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제한의 의미


한양대학교 교통물류공학과 김남석

 

속도제한이 가지는 의미

속도제한의 이유는 무엇인가? 안전하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다

속도를 제한하지 않으면 위험한가? 그렇다

왜 위험한가? 상식적으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속도가 다른 두 물체가 정면 혹은 측면으로 충돌하면 

이러저러한
물리적 이유에 의해서 손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두 물체의 속도가 다르다라는 것은 두 물체간 속도의 편차가 크다라고 표현해볼 수 있다

속도의 편차가 클수록 충돌 시 손상의 정도는
커진다

한마디로, 물리적 관점에서 속도 제한은 속도가 상이한
두 물체의 속도의 편차를 줄여서 

충돌 시 손상을 줄이고자 하는 것에서 그 당위성을 찾을 수 있다


둘째, 속도가 높으면 반응할 시간
줄어들고, 회피시간 역시 줄어들기 때문
에 위험도가 커진다

인간은 상황을 인지하고 반응하고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데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연령마다, 성별에
따라
, 타고난 동물적 감각에 따라 그 소위말하는 반응시간은 다르지만 

인간은 누구나 비슷한 범위의 시간의
간격을 두고 반응하게 된다

이러한 반응 시간은 사실
물체간
(대상간)’의 상호작용을 내포하지 않는다일방적인 회피 전략일 뿐이다

이 것을 두 대상간의 상호작용의 의미로
표현하자면
커뮤니케이션할 시간이 줄어듦이라 표현할 수도
있다

요약하자면, 속도제한은 물체간 커뮤니케이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두번째 이유), 

또한 그것이 실패해서 충돌이
발생한다 할지라도 그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첫번째 이유) 존재한다.

 

보도(인도)에서 보행속도 제한이 없는 이유

당연한 말이지만, 나름의 시사점이 있다

속도가 다른 두 물체의 손상의 정도는 작게는 찰과상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물리적 현상이 보행자 통행에는 별도의 속도 제한이 없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그것은 (위의 첫 번째 이유에서)
보행자들의 속도의 편차(분산이라 해도 좋고 표준편차라 해도 좋다)가 

크지 않기 때문에 충돌(추돌)해도
물리적 손상이 적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이란 그 정도의 속도 편차에는 손상이 가지 않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두 번째 이유인 대상간 커뮤니케이션
시간의 확보
적 차원에서도 

보행자의 속도 제한은 불필요해 보인다

왜냐하면
보행자끼리는 회피시간이 넉넉할 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는 보행을 하며 

서로의 몸짓을 통해 서로를 회피할 능력을,
몸짓과 눈짓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씩 두 보행자가 조우했을 때 한 보행자는
왼쪽으로 비켜갈 것을 선택할 때

바로 그 순간 반대편 보행자가 오른편으로 비켜갈 것을 선택하는

그리고 그러한 어색한 방향선택을 두 세번 반복한다 할지라도 

우리 인간은 그 순간에도 먼저 선택하는 사람이 있고, ‘기다리는
사람
이 있어서 

정말로 신기하게 보행자들의 흐름은 부드럽다

그럴
능력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1]

(이것은 동물의 본능이기도 하다. 개나 고양이가 저들끼리 걷거나
달리다가 서로 부딪쳐서 다치지 않는 것만 봐도 안다
).

그러나, 우리는 종종 복도에서
뛰지 말 것
이라는 주의를 보게 된다

왜냐하면 뛰면 두
물체간 속도의 편차가 커지기 때문이고 

이 경우 두 물체간 손상의 정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또 회피시간, 상호 커뮤니케이션 할 찰나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차 대 차와 차 대 보행자의 양방 커뮤니케이션
부재

차량과 차량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매우 단순하다

첫번째, 방향전환등, 소위 말하는 깜빡이이다. ‘나 곧 이 차선에서 당신이 있는 차선으로 갈거야’ 

또는 나 이번에 방향을 꺾을 거야와 같은 일방적 의사 전달이다

물론 뒤에 오는 차량이 당신이 내 앞에 오는 게 싫어.’라는 불만을 들을 수 없다


두번째, 크락션, 소위
말하는
빵빵이가 있다.
신호가 바뀌었는데 가지 않는 차가 있을 때

위험한 순간을 다른 사람에게 급히 알릴 때, 누군가 차를 빼달라는 요청을 할 때

화가 난 것을 표출할 때, 또는 아는 사람을 만나서 기쁠 때도 우리는 빵빵이를 누른다


셋째, 육성이 있다. 창문을 열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고속으로 달릴 때는 소음으로 인해 의사전달이 곤란한 경우다

매우
화가 났을 때
, 빵빵이로 도저히 해결이 안될 때 (빵빵이로는
분풀이가 되지 않았을 때
), 소리를 지른다

대체로 빵빵이로는
분이 풀어지지 않을 때 육성을 이용한다

빵빵이로는 감정표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문을 여는 불편함을 감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이 모든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은 모두 일차원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양방의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일까

대화가 있다. 하지만,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가 대화할 필요도 없고, 그럴 여유도 없다

후술하겠지만, 가장 기초적인 양방커뮤니케이션으로서 눈맞춤
들 수 있다
.

