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에코보살 심층인터뷰
쓰레기제로,
되는 사람 안 되는 사람 다 같이
노숙자 | 경기도 일산

최광수(이하 “최”) : 정토회 식구가 된 계기, 그리고 얼마동안 활동했는지 개략적으로 말씀해달라.
노숙자(이하 “노”) : 내가 정토회를 만난 건 삼품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이다. 거기서 어떤 분을 통해서 정토회를 알게 됐다. 그 때 유수스님하고 법륜스님도 오셨다. 삼풍백화점 사건은 좀 슬픈 일이지만 그것으로 정토회와 인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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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 에코보살로서 어떻게 생활하시는지?
노 : 환경은 정토회 알기 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제일 처음 환경에 대해 접한 건 육식 문제였다. 그때가 30대 중반이었다. 육식하고 환경이 어떻게 연관되었는지 몰랐었는데 고기 한 근 만들려면 곡식이 얼마나 드는지를 어떤 책에서 본 것 같다. 환경 공부가 재미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게 되었다. 물을 아껴보는 게 어떨까 싶었고, 정토회 만나기 전에도 아끼는 습관은 있었는데 물 절약하게 된 건 정토회와 관계가 있다. 지구 안에 있는 물은 국가를 떠나서 다 똑같은 물이고, 우리가 많이 씀으로서 인도나 그런 사람들이 못쓰는구나. 환경 공부를 많이 했었다. 걸레가 행주처럼 깨끗하려면 환경이 오염되고, 깨끗하게 사는 것은 환경을 망치는 사람이다. 나는 행주를 햇빛 좋은 날에 널어놓고 잘 안 삶는다.

최 : 깨끗하게 사는 길이 환경을 망치는 길이다…
노숙자님이 잘 하시는 게 세 가지 있다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에너지 절약 생활실천, 비닐 쓰레기 사용 안하기. 이 중에서 일단 에너지 절약 생활실천부터 말씀해달라.
노 : 더우면 더운대로 살고 추우면 추운대로 살자. 겨울에 난방비가 5만 원정도 나온다. 추우면 옷을 따뜻하게 입는다. 냉 난방기는 손님이 오면 트는 정도이고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 때문에 물건 살 필요가 없으니 편하다. 손빨래 많이 하고 설거지하는 물, 야채 씻는 물은 받아서 쓰는데 그렇게 받은 물도 어떤 때는 남는다. 그건 남편도 잘 하고 있다. 휴지는 남편이 쓰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비데가 필요하다 하는데 저희는 샤워기가 길고 수압이 괜찮아서 뒷물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아파트에 살다보니까 제가 필요한 물건들을 누군가 밖에 버리더라. 뚝배기 필요해서 좀 기다리면 나오고, 냉면그릇도 기다리면 나온다. 좀 기다리니까 필요한 물건들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사람들이 가구를 길가에 버리는 거 보고, 그 나무들이 얼마나 멀리까지 와서 버려지는지 막 미안하다고 그 가구한테 얘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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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이팬의 기름은 버리는 옷으로 닦는다. 그런 식으로 하면 마음이 맑아진다. 음식물 쓰레기는 지렁이가 해결해준다. 내가 주부들한테 권하고 싶은 것은 기름기 있는 후라이팬은 물에 씻지 말고 버리려고 모아둔 양말이나 헌 옷으로 닦으면 좋다는 것이다. 어차피 버릴 옷이니까 그걸 쓰면 되는 거고 물은 정말 깨끗하게 쓸 수 있다. 쉬운 거니까 좀 많이 따라했으면 좋겠다. 그 외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점은 잘 안 사는 것과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비닐이 여기저기 많이 나오는 것은 아직 대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최 : 장 볼 때 비닐봉투 안 쓰기 위해서 어떻게 하고 있나?
노 : 요즘은 미리 다 비닐 포장이 되어있다. 언젠가 비닐비용이 얼마나 드냐고 물어보니까 비닐 값으로 몇 십 만원이 든다고 하더라. 깨끗이 씻어서 다시 갖고 오면 되는데 요즘은 다들 버린다. 그전에는 씻어서 말려놓고 다시 쓰고, 마트에 비닐 모아서 갖다주면 좋아하고 그랬는데. 요즘엔 재래시장에서 파는 거 외에는 다 비닐포장이 되어있다. 비닐 포장 안하려고 망 갖고 가면 막 뭐라고 한다. 그러면 망이 더 무게 나가서 내가 더 손해라고 하고 망을 사용한다. 비닐은 큰 골칫거리이다.
근데 지금은 한살림 같은 데도 다 비닐 포장하더라. 예전엔 신문이나 폐지 잘라서 했었다.

최 : 음식물쓰레기퇴비화는 어디서 하나?
노 : 밖에 지렁이상자가 있는데 그것으로 처리한다.

