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2015-08-11 14:31:24




도쿄에서 심포지엄 연 뒤 한발한발 행진

일 우익들, 욱일승천기·스피커 동원 방해


8일 오후 일본 도쿄의 중심가인 지요다구 진보초 네거리 주변은 이미 일본 우익들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다. ‘초망(草莽·풀 같은 신하란 의미)굴기의 모임’ ‘대일본의우당’ 등의 이름을 내건 우익 단체들은 이날 하쿠산도리(백산로)에서 야스쿠니도리(야스쿠니로)로 이어지는 진보초 사거리 부근에 고성능 스피커를 단 차량을 세워두고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댔다. “춍코들(한국인·조선인들을 멸시해 부르는 말)을 때려죽이자!” 이들이 질러대는 혐오와 증오의 함성이 스피커를 통해 증폭돼 행사를 통제하던 일본 경찰들마저 소음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귀를 틀어막아야 했다.

이들이 저주를 퍼부은 대상은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시설인 야스쿠니신사에 반대하기 위해 2006년 8월 시작된 한·일 시민들의 촛불행동인 ‘평화의 등불을 야스쿠니의 어둠에’(이하 촛불행동)였다. 이날 촛불행동에 참여한 한·일 시민들은 ‘적극적 평화주의를 지탱하는 야스쿠니’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오후 7시부터 촛불을 든 평화의 행진을 시작했다.

우익 단체가 들고 있는 일장기와 욱일승천기의 물결 속에서 “극좌·불령선인·폭력대(반한집회 등에 반대해 대항행동을 하는 일본 시민들)를 도쿄만에 쓸어 넣자” 등의 펼침막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행렬의 앞에 선 선도차에서 “야스쿠니 반대”라고 외치면 그 뒤를 이은 400여명의 시민들이 이를 따라 외치며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야스쿠니신사에 반대하는 한·일 시민들의 연대 행동이 시작된 것은 2006년 8월부터다.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한·중 등 주변국들의 반대에도 잇따라 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있었고, 때마침 야스쿠니가 1950~60년대에 한국인·대만인 희생자들을 유족의 동의도 없이 무단합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를 바로잡으려는 유족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이후 한·일 시민들은 촛불행동을 통해 야스쿠니에 무단합사된 한국인 희생자들의 합사를 철회해 달라는 3차에 걸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일 시민들의 촛불행동은 올해로 벌써 10회째에 이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안보 법제의 국회 심의가 본격화되며, 일본에선 전쟁과 야스쿠니신사와의 관계를 재성찰하는 논의가 심화되는 중이다. 이날 심포지엄의 강연자로 나선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학 교수(철학)는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에 참배하는 것은 단순한 ‘위령’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피를 흘린 이들의 정신을 후세에 전한다는 ‘안보문제’ 차원의 고려가 있기 때문이다. 총리의 참배를 통해 야스쿠니는 국가에 목숨을 바치는 병사를 조달하기 위한 시설이 된다”고 주장했다.

도쿄/ 길윤형 특파원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2015-08-10>한겨레

☞기사원문: “야스쿠니 반대” 한·일 시민들 10년째 ‘촛불 연대’

※ 관련기사

☞KBS: “침략·식민지배 사죄”…일본 시민들 촛불 행진

☞연합뉴스: 日패전 70주년 앞두고 야스쿠니신사 인근서 촛불시위

☞한겨레: 일본 우익, 승용차로 한·일 평화 행진에 돌진


※ 현장사진


촛불 시위대 행진 장면



촛불 시위대가 지나갈 길목에서 일장기와 욱일기를 들고 모인 세력들.



9일 오후 한·일 시민 500여명이 일본 도쿄 지요다구 하쿠산도리(하쿠산로)를 지나며 ‘평화의 등불을 야스쿠니의 어둠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자 일본 우익들이 격렬하게 반발하며 욕설을 퍼붓고 있다. 한·일 시민들의 촛불행진은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