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해고, 임금 삭감”을 핵심으로 한 정부의 동 개악 압력이 가중되는 가운데, 한국노총은 8.26. 중집위원회 회의를 거쳐 노사정위 복귀를 결정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같은 날 “재벌개혁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청년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11월 총파업, 민중연대로 노동개악을 분쇄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정세가 급변하는 만큼, 8.28. 집중투쟁도 더욱 힘있게 전개한다.

 

한국노총, 노사정위 복귀 결정

 

현장 노동자들의 반발로 지난 8.18. 중집에서 노사정위 관련 안건을 다루지 못했던 한국노총은, 8.26 중집에서 노사정위에 복귀하기로 했다. 다만  복귀 시기·방법은 위원장에 위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추후 노사정위 협상 과정에서 중대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재차 중집을 소집해 관련 사항을 논의하고 노사정위 협상 진행에 따른 최종 합의가 도출될 경우 이에 관한 내용 역시 한국노총 내 의사결정기구의 최종 결정 과정을 거친다고 결정했다.

 

한국노총은 쉬운 해고, 취업규칙(사규) 일방개정에 대해서는 협상 의제 자체에서 제외해야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정부는 이를 공식적, 공개적으로 수용하지 않아왔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날 한국노총은 노사정위 복귀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정부로부터 명확한 약속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인 노사정위에 복귀했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의 비판은 물론 한국노총 내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한번 노사정위 논의를 탈퇴한 한국노총이 다시 논의를 거부하기 어려운 만큼, 결국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합의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은 이날 중집에서 “노사정위에 복귀하더라도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경우 현장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사정위는 27일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열어 논의 방식, 범위 등을 논의한다. 한편,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에 따라, 양대노총과 함께 야당이 요구해온 ‘국회 내 논의기구’는 사실상 더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노동개혁 대안과 투쟁계획 제시

 

민주노총은 28일 성명을 발표하고,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재참여 결정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는 것과 함께 “민주노총은 가짜 노동개혁을 막아내고 재벌개혁 투쟁을 전면화 할 것”임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계급의 입장에서 노동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재벌 곳간(사내유보금과 독점이윤)을 열어 좋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모든 노동자 서민을 살리기 위해 재벌책임 부과할 것, △실노동시간을 연 1,800시간으로 단축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시간외 근무 주12시간 이내로 제한),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는 한편 △연봉상한제를 실시하며, △상시·지속업무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했다. 쉬운 해고와 임금삭감이 아니라 재벌개혁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대안이다.

 

공공기관노조, 대표자회의 통해 투쟁결의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투본을 중심으로 한 공공기관노조들은 경영평가 유형별 대표자회의를 통해 투쟁결의를 점검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이번주까지 공기업1군(철도, 가스, 한전 등 10개 기관), 공기업2군(발전, 조폐 등 20개 기관)에 이어, 준정부기관, 지방공기업노조 등이 대표자 회의를 진행했다.

 

각 회의에서는 주로 공투본의 방침에 따라 공동투쟁을 진행하고, 정부가 8월말까지 시행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임금피크제에 합의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모았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에도 불구하고, 성과연봉제, 퇴출제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약속이나 임금피크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없이는 개별 기관별로 노사가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별 기관별로 임금피크제를 수용할 경우, 정부 지침을 바꾸어낼 힘도 남지 않게 된다. 특히 대규모 공기업이 모인 ‘경영평가 공기업1군’은 27일 회의에서 “정부 지침 수정 없이는 개별 합의는 없다”고 결의해 향후 투쟁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우리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공공부문 산별노조(연맹)가 망라된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투본도 24일(월) 대표자회의를 통해,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하더라도 9.11. 공동파업 집회 등 투쟁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은 물론, 임금피크제 관련 ‘원포인트 논의기구’가 노사정위 산하에 구성될 경우 노사정위에 참가하지 않는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해 ‘공투본’ 차원에서 모든 내용을 공동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공동투쟁 전선이 더욱 중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할 경우, 우선 논의과제로 노동시간 단축(주당 40시간 근무+12~20시간의 시간외 근무 허용범위), 통상임금(인정범위)과 함께 공공기관 임금피크제가 협의될 것이다. 정부는 이들 논의가 끝나면 일반해고(쉬운해고, 저성과자 퇴출제)와 취업규칙(임금피크제 일방 도입 등 사규 불이익 개정 요건 완화), 비정규직(기간제 사용기간 2년⇒4년 연장)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노사정위에 복귀한 한국노총도 우선 논의과제로 되어 있는 노동시간, 통상임금,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를 빨리 합의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정부·자본은 쉬운해고와 임금삭감이 목적인만큼, 연말까지 최대한 “성과”를 내기 위해 몰아붙일 것이다.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특위장은, 이들 논의의제를 9월 중(추석前)에 노사정위에서 합의하고 11월까지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일정을 밝히고 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가시적인 투쟁도 없으면 정부 의도대로 흘러갈 우려가 높은 정세다.

 

특히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압박공세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기재부는 각 공공기관에 업무연락을 보내 “다수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개별동의서를 받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8월말까지 이사회에서 의결할 것을 종용하는 등 일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편, 공공기관의 경우 임금피크제 관련 논의기구가 구성되면 내용적으로 개입하는 방안, 대정부 요구에 대해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공공기관사업본부는 28일 민주노총 집중투쟁 직전인 1시(민주노총 15층 교육원) 단위노조 대표자회의를 통해, 향후 교섭, 투쟁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정 간 임금피크제 논의에 우리가 개입하는 방식, 내용에 대한 사항이다. 이와 함께 이러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더라도 노동자의 주체적인 투쟁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이 분명한 만큼 9.11. 공공기관 공동파업 등 투쟁 조직화 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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