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지향)일기 시즌4]
가임기 여성입니다. 그래서 비건합니다.
뚜기
0.7 아주 낮은 출생률의 숫자. 사회 곳곳에서 인구 감소의 파고를 감당하지 못할 거라는 요란스럽고 시끄러운 예측들은 20대 가임기 여성에게 종종 “애를 낳아야지”라는 말로 돌아가고는 하는데. 덕분에 여성의 출산, 혹은 인구재생산 책무에 대해 자주 논할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임신-출산-육아’라는 삶의 한 주기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은 모체로써 끔찍하게 착취당하는 여성 동물들의 이야기까지 자주 확장되곤 한다.
오늘은 내가 닭알과 소젖까지 먹지 않는 비건이 된 이유 세 가지를 나눠보려고 한다.
1. 젖소라는 품종은 없다. 임신한 소만 있다.
여성 소[1] 는 남성 소의 정액이 담긴 주사기를 인간의 팔로 여성 소의 질에 넣어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한다. 인간과 비슷하게 임신 이후, 9개월의 임신기간을 갖는다. 임신 이후에 나오는 ‘소젖’은 당연히 송아지가 먹을 모유다. 여성 소는 송아지를 낳은 후 10개월간 착유 당하는데, 이는 송아지가 먹는 양의 10배다. 당연히 송아지는 이 모유를 먹을 수 없다. 고로 여성 소는 우리가 건강한 이미지로 소비하는 우유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인간에게 강제 임신(이것을 인간사회에서는 성폭력이라고 한다.)당하고, 9개월간 임신 후 10개월간 착유 당한다.
2. 평생 알만 낳는 여성 닭
여성 닭은 산란계와 육계라는 이름으로 나뉘는데, 산란계는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창문이 없는 A4정도 크기의 케이지에서 평생 알만 낳는다. 그들의 습성은 억압당하는데, 스트레스로 인해 다른 닭을 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취 없이 부리는 절단 당한다. 평생 알만 낳는 닭은 골다공증에 걸려 뼈가 부러지기 쉬운데, 이는 닭의 사망률의 35%를 차지한다. 이러한 비인도적인 밀집 사육은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에 취약하게 만들고,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주변 동물,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산채로 땅에 묻힌다. 그리고 이중 남성 병아리는 알을 낳지 못하기에 태어나자마자 통째로 분쇄기에 갈려 죽는다.
3. 끊임없는 출산으로 탈장 되는 여성 개
여성 개는 보통 유행에 따라 ‘품종’ 개들이 모견이 되어, 발정제와 자궁수축제를 맞고 임신과 출산을 수없이 겪는다. 번식장에 가면 자궁과 질이 탈장되는 개들을 무수히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태어난 강아지들은 펫샵에 전시되어 판매되는데, 팔리지 않는 경우 강아지는 다시 번식견, 모견이 된다.
이 여성 동물들에게 강제되는 임신과 출산은 ‘착취’라는 말로 표현되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것은 성폭력에 가까운 행위들이다.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20대 여성으로서 그래서 더 열심히 소젖과 달앍을 먹지 않는다. 비건이 되고서 지인들에게 꼭 듣는 질문, “계란과 우유도 안 먹어?”라는 질문에 앞으로는 이 글을 보여줘야겠다.
보는 독자 중 여성이라면, 혹은 누구나 이 글이 불편했다면 오늘만큼은 소젖과 닭알을 먹지 않는 시도를 해보는 걸 제안한다. 화이팅!
[1] 인간과 비인간 동물을 부르는 다른 언어는 불평등과 차별을 강화하고 재생산하기에 ‘암컷’, 대신 ‘여성’으로 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