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균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의 말이다. 우 위원장은 “병원은 돈 버는 데가 아니라 환자를 치료하는 데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메르스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본 병원들에 대한 지원 얘기는 많이 나오는데, 병원이 병을 만든 데 대해 의사협회 등 의사들한테서 왜 반성의 얘기들이 나오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우 위원장은 이어 “작년 개정된 의료법 시행령에 따르면 병원 안에 부대사업으로 온천장, 수영장, 헬스클럽, 호텔, 의류점 등이 포함된 쇼핑몰을 여는 게 가능해졌다”며 “병원이 그렇게 ‘시장통’같이 된 뒤 메르스가 발생했다면 격리가 가능하겠냐”고 ‘돈 버는 곳’으로 전락한 병원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또한 “시립병원에 입원해 있던 결핵, 에이즈환자 같은 약한 사람들이 (메르스 퇴치를 위해) 전 국민을 위해 병원에서 쫓겨났지만 아무도 감사해 하지 않는다”며 “정부와 서울시가 이 사람들의 피해대책을 세울 것을 제안한다”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 같은 주장은 서울시가 13일 오전 시청 다목적홀에서 개최한 ‘메르스 방역 및 공공의료 혁신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 토론에는 보건·감염병 전문가, 병원장, 25개 자치구 보건소장 등 보건·의료전문가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주제발표자 및 패널들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다양한 원인분석에 이어 사후 대책을 제시했으나, 대체로 공공의료의 혁신과 공동체의식 회복을 위한 긴급처방을 주문했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감염병 대처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서울시 내 감염병관리본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서울시가 환자의 동선을 공개해서 (메르스를) 잘 잡은 건지 괜한 일을 한 건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다음에 또 있을 상황에 대한 훈련이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병원명 공개파장 줄이기에 급급한 보건당국은 위험 소통의 후진성을 보였으며, 언론도 메르스를 위험의제로 설정하는데 뒤늦었다”며 “조속하고 즉각적인 해법보다는 공공성의 관점에서 깊이 들여다봐야 또 올 수 있는 다른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지체 격리자 가둬야 한다고 신고하는 주민도 있더라”
이어 벌어진 패널토론에서 김민기 서울의료원 원장(국가지정격리병상)은 “혼잡한 의료실, 간병문화, 다인병상, 병원방문문화 등 그간 누구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 투자하지 못한 것을 이번 기회에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간병원이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을 수행하는 공공의원들의 수뿐만 아니라 질도 너무 떨어진다”며 개선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의성 강동구보건소 의사는 메르스 퇴치의 최일선인 보건소에서 겪었던 다양한 사연을 소개한 뒤 “정신지체 자가격리자가 거리에 돌아다닌다며 정신병원에 가둬야 한다고 신고하는 주민들이 있더라”며 “무너진 공동체 심리를 복구하기 위해 세월호 사건 때처럼 사람들 사이에 직접 들어가 상처를 보듬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자신이 메르스 능동감시 대상자라며 토론회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은우 변호사는 “우리나라 거의 모든 법엔 광역단체장이 권한을 갖고 있었으나 유독 의료법만 보건복지부 장관이 (광역단체장을 건너뛰고) 보건소장에게 직접 지시를 내린다”며 “지휘체계의 중간이 끊어짐으로써 방역체계에 큰 결점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오명돈 서울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전염병은 정보가 없는 만큼 유행이 시작되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세계 신종전염병 현장에 가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