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지향)일기 시즌4]

비건은 식습관으로 끝나지 않아

종원

 

 비건 지향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다양한 동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물권 증진, 공장식 도축에 대한 거부감, 지나친 육식으로 인한 탄소 발생 저감 등, 모두 각자의 신념을 식습관의 변화를 통해 실천해 나가는 행동이죠. 그러나 그 계기가 무엇이었든, 비건을 지향하고 삶 속에서 실천하는 목적은 우리 세상을 더 안전하고, 정의롭게 만들기 위함에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식습관만이 아닌 생활 전반, 우리 사회의 체계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듯합니다.

 비건 지향 생활을 하며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게 된 문제는 ‘탄소발자국’이었습니다. 내가 실천하는 이 생활이 과연 기후 위기를 막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런 고민은 자연스레 탄소발자국이라는 개념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했고, 비건 식단이 육류 위주의 식단보다 훨씬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는 각종 연구 결과는 비건 지향 생활에 또 하나의 동기가 되었습니다. 매일 우리가 전기, 가스, 수도 등 거의 모든 인간 활동이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현대에 식습관과 함께 조금이라도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하는 생활 습관에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탄소발자국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물발자국’이라는 개념도 신경 쓰게 되었습니다. 인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전기만큼 많이 사용하는 물은 고기를 생산하는 데도 많은 양이 소모됩니다. 기후 위기 시대 우리가 사용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을 구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고, 이는 결국 우리 인간뿐만 아니라 물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위험하게 만들겠죠. 단순히 고기 성분이 없는 제품이 아닌, 조금이라도 덜 가공되고 덜 포장된 상품을 고르는 이유는 물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지요.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비건이 개인적 실천의 영역으로 여겨지지만, 시간이 더 흐르고 기후변화의 위협이 더욱 심각해질 때면 비건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비건을 지향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가장 좋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