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자, 생명의 강정!

함께 살자, 모두의 평화!

기/자/회/견/문

기나긴 시간이었습니다.

2007년, 주민 동의도 없이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짓겠다는 결정이 내려진 후 이에 저항하는 몸짓을 이어온 지 횟수로 벌써 9년째입니다. 무려 3,000일에 달하는 긴 시간입니다. 언론에 나오든, 나오지 않던, 강정은 끈질기게 싸워 왔습니다. 지금도 매일같이 공사장 앞에서는 1분, 1초라도 공사를 멈추기 위한 평화의 몸짓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긴 시간, 우리가 평화의 이름으로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은 생명의 땅, 진정한 평화의 땅으로 강정을 지켜나가고자 했던 절박한 외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강정을, 갈등의 바다로 만드는 동북아 전쟁기지로는 만들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구럼비는 없습니다. 강정 주민들의 추억이 아로새겨졌던 구럼비 바위는 깨지고 흩어졌습니다. 생명의 터전이던 강정 바당은 육중한 케이슨을 이어낸 방파제에 막혔습니다. 강정 바당의 연산호는 숨이 막혀 색을 잃어만 갑니다.

새로운 도지사가 굳게 약속했던 군관사 이전 역시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진상규명도, 갈등해소도, 아무것도 진전된 것이 없습니다. 절차적, 인권적, 환경적, 안보적 문제점 중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부당한 해군기지에 반대하면 여전히 ‘빨갱이’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오늘날의 강정입니다. 평화는 깨졌고 갈등은 여전한데 행정에서는 이제 ‘크루즈’라도 잘 유치해서 잘 사는 강정을 만들어 보자고만 합니다. 그러나 평화가 없는 땅에서 강정 주민들은 잘 살아갈 수 없습니다.

생명과 평화의 발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올해 해군기지 공사가 완료된다 하더라도 우리는 싸움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된 해군기지 공사, 그 모든 공정마다 가득한 거짓과 폭력을 바로잡는 일을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정의를 되찾기 위한 평화로운 저항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끝내 강정에 군사기지를 세우겠다면 우리는 평화운동의 또 다른 미래를 강정에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또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을 대표적인 반기지 평화군축운동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입니다. 올해 행사를 기점으로 강정을 넘어 세계 각지에서 끈질기게 반기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주민들과 연대하고 세계의 평화운동과도 함께 하겠습니다. 군홧발이 아닌 진정한 생명과 평화의 발걸음들이 강정에 모이도록 할 것입니다.

다시 강정과 함께 합시다.

2015년 여름의 한복판에서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를 연대의 힘으로 녹이면서 생명과 평화의 발걸음으로 만납시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생명의 강정, 모두의 평화를 위해 뚜벅 뚜벅 걸어가겠습니다.

평화와 함께 합시다.

감사합니다.

2015년 7월 7일

강정마을회, 강정친구들,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