큰 선택이다. 더구나 미국이 과잉유동성 공급에 따른 자산버블의 과도한 팽창을 막기 위해서 제로 수준의 기준금리를 과격하게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해외자본의 유출 및 금리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저금리에 기초한 국내 부동산 매매시장은 파멸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금이라도 부동산 정책기조를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초점을 매매시장에서 임대차 시장으로 바꾸고 저금리에 기초한 부동산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출처 : 2014년 2월 18일자 허핑턴포스트(http://goo.gl/hp18tx)>
이 태 경 /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