 

30km/h
차량 속도 제한의 순응성과 허상

차량에 속도제한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 진행된 질문과 논의를
통해 차량에 속도제한을 해야 하는지 답이 나왔을 것이다

다시 한번 반복하자면 물리적으로 속도의 편차를
줄여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돌리기 위한) 반응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갖기 위한 것
이고

만에 하나 충돌이 있더라도 그 충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속도 제한이 법제도로 현실화 된다면 도로 이용자들이 그것을 받아 들이겠느냐이다

제한속도를 비롯한 도로 규범의 순응성(adaptability)이다

속도 제한이 규범화 되었는데도 순응하지 않는다면 어쩔 것인가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보장은 있는가
? 지키지 않은 차량들을 어떻게 단속할 것인가

이미 경찰은 교통과 관련된 법 집행에 실패하지 않았던가

저 수
많은 불법주차를 보라
. 매년 오천명씩 죽는 교통사고를 보라

교통사고의
주 원인 중 하나인 음주운전
, 과속 모두 법률 위반이다

위반하는
국민을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반을 예방하지 못하는 경찰이나 전문가

그리고 차량 중심으로 도시를 운영하는 시장이나 공무원, 행정가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장비가 인력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장비를 도입해도 주차단속에 실패[2]하고
있고 속도위반 단속에도 실패
[3]하고
있다

굳이 성공하고 있는 장비를 하나 꼽자면 주차장 번호인식 시스템처럼 한정된 공간에서의 징수체계이다

여기서 우리는 장비의 성능은 지리적으로 한정된 곳 (Confined
area)
에서만 그 효능이 있음을 눈치 챌 수 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화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기술을 일반화 (확대적용)시키겠다는 생각은 매우 일차원적 접근방식이다

얼마나, 어느 정도 규모로 일반화 시키겠는가

일반화 시켜서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장비는 저가의 장비일 수 밖에 없고, 그 성능은 매우 제한적이다

,
단속을 위한 보조 장비의 역할밖에 못하는 제한적 성능의 장비[4]
어떤 효과를 기대하겠는가

고속도로에도 달기 부족하다는 속도 단속 카메라를 생활도로에 달 수나 있겠는가

국민 모두에게 스피드건을 들고 다니게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생활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진술만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데 

31km/h29km/h
구분할 수 없지 않은가
?[5] 

특히, 사고 난 아이들에게 차량의 속도가 어땠니? 30km/h
보다 빨랐니? 라고 물어보라

어떤 대답을 기대하는가

운전경력이 오래된 성인조차 차량 밖에서의 10km/h30km/h를 구분해내지 못한다

필자의 경험상 운전대를 잡고 있을
30km/h는 매우 느린 속도지만

내가 걷고 있을 때
30km/h 꽤 빠른, 내 안전을 위협하는 속도다

전자의 경우 속도의 편차의 기준이 다른 차량과 내 차량이기 때문에 편차가 작다고 느끼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 (보행자)와 나를 향해
다가오는 차량
이 속도 편차의 기준이기 때문에 위협을 느끼는 것이다.


생활도로 30km/h의 법제화는 선언적으로 필요하지만

이 것이 이뤄진다고 이용자가 순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며

결과적으로
법제화의 성공이 교통안전과 직결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 국민들에게
그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효과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Woonerf에서
배워보자

[6]

앞에서 30km/h라는 절대적 속도가 법제화 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절대적 속도의 법제화가 단속이
어렵고 순응도가 떨어져 

다른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 국민의식이나
도로의 기하구조나 우리나라의 경제구조 등
), 

사고 저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김새는 의견도
내놨다
.


1970년 네덜란드로 가보자지금은
세계 이곳저곳에서 

complete street, home zone, 20mph zone, 30km/h zone,
community zone, shared space
등 

많은 아류작이 나왔지만 그 시초는 Woonerf
(
-에르프)
라 할 수 있다

원래 아류는 오리지널을 조금씩 왜곡하는 법이다

Woonerf에서
자동차는 보행속도보다 더 높은 속력으로 달리면 안된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네덜란드 도로교통법 45). 

, 절대적 제한속도를 언급한 바 없고 보행자보다 느리게라는 상대속도를 법제화 시킨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사 시 걷는 보행속도를 5km/h정도로 보고있으므로
30km/h라는 제한속도는 이 속도의 여섯배에 해당된다

물론, 현행제도 (도로교통법의 편도 1차로
이하 도로의 경우
60km/h이내, 2차로 이상 도로는 80km/h이내[7])를 

감안하면 30km/h의 제한속도 도입이 우선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정말
지속가능할까
?

