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럽게도 이 컬럼은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를 예측하는 글이 아니다. 당신이 집값의 향방에 촉각이 곤두선 사람이고, 이 컬럼에서 집값의 방향을 가늠할 힌트를 얻고자 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나는 부동산 관련 컬럼을 쓴 지 10년이 넘었다. 당연히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그중 하나가 대중들의 압도적 관심사가 가격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다. 대중들은 관심은 부동산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에 대해, 어쩌면 오직 그것에만, 있다. 부동산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장,중,단기 요소, 부동산 문제에 대한 올바른 철학의 수립과 정책의 설계 및 집행, 부동산 연관 산업과 다른 산업과의 연관 관계 등에 대해 대중들은 거의 관심이 없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부동산 담론 시장-부동산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자칭, 타칭의 전문가들은 제외하고-에서 주목받고 싶으면 가격에 대해 집중적으로 전망하고 예언하고 싶은 욕망에 휘둘리기 십상이다. 폭등론과 폭락론이 그토록 횡행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다른 자산이 그렇듯 부동산에 대해 장래 가격의 부침을 정확히 맞추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너무 많고, 각 요소들이 지닌 규정력이 상이하며, 그 요소들의 변동방향을 정확히 알 수 없고, 각 요소들이 특정 국면에서 어떻게 조합을 이룰지를 적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참여정부 당시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을 총동원했으면서도 임기 말까지 버블세븐 위주의 주택 가격 상승에 고전했던 건, 전세계적 과잉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규정력을 과소평가해 LTV(Loan-to-Value ratio, 주택담보인정비율)과 DTI(Debt-to-Income Ratio, 총부채상환비율)의 전면적 도입에 실기한 탓이었다. 정보의 입수와 해석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정부조차 그런데 한 개인이나 단체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물론 큰 틀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을 하는 건 가능하다. 누가 나에게 가까운 장래에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 예측해 달라고 한다면 나는 저금리 기조의 유지가 어렵고,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으며, 실질소득의 증가도 둔화될 것이고, 생산가능인구는 정점을 찍은 후 빠르게 감소할 것이고, 매매시장에서의 주택수급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집값은 정부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상승할 힘이 없다는 정도의 예측은 할 것이다. 그러나 집값이 폭락할 것인지, 폭락한다면 낙폭은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판단할 자신이 없다.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이런 것이다. 예외가 있겠지만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거나 노후를 안온하게 보낼 수 있는 시절은 지나갔으며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돌아와서도 안 된다는 것. 우리가 집값의 향방에 전전긍긍하는 한 지금보다 나은 사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

 

서울의 전세가격이 38주 연속 상승하고, 주간 상승률이 사실상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서울 전세금 高高高…10년내 주간 상승률 최고치), 미친 전세가격의 영향으로 집값마저 들썩이는 시간의 한 복판에서 하는 말치곤 너무 한가하게 들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높이고 호흡을 조금만 더 길게 하면 위에 한 말이 일리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출처 : 2014년 3월 14일자 허핑턴포스트(http://goo.gl/K7lI2E)>

 

이 태 경 /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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