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불평등 해소의 지향점은 양성평등이 아니라 성평등"



  2014년 5월 28일 19년 만에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이하 양평법)’으로 개정되었고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부와 여성가족부는 양평법으로의 개정을 여성을 발전 대상에서 평등의 주체로 보는 관점의 변화로, 여성발전에서 양성평등 실현으로 전환되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개정 당시 ‘성평등기본법’과 ‘양성평등기본법’이라는 법안 명을 두고 논쟁을 벌이다 현실 타협적인 개정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법안 명을 ‘양성평등’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성적 지향, 제3의 성에 대한 차별까지 포괄하게 될 경우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남성에 대한 역차별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가 타협의 이유였다.
  성차별이나 성불평등 해소의 지향점은 양성평등이 아니라 성평등이어야 한다. 양성평등기본법은 양성에 기반한 이분법적 성차별만 기준으로 하여 여성간의 차이와 다양한 섹슈얼리티를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 또한 여전히 양성평등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생물학적인 성별 격차를 좁히기 위한 것으로 협소하게 보는 한계가 있다. 즉 성평등이 아니라 양성평등에 그침으로 인해 결국 남녀의 차이 문제에 천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성차별은 계급, 계층, 이주와 장애 여부, 성적 지향에 따라서 그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양평법은 그에 따른 과제들을 다층적으로 다룰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성차별을 해소하는 최종 목표는 단순히 양성평등이 아니라 성평등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단지 남녀의 성차에 의한 것만이 아니다. 또한 성평등은 여성과 남성이 동수가 되어야 한다는 수적 평등을 의미하거나 똑같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양성평등기본법에 의한 양성평등은 단순히 여성과 남성의 숫자를 똑같이 맞추거나, 남성들의 참여를 끌어낸다는 기계적 양적 평등으로 해석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지방자치단체에서 양성평등기금 공모에 여성단체가 신청한 사업내용에 남성을 위한 사업이 없다고 문제제기를 하고, 그동안 여성을 혐오해 온 남성 단체들도 양성평등기금 사업 참여 대상으로 고려하는 등의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가족부가 동성애자를 포함한 성소수자 보호ㆍ지원을 명시하고 있는 대전시의 성평등기본조례에 대해 시정을 요구해서 대전시가 삭제하기도 했다.
  양성평등기본법이 진정한 성평등을 위한 법이 되기 위해서는 남성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성별 권력관계로 인해 발생되는 차별과 폭력, 빈곤 해소와 더불어 여성간의 차이와 다양한 섹슈얼리티를 반영한 정책이 법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여성의 권리 증진 및 세력화로 성평등 사회를 이룰 수 있으며, 이는 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될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

글 : 정문자 여성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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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법제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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