 

궁극적으로 상대속도의 개념이 적용되어야

30km/h라는 절대속도는 장비 없이는 적발이 불가하다

하지만, ‘사람보다 빨리 갈 수 없다는 상대적 속도의 개념은 아이들도 알 수 있다

저차는 30km/h 를 초과한다를 말할 수 있는 아이는 없다

하지만, ‘저 차는 나보다 빠르다
어떤 아이나 말 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상대적 속도의 개념을 본능적으로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대속도의 개념이 유효한 이유는 안전하기 위해서는 운전자-사람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데

차량의 속도와 보행자의 속도의 편차가
거의 없어야 이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데서 찾을 수 있다

, 충분히
안전하기 위해서는
30km/h 도 아니고, 20km/h
아니고
, 10km/h도 아닌

5km/h 이하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너무 느려서 속터지는 정도가 되어야 개구리마냥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의 안전이
’ 

완전히 보장받는다는 개념이 내포된 것이다.


차와 보행자간 최고의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일까

우리 인간은 서로의
얼굴만 봐도
저 사람이 나에게 양보해줄 여유가 있는 사람인지’, 


양반은 평생 누구에게 양보라고는 해본 적 없게 생긴 사람인지
를 알 수 있다

이것을 눈맞춤(eye
contact)’
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보행자교통사고 예방의 최선의 대책

[8]

이라고
까지 할 수 있다
.


상대속도에 대해 단속할 수 있나? 필자의 생각은 이 것이 절대속도보다
더 쉽다

그냥 누군가 걷는 사람과 그 사람을 지나치는 차량의 속도 차만 보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스피드 건도 필요 없다주변인의 진술만 있으면 된다.

(조금 더 객관적 물증
필요하다면 스마트 폰 녹화나 방범을위해 설치된
CCTV도 

상대적 속도를 분간하는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CCTV를 남용하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통제가 필요하겠지만
). 

궁극적으로 상대적속도제한의 개념이 도입된다면 단속장비 없이 30km/h 존을 설치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속도저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마치며

지난 20년간 교통사고에 관한 전문가, 경찰, 행정가의 의견을 요약하자면 크게 세가지로 귀결되었다

첫번째, 법제도화 강화

둘째, 국민 의식 제고를 위한 대 국민 캠페인과 홍보

셋째, 강력한 법집행이었다

하지만, 생활도로에서의
보행자 안전은 어떤 시설물
, 어떤 단속장비보다도 필요한 것이 눈맞춤을 할 수 있는 여유이다

그 여유는 매우 느린속도에서만 보장이 된다

매우 느린 속도를 이뤄낼 방식의 문제가 남았는데

본 고에서는 절대제한속도와 상대제한속도의
개념으로 이를 설명하였다

절대제한속도는 잘 지켜지면 그 효과가 분명할테지만 도로이용자의 순응성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모든 생활도로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 할 수도, 모든
국민이 스피드건을 들고 다닐 수도

일선 경찰이 생활도로 곳곳에 배치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상대제한속도는 일견 실효성이 없어 보이기까지 하지만, 도로 이용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법을 어기는지

자신이 위협을 당하는지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0km/h라는 속도가 어느 정도의 속도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이 속도는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할 수 있다

, 보행자
개인이
저 자동차는 이 장소(생활도로)에서 과속을 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상대제한속도의 개념을 통해 알게 하는 것만으로 생활도로 교통 정온화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선 것이다

도로의 기하구조 정비 없이도, 첨단
장비 도입 없이도 말이다
.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생활도로를 Woonerf화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기준을 마련하는 것, 그보다 상위의 도로 (예컨대, 집산도로나
사도 등
)에서의 속도제한 정책을 

Woonerf와 어느정도로
차별화 할 것인지
, 30km/h로 할 것인지, 20km/h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향후 이뤄져야 한다
.






[1]

소위 말하는 보행자 시뮬레이션 모형은 이러한 인간의 미묘한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정교하게 모사하느냐에
따라 그 성능과 신뢰성이 결정된다
. 연구는 꽤 오랫동안 진행됐는데 아직도 시뮬레이션에서의 보행자의 움직임은
인간을 모사한 로보트의 어색함을 떠올리게 한다
.



[2]

불법주차는 교통사고의 숨은 원인임



[3]

과속도 교통사고의 숨은 원인임



[4]

그렇다면, 어떤 장비가 효과적인 장비인가? 그것은 어떤 장비가 적절한 비용을 통해 도입이 되고, 그 결과 사회의
전반적인 사고의 위험을
효과적으로줄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


[5]

차량 블랙박스의 속도 정보를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
차량 블랙박스의 속도 정보 수집 방식이 위성을 통하기 때문에 그 시간차 때문에
교통사고 분석에 이용되는 순간속도 정보를 얻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



[6]

김남석 (2015) “네덜란드의 Woonerf”
KOTI
교통사고 제로화 브리프



[7]

김상옥 (2015) “속도관리를 통한 도시부 도로에서의 사고감사 방안녹색교통 제 175



[8]

김경석 (2014)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이제 계층별 맞춤형 교통안전 대책 필요

* 본 글은 녹색교통운동 소식지 176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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