최 : 대중교통 이용하시는지?
노 : 남편이 개인택시 하니까 저를 법당에 내려주고, 올 때는 걸어온다. 40분정도 운동 삼아서. 환경을 생각하면 더디고 시간이 좀 들게 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최 : 동네 주변 분들은 어떠신가?
노 : 처음에는 사람들이 쓰레기 막 버리는 걸 보면서 놀랬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내 딸이랑 나이가 비슷하다. 엘리베이터 그 좁은 공간에서 보면 몇 층에 사세요 물어보고 얘기한다.

최 : 활동하면서 동네 분들한테 변화가 생긴 사례가 있나?
노 : 아파트에 살다보니까 문을 닫고 들어가면 끝이다. 또 매일 법당에 가서 사니까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최 : 스스로 환경 실천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노 : 우리가 하루하루 사는 게 어쨌든 환경을 망치는 일이다. 되도록이면 조금이라도 덜 망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한다. 100% 실천하는 건 물 절약이고, 물건을 잘 안 산다. 하루에 쓰는 물의 양은 비누칠한 경우 빼고는 다 받아서 다시 쓰니 한 달에 3000원 정도 나온다. 여기서 더 내려가진 않는다. 대단한 것도 없고, 그냥 하다보면 이렇게 된다. 거의 기본요금이다. 전기세는 겨울이나 여름이나 거의 같은 수준이다. 겨울에 보일러는 애들 왔을 때 한번 틀고 안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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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 요즘에 정토회에서 에코보살들이 하는 생활양식을 학자들은 ‘자발적 가난’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걸 우리말로 ‘청빈’이다. 현대사회에서 이렇게 생활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나? 자본주의 사회, 소비하게 만드는 사회, 청빈할 수 없는 구조에서 청빈하게 산다는 것.
노 : 사람들이 안 쓰면 안 만들텐데 사람들이 사니까 만드는 것 같다. 젊은 엄마들하고 이야기 해보니까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안 하면 뒤처지는 것처럼 느낀다. 자존감이 없는 건지. 아이들 키울 때 자존감이 있어야하는데… 예를 들어 아이가 ‘엄마, 양말에 구멍 났어’ 하면 ‘어, 구멍 나서 공기통하고 좋아’ 해야 하는데 고개도 못 들고 그러면 안 좋다. 어릴 때 자기 욕구가 채워진 사람은 커서 길거리에서 뭐 주워 와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자존감 없는 사람들은 그런 걸 못 참는 것 같다.

최 : 정토회에서 확산시킬 점은 어떤 게 있나? 또 자존감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노 : 글쎄. 풍요 속의 가난으로 살 것인가. 즉 바깥으론 풍부한데 마음은 가난하고, 그래서 끝없이 채우게 되고. 많이 사는 사람들을 보면 산 걸 쓰는 게 아니라 버린다. 필요한 걸 사야한다는 계산도 없고. 꼭 필요하면 굉장히 생각하고 사고, 생각하고 사니까 안 버리는데 아무 생각 없이 누구를 따라서 사니까 버리게 된다.

뭘 살 때 생각을 좀 해야한다. 우리 집 냉장고는 18년 된 것이다. 김치냉장고는 다들 보편화되어있으니까 꼭 필요하지 않아도 사는 것 같다.

