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정남 인터뷰 관련 특별감사 요청 거부해

이상호 MBC기자가 다시 정직 6개월을 통보받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6일 상암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의 연장"이라며 "중징계를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 MBC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사실 유포하여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공정성·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신뢰를 실추시킨 점 △ 회사의 허가 없이 외부 매체에 출연한 점 등 사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상호 기자를 해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 7월 9일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함에 따라 이상호 기자는 2년 6개월만에 MBC에 다시 출근하게 됐다.

14일 보도국 사회1부로 복귀한 이상호 기자는 지상파 3사 뉴스 모니터 업무를 하다 일주일 만에 권재홍 부사장의 직속 기구인 심의국으로 발령이 났다. 일주일 후, 복직한 지 3주 만인 지난 3일 MBC는 해고 사유와 같은 이유로 이상호 기자에게 또 다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MBC 홍보국장은 지난달 29일 성명에서 "법원이 '해고보다 더 가벼운 징계를 내리더라도 원고가 성찰의 계기'로 삼을 수 있으며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신뢰도 회복을 위하여 노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원심을 확정한 것은 해고보다 경한 징계가 적절한 것이지 징계 사유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중징계의 정당성을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6일 기자회견에서 "'이상호 기자에 대한 해고는 징계 사유에 비해 가혹하고, 사회 통념한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는 법원 판결에 아랑곳 없이 사측은 징계 사유를 인정했다는 이유로 해고에 버금가는 중징계를 내렸다"며 "법원 판결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MBC, 진실을 원하는 국민들에게 저항하고 있다"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는 지난달 31일 이상호 기자의 징계 사유가 된 '트위터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해 감사실에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형제인 김정남씨 인터뷰가 추진된 경위 △김정남의 소재를 전달해준 취재원 △인터뷰 지시경로 △인터뷰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다 추후 사실이라고 인정한 이유와 과정 △당시 이슈인 NLL에 대한 특파원의 질의와 관련한 발언 내용 △인터뷰 하고도 보도 하지 않은 경위 등 6가지 사항에 대한 진상조사 요청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5일 재판 과정에서 이미 사실 관계가 확정됐다며 거부했다.

문화방송본부는 "이상호 기자에 대한 징계는 김정남 인터뷰의 전후과정이 제대로 밝혀진 뒤에 이뤄지는 것이 합당하다"며 "무엇이 급해 이리도 징계를 서두르냐"며 비판했다.
 

<긴급> MBC 김재철, 김정남 단독인터뷰 비밀리 진행, 선거 전날 보도 예정설.. 타부서 시용기자로 구성된 비선 취재팀 어제,오늘 양일간 인터뷰 완료 했다함.. 나꼼수 예언 현실화 우려.. 오전중 사측 취재해 go발뉴스 추가 보도 계획

—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 (@leesanghoC) 2012년 12월 17일

이상호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대선은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광풍이 불었고, 국정원이 이를 확대 재생산해서 국민의 투표권을 유린한 '사이버쿠데타'였다"며 "그 과정에서 가장 관심있었던 것은 어떤 돌발변수가 발생할 것인지였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김정남이 한국으로 망명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관련 발언이 공개된다는 등 우려와 논란들이 실제 국회에서 대정부 질의로도 이어졌다. 그 중차대한 시점에 MBC는 김정남 인터뷰를 추진했고 이루어졌다"며 "진실만이 우리의 복무 대상이기 때문에 보도가 되어야만 했지만 보도가 되지 않았다. 특별감사를 요구했더니 징계가 뒤따라 왔다"고 밝혔다.

이상호 기자는 "MBC기자로서 월급 받는 걸 원하는 게 아니다. 진실만 확인된다면 잘려도 상관 없다"며 "MBC는 지난 대선때 국민을 상대로 큰 잘못을 저질렀다. 누구의 편도 들지 말라고 내부 고발을 한 것인데 그것에 대해 징계하는 것은 진실을 원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저항하는 뜻이라고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MBC 경쟁력 회복, 화합과 소통부터"

조능희 MBC본부장은 "드라마왕국이라고 불렸던 MBC는 이제 해고왕국이 됐다"며 "이상호 기자는 대한민국에 '기레기'만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 사람인데 왜 또 쫓아내는 것이냐. 바른말 하는 기자 쫓아내는 위법 경영을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현승 MBC기자협회장은 "MBC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뉴스 부분"이라며 "이상호 기자가 돌아오면서 회사에 활력이 생겼고, 꼼꼼하게 모니터 하는 걸 보며 구성원들도 각성했는데 다시 쫓겨나게 됐다. 회사가 경쟁력을 이야기하며 어렵다고 하는데 경쟁력 회복을 위해선 화합과 소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역시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은 이상호 기자가 아니라 MBC를 망가트린 사람들"이라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제발 각성하고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놔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