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글>


여러분이 곧 강정이고 강정이 곧 나입니다

강정 후원행사에 참여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어느덧 반팔차림의 아이들이 낯설지 않은 계절입니다. 연둣빛 산야도 금세 짙은 녹음으로 변하겠지요. 바다와 하늘색이 겹치는 강렬한 태양아래 여름바다가 벌써부터 눈에 선합니다. 지나가는 계절이 그리울 찰나 새 계절이 와서 안깁니다. 섬에서는 그렇게 계절을 보내고 맞이하는 듯합니다.

그래도 구럼비 바위에 앉아 바다위에 둥실 떠 있는 범섬을 바라보던 여름날 강정바다가 그립기만 합니다. 인기척에 놀라 이름 모를 바닷게들이 발 아래로 숨어들고 큰 파도를 타고 온 바람이 중덕해안을 휘감습니다. 맨발로 구럼비 한바퀴 돌고 오면 곧 허기가 져 할망물 식당의 밥맛은 좋기만 합니다.

8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그 기억이 잊혀질만도 한데 아직도 어젯밤 꿈처럼 생생합니다. 저희가 이럴 진데 강정주민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평생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져 오는 곳이겠지요. 내가 죽어 뼈가 묻힐 곳이라 여기며 살아왔겠지요.

그런데 민주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내 삶터를 지키겠노라고 촌로들까지 나서 저항했지만 그들의 폭력 앞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 대가로 돌아온 것은 수백 명의 체포연행에 따른 벌금폭탄이었습니다. 주민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금액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을을 지키겠다는 주민들의 결의는 아직도 여전합니다. 해군기지 반대운동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저희가 강정벌금 및 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행사를 마련한 이유입니다. 현재에도 8년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주민들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수억 원에 달하는 벌금이 아닙니다. 마을의 공동체를 깨뜨린 정부와 해군이 결코 아닙니다. 주민들의 걱정은 지금까지 함께 하던 사람들의 무관심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 참여해 주시고 관심을 보여주신 당신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후원행사에 참여해 주신 여러분들이야 말로 강정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함께 하고자 한 분들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강정주민과 이름 없는 뭇 생명들을 대신해 감사인사 드립니다. 그리고 당일 행사 진행이 미흡하고 준비가 소홀했던 점도 함께 사과드립니다. 강정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후원행사를 통해 확인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들의 마음입니다. 강정에 대한 단순한 연민이 아니라 내 일처럼 여기는 강력한 연대의 마음입니다. 제주범대위 역시 앞으로도 여러분과 같은 마음으로 강정문제에 참여할 것입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오는 7월 28일부터 8월 2일까지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열립니다. 강정마을회와 함께 의논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일 참석이 어려우시더라도 주변 지인, 가족들과 하루, 이틀 함께 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곧 강정이고, 강정이 곧 나입니다.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한 우리들의 운동은 제주의 평화와 생명을 지키는 길임이 명징합니다. 천년을 흐르는 강정의 냇물처럼 강정의 평화를 위한 우리의 연대 또한 오래 지속될 것입니다.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제주범도민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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