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낳은 가난의 대물림, “부양의무제”

장애를 가진 사람의 직계 가족에게 일정한 소득이 발생하면 정부는 더는 그 장애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게 됩니다. 부양 의무가 있는 가족에게 소득이 발생했으니 그 가족에게 부양을 의지하라는 것입니다.

바로 부양의무제 때문입니다. 때문에 가난한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가족들의 안부도 제대로 묻지 못합니다. 장애를 가진 부모는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 자식과 연락을 끊고, 그 자식들은 장애인 부모의 짐이 버거워 등을 돌리게 되는 현실. 장애와 가난의 굴레는 어느새 멍에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5월 18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 광화문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18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 광화문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사람의 몸에 등급을 매기는 장애등급제를 아시나요?

장애등급제는 쉽게 말해 정부가 장애인의 몸에 장애 등급을 매기는 제도입니다. 의료전문가들이 그 정도를 판단해 1급에서 6급까지 등급을 나누는 것이죠. 이에 따라 정부가 장애인들을 지원할 지 말지를 결정하고, 얼마만큼의 지원을 할 지도 결정합니다. 손을 얼마나 잘 움직이는지, 하체는 얼마나 마비되었는지, 심지어 아이큐는 얼마인지로 말이지요.

그래서 장애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인지를 증명해야만 합니다. 얼마나 사람답게 살 수 없는지가 증명이 되어야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지원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얼마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사람인지 끊임없이 얘기하는 상황이 치욕스럽다. 그리고 등급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아간다.

2015년 9월 5일 시민방송 RTV를 통해 방송되는 뉴스타파 <목격자들>에서는 장애인들이 정부에 줄기차게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현실적 보호장치는 무엇일까요?


글, 구성, 연출 : 박종필 감독 (‘다큐인’ 프로듀서,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목격자들>’사람이 산다’ 제작)

방송 : 2015년 9월 5일 토요일 밤 11시 시민방송 RTV
다시보기 : newstapa.org/wit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