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2015-09-09 15:51:07




▲ 【서울=뉴시스】9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역사·역사교육 연구자 일동이 9일 서울 종로 흥사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5.09.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예지 기자 = 역사학계 교육·연구자들이 "정부는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9일 선언했다.


한국근현대사학회와 한국사학사학회 등 연구학계 교육·연구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교과서는 정권이 원하면 얼마든 역사를 왜곡할 수 있고 정권에 따라서 교과서의 서술이 뒤바뀔 수 있는 위험한 제도"라며 "정부는 역사학계·역사교육계의 비판을 수용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8일까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역사연구자 선언'에 동참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해 역사학계 총 1167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이날 선언문을 통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자율성과 다양성, 그리고 창의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교육 이념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교과서 국정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유신체제 하에서였다. 당시 발행된 국정 교과서는 국민을 국가권력의 지시와 명령에 순응하는 신민으로 전락시키는 이념 교육의 도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교육 연구자들이 국정제 도입 당초부터 그 부당성을 지적하며 꾸준히 반대운동을 벌여온 것도 이러한 폐해를 인식했기 때문"이라며 "국정제로의 회귀는 지난 40여년에 걸친 민주화운동의 성과와 대한민국이 이룩한 사회문화적 성취를 부정하는 처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정제를 채택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또 "헌법재판소는 교과서가 국정화되면 학생들의 사고력이 획일화·정형화될 수 있고 국가가 필요 이상의 강력한 통제권과 감독권을 가지고 있어 국가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며 "이에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2년 국정제보다 검·인정제를, 검·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바 있다"고 전했다.


한국역사연구회 정용욱 회장은 이날 "국정화 반대 선언을 위해 역사학계 각 학회 대표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며 "각 대학 교수, 강사, 대학원생, 은퇴한 원로 교수들, 진보적 학자부터 보수적 학자까지 모두 함께한 것은 대한민국의 역사 교육이 전례없는 위기에 처했다는 상황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국정화 교과서는 교육계나 일반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왜곡된 역사 인식을 사회가 허용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국정화 교과서를 시도한다면 우선 집필자를 찾기 힘들 것이지만 도입되더라도 국정화 교과서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는 자료를 학계와 교육계가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일 서울대 역사학 관련 5개 학과 교수들은 국정화 반대 의견을 교육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같은 날 역사교사 2255명은 "정부가 국정화를 결정한다면 즉각 국정화 폐지운동을 벌임과 아울러 대안적 역사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국정화 불복종 선언을 했다.


이달 수도권과 경남, 전북, 전남, 충북 등의 교육감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을 한 바 있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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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9> 뉴시스

☞기사원문: 역사학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하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역사·역사교육 연구자 선언>


박근혜 정부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1. 국정교과서는 교과서의 집필·편찬은 물론 수정·개편까지 교육부 장관의 뜻대로 이루어지는‘독점적인’교과서이다. 그런 까닭에 국정제는 정권이 원하면 얼마든지 역사를 왜곡할 수 있고, 정권에 따라 교과서 서술이 뒤바뀌어 역사교육 현장에서 일대 혼란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제도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는 유신체제 성립 후 채택됐다가 민주화의 진전으로 폐지됐다. 정부 수립 당시 대한민국은 수많은 갈등과 혼란을 겪었지만 교과서 발행만큼은 검인정제를 채택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장기독재를 위해 사사오입 개헌을 단행했을 때나 정치군인들이 5·16쿠데타로 헌법을 마음대로 뜯어고칠 때도 검인정제는 손대지 않았다. 국정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국가의 공공성이 철저히 파괴된 유신체제 하에서였다. 이때 발행된 국정교과서는 국민을 권리와 인격의 주체로 자각시키는 시민(市民) 교육이 아니라, 국가권력에 순치돼 지시와 명령에 순응하는 신민(臣民)으로 전락시키는 이념 교육의 도구가 됐다.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이 국정제 도입 당초부터 그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꾸준히 반대운동을 벌여온 것도 이러한 폐해를 인식한 때문이었다. 국정제는 우리 사회 민주화의 진전, 시민의식과 문화역량의 성숙,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의 부단한 노력에 힘입어 단계적으로 개선되다가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완전히 폐지됐다. 따라서 국정제로의 회귀는 지난 40여 년에 걸친 민주화운동의 성과, 대한민국이 이룩한 사회·문화적 성취, 그리고 시민, 연구자들의 열망과 노력을 부정하는 처사이다.


