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보궐선거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공천과정은 유난히 시끄러웠지만 정작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지금은 분위기가 지나치리만치 가라앉아 버렸다. 그리고 선거결과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점점 옅어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공천과정에 대한 실망 때문일 것이다.


6.4 지방선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정치권은 7.30보궐선거에서 진검승부를 펼칠 것이란 기대가 제법 있었고 이번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이 변할 수도 있을 것이란 희망도 자라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희망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상한 전략공천으로 인해 완전히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


전략공천은 국민들의 공감과 감동을 통해 충분한 승산을 만들어 내거나 목표한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때 그 의미가 있다. 그리고 공천과정에 공감하는 유권자들의 참여를 통해 승리로 연결되어졌을 때 의미있는 정치 변화를 동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단행한 동작을과 광주 광산을 지역의 전략공천은 이러한 공감이나 감동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며 오로지 정치공학적 계산에만 의존한 결과였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보니 전략공천이 아니라 정략공천이란 비아냥이 생기고 나아가 당내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급기야는 선거 승리에 대한 희망이나 설레임마저 날려버렸다.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정부의 인사실패 등으로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새누리당의 과반의석을 저지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이젠 그 기대가 완전히 물 건너간 분위기이다. 엄살이 많이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이지만 안철수 대표는 “현상유지만 해도 잘하는 선거이며, 기존의 5석도 지키기 어렵다”는 전망을 밝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경선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략공천 된 후보들의 면면만을 본다면 결코 나쁘지 않다. 기동민, 백혜련, 권은희, 박광온, 손학규 후보 등은 제대로 된 공천과정을 겪었다면 어느 지역에서나 해볼만 한 상징성과 내용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공천파장의 중심에 있었던 기동민과 권은희 후보의 경우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 중 하나였을 뿐 아니라 국민들의 기대감 속에 선거 분위기를 고양시켜 전체 선거의 승리를 이끌 수 있는 대표 주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기동민 후보의 동작을 공천과정에서 빚어진 파장으로 본인은 물론이고 야권 전체와 심지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까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권은희 후보를 광산에 공천함으로써 불필요한 정쟁의 대상으로 부각되어 선거판의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들었으며, 본인의 진정성마저 상처를 입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공천과정에서 당대표를 포함한 지도부가 가장 많은 고심을 하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의 고민과는 별도로 이번 공천으로 인해 야권은 너무나 많은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 가장 심각한 상처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심 끝에 선택한 카드가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를 베는 비수가 되어버린 셈이다.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던 박원순 효과도 이번 보궐선거에선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고, 그토록 외쳤던 새정치에 대한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다. 가뜩이나 휴가철에 치루어지는 보궐선거라 투표율이 걱정인데 국민들의 실망감마저 더해져 유권자들의 참여는 대단히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란 민심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치를 고민하기 바란다. 그 출발은 원칙과 기준을 지키는 것이며, 계파나 당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보고 정치를 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공학이 아니라 어떤 것이 국민들이 무릎을 치며 공감할 수 있는지, 어떤 선택이 장기적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앞당길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공천과정에서 거듭 강조한 ‘선당후사(先黨後私)정신을 ‘선민후당(先民後黨)으로 대체하면 어떨까? 그러려면 이제라도 이번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늘어날 것이며, 그 결과 멀어졌던 민심을 조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공천과정에서 생긴 불협화음에 대해 당대표가 나서서 국민들께 유감을 표시하고 이번 선거에서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기 위해 필요하면 자신의 살점을 도려내는 각오로 임하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했으면 한다.


최승국(내가꿈꾸는나라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