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모든 국민이 슬픔에 빠져있는 가운데 더 참담한 것은 슬픔에 빠진 희생자들 가족과 국민들을 따듯하게 보듬어 위로하는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앞장을 설테니 슬픔을 떨치고 함께 일어서자고 호소하는 국가 리더가 없다는 데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을 통해 세월호 선원들과 청해진 해운을 살인집단으로 비난하고 사고 현장에 내려간 공무원들에게 구조작업을 제대로 못하면 옷을 벗을 각오를 하라고 채근만 할 뿐, 정작 이 사고에 대통령 본인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 사고와 수습의 최종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음을 결코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대형 사고가 났을 경우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임을 강조하고 유족들과 국민들을 따뜻하게 위로한 후 “나는 위대한 국민들의 힘을 믿는다. 함께 일어나 이 위기를 극복하고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자”라고 앞장서는 모습과 한국의 국가 지도자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 상이하다.
한마디로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와 리더의 모습이 실종된 것이다.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이 시기 국가는 물론이고 정치와 행정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지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대응과정을 보면서 온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현재 총체적 위기에 있음을 직감하고 있고 이 위기를 과연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지 않으려면 우리에게 국민의 안녕을 책임지는 국가와 이를 이끌어 갈 정치지도자가 필요하다.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 최고지도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 모습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여당과 야당의 지도자 또한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현장의 정치 지도자들과 종교계, 시민사회 대표들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못하는 국민적 리더의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세월호 참사 직후 의연하게 상황점검을 하고 현장에 구조장비와 인력을 파견하는 등 신뢰를 보여 준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나아가 국민들의 멘토 역할을 하며 세월호 참사에서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제시하고 있는 법륜 스님 등 종교계 지도자들의 역할도 주목한다. 나아가 시민사회가 집단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들의 아픔을 나누고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해 팔 걷고 나설 것을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위대함을 믿는다. 어려울 때마다 특유의 지혜와 힘을 발휘하여 국난을 극복해 왔던 우리의 힘을 믿는다. 국가와 대통령이 책임지지 못하는 나라, 슬픈 대한민국! 이 위기를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힘으로 함께 극복하고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정말 위대한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음을 확신한다.
최승국(생명운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