2.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자율성과 다양성, 그리고 창의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교육이념을 부정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교과서가 국정화될 경우, 학생들의 사고력이 획일화·정형화될 수 있으며, 국가가 필요 이상의 강력한 통제권과 감독권을 갖고 있어 국가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되며, 교사와 학생의 교재선택권이 보장되지 못해 교과용 도서의 개발이 지연되거나 침체될 우려가 있으며,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 내지 암기식 교육이 행하여지기 쉽다는 점 등 그 문제점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폐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정제를 채택한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우리와 역사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과 중국 역시 검정제를 채택하고 있다.


3. 무엇보다도 교과서 국정화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헌법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교육이 외부의 부당한 간섭에 영향 받지 않고 교육자 내지 교육전문가에 의하여 주도되고 관할돼야 할 필요성을 밝힌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1992년에 이러한 헌법정신에 부응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데는 국정제보다는 검·인정제를, 검·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특히 “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했다.


4.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친일·독재의 역사와 무관치 않은 세력이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은폐 내지 미화하려는 ‘역사세탁’ 작업의 일환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9월 4일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를 비롯한 독립운동관련 단체들과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국정교과서라는 이름아래 독립운동사의 자리에 친일의 역사를 집어넣으려는 책동을 벌이는데 분노를 넘어 절망감까지 느낀다”며, 국정화에 맞서 “‘제2의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서 독립운동사의 왜곡·폄하에 맞서 싸울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정화 추진자들은 2013년에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지지하면서 “교과서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지금 와서는 “자학사관으로 쓰인 역사교과서로 한국현대사를 가르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거꾸로 국정제로의 회귀를 시도하고 있다. 그들은 북한의 1인 독재체제를 비난하면서도 교과서 발행제도만큼은 북한을 따라가려 하고 있다. 게다가 교육부 집필기준에 따라 작성되고 검정까지 통과한 기존 교과서가 부정적 역사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며 국정제로 바꿔야 한다는 망발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역사교육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행동들이다.


5. 한국현대사에서 권력이 역사에 개입하여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입맛에 맞는 역사해석을 강요한 적이 없었다. 국정화 논자들은 친일·독재를 은폐·미화하려는 시도가 헌법정신을 부정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헌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하여,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독립운동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친일청산이 역사적 과제임을 천명했다. 또한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하여, 독재에 대한 국민적 저항권을 인정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했다.


6. 우리는 2014년 이래 한국사·동양사·서양사 관련 대표 학회들, 역사 및 역사교육 관련 주요 분과 학회들은 물론 사회 각계가 수차례에 걸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 요구 성명서를 발표한 사실을 기억한다. 그리고 작년에 대다수 교육감이 국정화에 반대하면서 정부가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역사학계·역사교육계와 힘을 합해 지방 교육청 차원의 인정 교과서를 발행해 국정제에 맞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점을 주목한다. 또한 9월 2일 서울대 역사학 관련 5개 학과 교수들이 국정화 반대 의견을 교육부 장관에게 전달하면서 “지금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에 필요한 것은 국정 교과서로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역사 교과서 제작의 자율성을 좀 더 널리 허용하는 일”이라고 지적한 것에 전적으로 찬동한다. 같은 날 역사교사 2,255명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결정한다면 즉각 국정화 폐지운동을 벌임과 아울러 대안적 역사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여, 국정 교과서 불복종운동을 선언한 것을 유념한다.