내가 살아온걸 보면 어릴 때 부모에게 인정받으며 컸다. 어릴 때 정말 잘 키워야 된다. 아무것도 없어도 초등학생 때는 다른 애들이 뭐 사먹을 때 자기도 사먹으라고 돈 줘야 된다. 내가 복이 참 많다, 아버지 잘 만났고. 아버지는 내가 원한 게 아니라 정해진 것이고 내가 원해서 찾은 건 스승이다. 내가 법륜스님의 제자가 되었다. 스승님을 내가 찾았다는데 자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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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 어릴 때부터 근검절약이 몸에 배인 것 같다.
노 : 옛날 어른들이야 엄청 아꼈다. 설거지물은 돼지 먹이고 한 것들이 몸에 밴것 같다. 어른들이 나무를 아끼면 산신령이 돌본다고 하고 버려지는 게 없는데서 컸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왔다.
최 : 우리 한국사회가 전부 근검절약해서 살면 풍요롭게 살게 될텐데 요즘은 나이드신 분들조차 막 물건을 버리고 새로 사려고 한다. 노숙자님은 왜 다른 사람들 안 따라하고 그 습관을 지키는가?
노 : 남 안 따라하고 실천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몸에 배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 보면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이제는 저러는구나, 어느 사이에 너무 많이 변했구나 싶다. 밥 먹다가 좀 남으면 버리고. 옛날엔 발우공양처럼 물 부어서 남은 밥풀 닦아 먹었다. 왜 안 그랬던 사람들이 변했을까. 너무 바빠서 그런가 보다. 어떤 때는 출근하려면 설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항상 다 치우고 가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옛날 농경사회에선 정해진 시간이 없으니까 일찍 나가는 사람 나가고, 늦게 나가는 사람 나가고. 근데 지금은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며느리가 “어머니 그래도 한국은 그나마 잘하는 거예요” 한다. 자기는 처음에 미국 가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우리는 옛날에 어른들한테 배운 게 어느 정도 있어서 그런가 보다. 바쁜 시간에 쫓기다 보니까 그게 쉽게 되겠나? 직장가지 말란 소리밖에 안된다. 사회가 변하는 것 같다. 하다보면 지저분한 것에 대한 철학이 생긴다. 웃기는 철학이다. 걸레에 때가 묻어서 좀 지나면 쉰내가 나는데 빨 시간이 없으면 물에 담구어 놓았다가 햇볕에 말리면 냄새가 안 난다. 바빠도 좀 머리를 쓰면 되는 거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좀 지저분하지만 요령껏 잘 살 수 있다. 걸레로 오물을 닦은 건 아니니까 햇볕에 잘 말리면 된다. 그 때 못 빨면 나중에 빨 수도 있고. 날씨가 더울 땐 수건이나 걸레 두꺼운 거 안 쓰고 얇은 거 사용한다. 요즘엔 맹물에 삶아서 널어놓는데 그래도 괜찮다. 다른 집처럼 깨끗하진 않지만 괜찮다. 하얗게 하려면 비누 쓰고 여러 가지 세제 써야하는데 걸레가 행주처럼 깨끗하면 환경을 망치는 일이다. 또 세제 쓰면 그만큼 물이 많이 들어간다. 나는 세제나 치약도 제일 싼 거 쓰고, 화장은 잘 안하는 편이다. EM 발표액은 좀 많이 쓰는 편이고.

최 : EM은 어디서 구하시나?
노 : 원액이 큰집에 있었는데 형님이 어떤 용도인지도 모르고 산 거였다. 내가 갖고 왔다. 남들에 비해 좀 지저분해도 잘 살고 있다. 이엠을 계속 뿌리니까 괜찮다.

물 절약에 대해선 아이 때부터 교육환경이 정말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물이 다 내것이 아니고, 지구상 어느 곳은 식수도 부족하다는 교육, 아이들한테 환경교육, 통일교육은 꼭 시켜야 한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물고기가 죽어간다고 얘기하지만 아이들이 직접 봐야 안다. 물 틀면 깨끗한 물이 나오는데 말만 하면 아이들이 모른다.

환경실천을 잘 한다고 하는 사람이 요즘의 정토회를 딱 보면 아! 정토회가 알려진 것과는 다르구나 라고 느낄 수 있다. 좀 걱정스럽다. 공양간에서 제가 말하면 시어머니 잔소리로 생각하니까 말 안하게 되고, 지금은 비닐포장도 별로 제지하는 사람도 없고. 잘하는 사람만 볼게 아니라 안 되는 사람을 봐야한다. 안 되는 사람이 왜 안 되는 건지 봐야한다. 그 문제에 대해서 토론하고, 안 되는 사람하고 되는 사람이 한 자리에 앉아서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거다. 그 사람이 왜 안 될까? 하면서. 잘하는 경우는 책에서도 충분히 다 볼 수 있다. 환경에 아예 관심도 없는 사람은 안 되겠지만 환경에 관심은 있는데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뒷물수건 사용, 개인컵 사용, 물 절약을 해야겠다고는 생각하는데 너무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같이 가는 거지. 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이 같이.
최 : 사람들이 둘러앉아서 자기 경험 얘기하면서 하고, 또 한편으로 객석에 사람들이 앉아있고, 각자의 경험을 나와서 보여주고. 되는 사람 안 되는 사람 다 같이 참가자들도 공청회 방식으로 해도 재미있겠다.
노 : 잘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질려버린다. 관심은 있는데 너무 안 되는 사람이랑 잘하는 사람이 분리되게 된다. 지금 막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 겨우 뒷물수건 한번 해보니까 좋다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얘기를 하는 게 효과적이다. 그걸 보고 ‘저 사람이 하니까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생각 할 수 있고. 우리처럼 제법 하는 사람들이 나서면 지레 질려버릴 수 있다. 아이들도 공부 잘하는 아이를 앞세워서 다른 아이들보고 따라하라고 하면 아이들이 너나 잘해라 하고 만다. 중간층, 그 사람들이 제일 큰일을 할 수 있는 거다. 못해서 위축되어 있는데 너무 잘하는 사람이 나서면 힘들다. 현재 한 가지라도 하는 사람들과 한 달에 한 번 씩이라도 모여서 같이 토론하면 좋을 것 같다.

최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하다.

# 에코붓다 소식지 2014년 7-8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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