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矛盾)이라는 말이 있다. 창과 방패라는 말인데 흔히 어떤 사실의 앞뒤나,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일치하지 않고 어긋나는 상황을 뜻한다. 부동산 정책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가 모순에 해당하는 좋은 예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제3차 핵심개혁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 및 서민주거비 부담 완화' 과제와 관련, "국민이 주택 때문에 고통을 너무 많이 받고 있다"며 "행정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시대의 흐름과 맞춰서 또 국민의 수요와 맞춰서 어떻게든지 우리 국민이 젊은이고 중년이고 노년이고 '집 걱정 안 하고 살게 해주겠다' 하는 강한 의지를, 목적의식을 마음에 갖고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기업형 임대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적정한 수익성을 확보해주는 것이 관건"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민간임대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 설득과 정책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주택은 '소유'가 아니라 '거주' 목적이 돼야 하며, 이런 인식 개선을 위해서도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정책이 성공해야 한다"며 "국민이 '살아보니 이전 임대주택과 달리 살기에 참 좋더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단순 주거공간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말고 세탁·육아 등 종합적 주거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주택 때문에 고통을 너무 많이 받고 있다"는 적확한 현실인식을 한 후 "주택은 '소유'가 아니라 '거주' 목적이 돼야 하며"라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한다. 이제 높은 집값과 살인적인 전셋값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박 대통령은 올 초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를 생각하면 저는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운을 뗀 뒤 "지난번 부동산 3법도 작년에 어렵게 통과됐는데 비유하자면 아주 퉁퉁 불어터진 국수인데, 그것을 그냥 먹고도 경제가, 부동산이 힘을 좀 내가지고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활성화되고 집 거래도 많이 늘어났다. 불어터지지 않고 아주 좋은 상태에서 먹었다면 얼마나 힘이 났겠는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경제가 이런 불어터진 국수를 먹고도 힘을 차리는구나, 그래서 앞으로는 제때제때 그런 것을 먹일 수 있도록 좀 중요한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들도 통과가 (돼야 한다)"며 "지금 1년 넘은 것도 많이 있지만 그래도 다 힘을 합해 통과시키고 우선 경제를 살리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부동산 3법(주택법 개정안,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의미하며, 각각의 내용은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탄력조정,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3년간 유예, 재건축 조합원 주택분양 3채까지 가능이다)'을 '불어터진 국수'에 비유했는데, 부동산 경기부양책이라 할 수 있는 이법들을 먹고 부동산이 힘을 낸다고 자평한 것이다. 힘을 낸다는 뜻은 거래가 많아지고 가격도 오른다는 의미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은 박근혜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 전셋값이 치솟다보니 견디다 못한 시장참여자들이 할 수 없이 매매시장으로 들어오고 그 결과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이 함께 힘(?)을 내고 있는 중이다. 정부는 전세난을 해소할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 대신 정부는 집을 사거나 치솟는 전셋값을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대출은 적극 돕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관해 양립할 수 없는 창과 방패를 동시에 들이밀고 있는 셈이다. 그 와중에 중산층과 서민들은 살인적인(문학적 수사가 아니다) 주거비 부담에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있다. 6월에도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쉼없이 올랐다. (비수기 실종'…6월 주택 매매·전세가격 상승폭 확대) "국민이 주택 때문에 고통을 너무 많이 받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일성이 너무나 공허하게 느껴진다.
<출처 : 2015년 7월 6일자 허핑턴포스트(http://goo.gl/C9CjvA)>
이 태 경 /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토지+자유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