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동 매립은 신의 악수, 대안은 이미 있다

- 제주 외항 확장 계획 세밀히 다듬어 원래대로 추진해라 -

 

원희룡지사가 자신의 탑동 신항만 개발계획은 ‘신의 한수’라고 자화자찬하면서 정작 반대의견을 낸 환경단체를 지목하며 대규모 매립을 하지 않고 개발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제시해 달라는 과잉친절을 베풀었다. 해양수산부의 항만기본계획에 예산을 반영시키려면 졸속으로라도 계획을 제출해 예산을 미리 신청하지 않으면 안됐었다는 고백을 한지 며칠 안 지나서 나온 발언이다.

우선 환경단체를 거론하며 매립 이외의 다른 ‘대안을 제시하라’고 한 발언의 모순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는 지난 2014년 12월 10일, 2015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총사업비 1365억이 투입되는 ‘제주외항 3단계 개발사업’이 진행된다고 밝혔었다. 제주항 제3차 항만기본계획에는 10만톤급 크루즈 선석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늘어나는 크루즈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제주도는 제주항의 기능을 전환해 10만톤급 크루즈 선석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크루즈 선석을 확보하기 위해 제3차 항만기본계획 변경안(별첨 그림 1)을 지난 2014년 2월 해양수산부에 요청했고 환경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도 2014년 9월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었다.

지난 해 12월 제주도가 당초 발표한 변경안을 보면 최근 발표한 신항계획의 평면도와는 대조적으로 탑동 앞 대규모 매립계획이 없다. 변경안 평면도를 보면 크루즈 접안부두시설을 포함해 국제여객부두와 화물부두, 해경부두가 중심인 계획이었다. 10만톤급 크루즈 접안시설을 확충하겠다고 항만기본계획 변경안을 제출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까지 마친 상태에서 해가 바뀌자마자 또다시 황급하게 10만톤급 4선석 이상의 크루즈 신항만 계획을 제출한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도가 불과 5개월 사이에 대규모 매립을 포함한 크루즈항 중심의 신항 계획으로 다시 변경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원희룡지사가 먼저 제주도민들에게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애초에 탑동매립 계획이 없었던 제주항 변경안을 난데없이 대규모 매립을 전제로 한 크루즈항만 계획으로 바꿔치기 하면서 매립을 하지 않는 대안을 말해달라고 운운하는 건 도둑놈 심보가 아닌가?

그렇다면 불과 5개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원희룡도정이 시급하게 항만계획을 다시 수정해 해수부에 제출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제주신항 계획은 평면도(별첨 그림 2)를 자세히 보면 기존 변경안에다 친수지구와 항만물류지구를 늘리고 크루즈와 여객부두 항만을 따로 때내어 갖다 붙인 것이다. 그런데 변경안 평면도에는 아예 없던 ‘마리나 항만’ 시설이 포함되어 있다. 기존 10만톤급 1선석과 8만톤급 1선석의 크루즈 항만을 2배 이상 늘리고 새로이 ‘마리나 항만’이 추가된 것이다. 왜 변경안 제출 당시 처음부터 크루즈 항만을 늘리고 마리나 항만 시설을 넣지 않았을까?

해답은 지난 2월에 통과된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크루즈법)’과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마리나법)’에 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입법이 계속 미뤄진 크루즈법과 마리나법이 올 2월 통과되면서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한 범정부차원의 활성화 대책이 마련되면서 크루즈와 마리나 항만 건설 등 국비지원의 합법적인 토건개발사업의 기회에 편승하려는 원희룡 도정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박근혜정권 차원의 크루즈 항만 개발을 이용한 대규모 토건사업의 필요성과 원희룡도정의 대규모 국비지원의 필요성이 결합된 건설경기 부양책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크루즈법은 국적 크루즈선사 육성, 국내 항만을 모항으로 하는 해외 크루즈선사에 대한 지원, 각종 선박규제 완화 등이 주 내용이다. 특히 2만톤급 이상 크루즈 선박에는 선상 카지노 영업까지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마리나법은 마리나항만시설에 대한 규제 완화, 토지점용료 감면 등의 지원 방안이 들어있다. 결국 박근혜정권이 정부차원에서 전격적으로 밀고 있는 크루즈산업 육성화 정책은 이명박정권의 4대강 토목개발사업의 변형된 해양토건사업이다. 최근 JDC가 추진하려고 하는 ‘오션마리나시티 조성사업’ 역시 마리나 항만을 구실로 대규모 국비지원을 동원한 변형된 부동산 개발사업에 불과하다.

수치로 환산되는 이미지 정치에 능한 원희룡 지사에게는 자신의 공약인 25조 GRDP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2조 4천억짜리 초대형 토목사업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더군다나 반복되는 골칫덩어리인 탑동 월파 방제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매립지의 부동산 장사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데 그깟 고등어와 한치 어장이, 몇몇 어민들의 생계 문제가, 원도심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따위가 눈에 보일 리가 있겠는가?

원지사는 숫자로 확인되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탑동 매립을 통해 이득을 보는 집단은 지역주민이 아니라 항만사업에 참여하는 대기업 건설사들과 크루즈 관련 업체들, 일명 해수부마피아라 불리는 해양수산부 중심의 관련 이권단체들, 그리고 대기업 면세점 뿐이다. 크루즈 관광객의 지역경제 순환 역할이 미미한 것은 이미 확인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수 천명이라는 숫자에만 빠져 있는 원지사에게는 우이독경이다. 만약 원지사가 이대로 탑동신항 계획을 밀고 나간다면 제주관광공사는 당장 면세점 위치를 중문에서 탑동으로 재배치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말이 된다.

원지사 역시 속으로 모르는 바 아니겠지만 공개적으로 탑동 매립을 안해도 되는 대안을 달라고 하니 제시하겠다.

대안은 원래 계획대로 하면 된다. 작년 12월에 발표한 제주외항 계획을 좀 더 세밀하게 다듬어 그토록 원하는 크루즈 항만 시설과 마리나 항만 시설을 늘리면 된다. 제주 외항 계획을 발표한지 몇 달 안 되었기에 담당 공무원들이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원지사의 바램과는 달리 이번 제주 신항 대규모 탑동 매립 계획은 ‘신의 악수’다. 만약 신의 한수를 찾는다면 똑같은 비용이 들어가는 포크레인과 콘크리트를 어떻게 환경복원 방향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지 않을까? 그 첫 번째 한수가 탑동 복원이라고 한다면 원희룡 도정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 지나친 것일지 모르겠다.<끝>

2015. 6. 12.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오영덕·정상배)

*별첨사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