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정보공개센터에서 인턴으로 활동중인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문준영 학생이 작성한 글 입니다.
지역 기관장들의 업무추진비(이하 업추비)만큼 좋은 기삿거리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업추비는 탈도 많고 문제도 많은 지출 항목이었죠. 과거 판공비로 불렸던 업추비는 지방자치단체 예산 중 가장 낭비가 심한 항목으로 지적되곤 했습니다.
1998년 정보공개법 시행 이후 지방자치단체장의 업추비 관련 정보공개 청구가 늘어났고, 이는 ‘판공비 공개운동 전국 네트워크’라는 시민단체들 간의 네트워크 조직을 통해 전국적으로 환산됐습니다. 당시 지자체 단체장들이 관련 정보를 조직적으로 비공개하면서 업추비 관련 정보공개 소송이 이뤄졌는데, 대법원은 일부 개인정보는 비공개하되 나머지는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2003년 3월 11일에 선고된 2001두 6425 판결)
그리고 2015년 현재, 각 지자체는 기관장의 업추비를 각 홈페이지를 통해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과거 시민단체의 노력이 일궈낸 중요한 성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각 지자체 기관장들의 업추비 공개 현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관장 업추비는 잘 공개되고 있을까요? 가장 잘 공개되고 있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지자체 기관장 업무추진비를 가장 잘 공개하는 곳은 어디?
이번 분석은 17개 시·도 기관장들의 업추비를 기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잘 공개한다’는 것의 의미는 ‘시민의 관점에서 해당 예산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얼마를 적절하게 사용했는지 파악하는데 얼마나 용이한가‘를 기준으로 합니다.
해당 홈페이지에 게시된 업무추진비 파일 혹은 홈페이지 화면에 공개된 업추비 공개 항목을 투명성의 판단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현재 각 지자체의 업추비 공개 항목은 통일된 양식이 없으므로 각 지자체의 기준에 따라 공개 항목이 결정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본적으로 공개된 사용 일자, 지출 내역, 금액은 분석 항목에서 제외했고, 그 외 사용처, 집행구분(카드/현금), 집행시간, 인원, 금액 합계, 집행율, 집행 대상, 공개주기를 항목에 포함시켰습니다.
<전국 17개 시·도 기관장 업무추진비 공개 항목 현황>
위 사진은 17개 시·도 기관장 업무추진비 공개 항목 현황입니다. 공개 항목을 가장 많이 공개하고 있는 곳은 서울특별시, 충청남도, 제주특별자치도, 세종특별자치시, 전라남도였습니다.
서울시와 충남의 경우 업무추진비 예산액과 집행액, 잔액, 집행율 항목을 공개함으로써 전체적인 예산 파악이 가능하도록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사용처와 인원 공개를 통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자세하게 공개했습니다. 17개 시·도중 가장 투명한 공개가 이루어지는 곳이라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보통의 경우 시민들이 해당 지역 기관장의 업무추진비가 얼마인지 아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렇기에 이런 전체적인 예산 현황을 공개하는 것은 시민들의 예산 이해에 있어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정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집행 대상이 빠져있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세종시와 전남의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잘 공개되었지만 전체적인 예산 현황을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집행 대상을 분명하게 공개했고, 특히 전남의 경우 17개 시·도중 유일하게 업무추진비 집행시간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세종시 시장 업무추진비 공개현황>
과거 업추비의 집행시간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밤늦게 업추비를 사용하는 등 업무와 관련 없이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라남도의 집행시간이 눈에 띄는 이유입니다. 여기에다 전체적인 예산 현황과 금액 합계를 포함한다면 가장 투명한 공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도도 투명한 공개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제주도의 경우 2015년부터 업추비 공개 항목을 대폭 늘려 공개를 확대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집행액이나 집행율 같은 전체적인 공개 항목이 포함되어 있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공개냐? 최악의 공개 지역은 어디?
다음은 최악의 공개 지역입니다. 업추비 공개 항목이 거의 없는 공개지역은 대구와 광주였습니다. 사용처는 물론 금액 합계나 집행 대상, 전체적인 예산 현황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과거 업추비 공개 항목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듯했습니다.
<광주광역시 업무추진비 공개 현황>
<대구광역시 업무추진비 공개 현황>
광주의 경우에는 사용한 예산이 현금인지 카드인지도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전체적인 예산 합계는 물론 파악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대구시도 마찬가집니다. 한 달에 얼마를 썼는지 보려면 보는 이가 직접 더해야만 알 수 있었습니다. 엑셀 파일이면 합계 정도 넣어주는 건 쉬운 작업일 텐데 말이죠. 더 많은 공개항목이 추가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업추비 일일공개하고 있는 경기도, 울산, 경남
다음은 일일 업추비를 공개하고 있는 경남, 경기도, 울산입니다. 대체로 일일업추비 공개 지역은 공개항목 수가 많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얼마를 썼는지 파악하기에는 쉽지만 전체적인 예산 파악은 어려웠습니다. 시민들이 하루하루 들어가서 업추비를 확인하진 않겠죠. 예산 파악이 가능한 집행액, 잔액, 집행율 등이 그 위에 공개되면 시민들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일업추비 공개 지역에서는 경기도가 합계와 사용처를 공개하는 등 가장 공개 범위가 넓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남도지사 업무추진비 현황>
<경기도지사 업무추진비 현황>
<울산광역시장 업무추진비 현황>
제각각인 업추비 공개 항목, 공개 범위 확대 필요
업추비는 같은 목적으로 사용하는 금액이지만 공개 현황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앞서 설명해 드렸지만 가장 필요한 공개항목은 전체 업추비 예산과 잔액, 집행율인 것 같습니다. 이는 일반 시민이 예산을 판단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전체 예산과 집행율을 공개하는 곳은 서울특별시와 충청남도밖에 없었습니다. 타 시도의 적극적인 공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카드인지 현금인지조차 공개하고 있지 않은 곳, 그리고 금액 합계조차 올리지 않아 시민들이 일일이 더해봐야 하는 지역도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지역은 기관장 직급 아래에서 업추비를 사용할 수 있는 실·국장들의 업추비 공개 수준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기관장의 업추비 공개 범위를 넓혀야 하는 이유입니다.
소통은 어렵지 않습니다. 행정에서 소통의 출발은 행정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접근하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공개하는 것부터 출발합니다. 정보공개의 범위가 더욱더 확대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