7. 정부와 여당은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과 사회 각계의 반대에도 국정화 기도를 멈추지 않음으로써 학계와 교육 현장은 물론 사회 전반에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 이에 우리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은 정부와 여당의 국정화 기도가 교육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그 피해가 결국 미래세대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하면서,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역사교육의 퇴행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정부는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1. 정부는 교과서 발행제도를 세계적 흐름에 맞추어, 자율성과 다양성 그리고 창의성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마련하라! 이를 위해 지난 7월말에 마련한 준(準)국정제라 할 만큼 국가통제가 대폭 강화된 검정제 개악 방안을 폐기하라!


1. 정부는 근현대사 교육을 강조하는 국제적 추세와 역사학계·역사교육계의 비판을 수용하여 ‘2015년 역사과 교육과정(시안)’에서 대폭 축소한 근현대사 교육의 비중을 원상 복구하라!


1. 역사교육이 헌법정신과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 맞게 역사 연구 및 교육 전문가 주도로 이뤄질 수 있도록 외부의 부당한 개입과 간섭을 차단토록 하라!


1. 정부는 역사교육이 독립운동 정신과 민주주의의 전통을 강조하는 헌법정신에 입각하여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라!

2015년 9월 9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역사·역사교육 연구자 일동


▲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후 자신들의 주장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15.9.9 [email protected]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은 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가?


오늘 역사학계, 역사교육학계를 대표하는, 그리고 역사·역사교육 분야의 각 학회를 대표하는 여러 선생님들이 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개강 초의 분주한 학사일정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 교수들과 강사들, 그리고 대학원생들은 물 론 이미 은퇴한 원로교수님들까지 이 자리에 함께 한 것은 대한민국의 역사교육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는 상황인식을 모두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라는 권력의 노골적인 역사 개입으로 인해 역사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더 이상 보장될 수 없고, 자율성과 다양성, 그리고 창의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교육이념이 부정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원로학자부터 소장학자까지, 그리고 진보적 학자부터 보수적 학자까지 모든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습니다.


국민 여러분은 2014년 이래 한국사·동양사·서양사 관련 대표 학회들, 역사 및 역사교육 관련 주요 분과 학회들은 물론 사회 각계가 수 차례에 걸쳐 정부를 향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중지하라고 요청한 사실을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최근에는 역사교사 2,255인이 교과서 국 정화를 반대하는 실명 선언을 했고, 서울대 역사계열 학과 교수님들의 절대 다수가 교육부 장 관에게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전달했으며, 어저께는 수도권과 남부의 교육감 10분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시류 역행”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역사·역사교육 학계의 교수·연구자들, 역사교사들, 교육감들은 물론 시민사회까지 한 목소리로 정부와 여당의 교과서 국정화 기도를 반대하는 것은 그것이 헌법정신과 민주주의의 원리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절차적으로도 정당성을 가질 수 없고, 그 폐해가 결국에는 미래세대인 학 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기 때문입니다. 또 교과서 국정화 기도 가 해방 이후 한국 사회가 이룩한 사회·문화적 성취를 부정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우리 사 회의 역사적 상상력과 문화 창조 역량을 위축시키고, 민주주의는 물론 경제 발전에도 장애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과서 국정화 기도가 친일·독재와 무관치 않은 세력이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은폐 내지 미화하려는 ‘역사세탁’ 작업의 일환이라는 비난이 광범하게 일고 있는 점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은 정부와 여당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기도가 역사교육을 피폐 하게 만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충정에서, 또 민주적 역사 교육을 통한 역사적 상상력의 개 화야말로 한국 사회가 현재의 고경(苦境)을 극복하고, 민주공화국의 미래를 위한 시민들의 창 의와 노력을 결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저희들의 의견을 국민 여러분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부디 경청하여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9월 9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역사·역사교육 연구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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