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요인들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것이 부동산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부동산 소유 여부다. 어디에, 어떤 유형의 부동산을, 얼마만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은, 그리고 그가 이룰 가정은, 풍족하고 안온한 삶을 살 객관적 조건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반면 변변한 집 한 칸이 없는 사람은, 그리고 그가 이룰 가정은, 고단하고 핍진한 삶을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뿐 아니다. 부와 빈곤은 교육이라는 매개를 통해 대물림된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교육이 신분고착의 수단으로 변질된 지는 오래다. 가난한 부모를 둔 사람의 노력이 부자 부모를 둔 사람의 운 앞에 완전히 무력한 것이다.

 

최근 부동산과 관련해 눈에 띄는 기사는 두 개다. 하나는 우리나라 총자산에서 빚을 뺀 국부(국민순자산)가 2013년말 기준 1경1039조2000억원 규모인데, 이 중 토지가 절반을 차지한다는 기사(우리나라 국부 '부동산 쏠림' 여전), 다른 하나는 국내 전·월세 임차가구의 지난해 소비지출 가운데 주거비의 비중이 사실상 3분의 1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기사(전월세 가구 소비지출 1/3이 '주거비')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사실은 국부의 절반이 토지에 해당한다는 점, 토지가액이 국내총생산의 4배에 가깝다는 점만 봐도 명확하다.(2013년말 기준 토지 가치인 5604조8000억원은 같은 해 국내총생산(GDP) 1429조4000억원의 3.9배다. 전년(4.1배)보다 약간 줄어들기는 했지만 캐나다가 1.3배, 네덜란드가 1.6배, 일본 프랑스 호주가 2.4~2.8배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사정이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부가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편중된다는 사실이다. 참여정부 이후 토지소유편중도에 대해 정부가 발표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유지의 토지소유편중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10년 전에 비해 토지소유편중도가 악화됐으면 악화됐지 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넉넉히 짐작이 된다. 정부의 10년 전 발표를 보면 단 1%의 사람들이 사유지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었다. (토지 소유집중 여전…1%가 57% 소유)

 

한편으로는 토지소유편중이 극심한(이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토지에서 발생하는 임대소득과 매각차익을 불로소득 형태로 독식함을 의미한다) 반면, 변변한 부동산이 없는 사람들은 지출의 무려 3분의 1이상을 주거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심지어 저소득층의 경우 지출의 4할 이상을 주거비로 썼다. 가계소비지출 가운데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커서야 도무지 정상적인 생활을 할 방법이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살이 피둥피둥 찌는 상황이고, 부동산이 없는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빈곤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처지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면 불로소득을 통해 부자가 되고, 뼈 빠지게 노력해도 부동산이 없으면 가난을 면키 어려운 사회가 정상적인 발전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정의롭지 않고(기여와 보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 법칙이 깨졌다는 의미에서 부정의하다), 효율적이지도 않기(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이미 만들어진 부를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전시키는 의미 이외에 다른 의미가 없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서 국민총생산이 늘어나진 않는다. 오히려 부동산 투기로 인해 국민경제에 해를 끼치고, 자원의 배분을 왜곡한다)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부동산의 소유 여부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정도를 얼마나 완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출처 : 2014년 3월 14일자 허핑턴포스트(http://goo.gl/mwJUhq)>

이 태 경 /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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