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법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
[caption id="attachment_232528" align="aligncenter" width="640"] ⓒ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2023)[/caption]
5일 시민사회와 노동단체를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지켜내기 위한 연대체가 출범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피눈물, 일본 핵 오염수 방출까지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에서의 사건사고와 인명피해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에만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킬러 규제" 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중대재해법과 화평법, 화관법이 개혁대상으로 거론되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 자리에서 나온 어록입니다. 규제는 암덩어리라며 기요틴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부당한 법안개악 시도에 당당하게 맞서겠습니다.
[발언문 전문]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대표(김용균재단)
처음에는 노동자와 시민들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용인하는 이 세상이 너무도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아들을 잃기 전 나는 어땠나? 돌이켜보면 저도 그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었습니다. 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그저 좋은 것만 쫓아 보고 듣고 갈망하며 살아온 지난날이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다른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생각해보니 이웃의 안녕이 내 안녕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몰랐던 무지함이 지금의 현실을 만든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눈으로 보이는 발전한 이 나라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노력하며 열심히 살면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별 탈 없이 살아갈 줄 알고 열심히 살았지만 거짓된 희망이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이 환경은 정치적으로 내 삶을 전부 옥죄도록 지배당하고 있었음에도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 깨어났습니다. 그러니 내 삶을 바꾸려면 국민 모두가 이제부터라도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를 내 일로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한순간에 아들을 잃고, 아들과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다기에 이름도 생소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투쟁을 했습니다. 그 결과 산안법은 전면개정 되었지만 부족함이 있었기에 아들 동료들을 살릴 수 없는, 또다시 용균이를 기만한 법이라 분노가 치밀어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죽음을 막고자 영국처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기 위해 각계각층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을 비롯해 사고유형이 서로 다른 유족들을 중심으로 법안 준비과정을 거쳐 법제정운동을 하고, 30여일 단식까지 감행하며 열성을 다했습니다. 물론 경총과 기업이 반대가 심했지만 국민 72%의 찬성으로 납작하게나마 통과시킬 수 있었고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바꿔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법이 시행되기도 전부터 경영계는 개악을 요구해 왔고, 윤정부가 들어서자 분위기는 더 심각해졌습니다.
가족을 잃고 힘들어하는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자식들 왜 죽었는지 진상규명 해달라는 요구에 정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책임지려는 자세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어 반노동 정책으로 노동조합 때려잡기 바빴습니다. 대우조선하청노동자의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요구에 ‘손배 폭탄’으로 노동자들을 때려눕혔습니다. 화물연대 노동자의 졸음운전 막자는 ‘안전 운임제’ 연장 요구에는 불법 낙인을 찍고, 양대노총 사무실에 대한 강압적인 압수수색으로 국민들이 노조를 불신하도록 만들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선량한 건설노동자들을 폭력배로 매도하고 급기야 노조원들을 수십 명씩이나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윤정부의 이러함은 애초부터 옮고 그름의 잣대가 없습니다. 정치적으로 악용해 오로지 차기 집권행보로 보입니다.
진짜 법을 어기는 것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윤정부였습니다. 헌법으로 보장되어있는 노동3권으로 부당한 회사에 맞서 뭉치고 단결해서 정당하게 요구했는데 윤정부는 툭하면 불법 운운하고 검경은 윤정부 혀끝에 놀아나 알아서 기기 바쁘고 공권력으로 노동자들을 제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약자라서 더 죽어나가는 세상을 보고 있자니 억울해 미치겠습니다.
노동자와 시민들 피로 만든 민주주의가 이처럼 무참히 짓밟히다니 가슴속에 온통 분노가 솟구칩니다. 그 속에 내 아들 목숨도 들어있는데 어찌 참을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기업 입맛에 맞게 윤정부가 발맞추고 관련 부처가 나서서 산안법을 손보겠다고 하며 노동자의 과실로 책임 전가하고 원청 책임은 완화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입니다.
그리고 중처법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되었지만 처벌은 고작 세 건 밖에 없다보니 아직도 한해에 2400명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일이 여전한 이유 아닙니까? 그 세 번의 처벌 수준도 구 산안법으로도 처벌 가능한 저급한 수준입니다. 거기다 이미 3년이란 시간을 충분히 유예하여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시키기로 했는데 경총과 중기부는 더 유예하자고 나서고 있답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사고 80%나 차지해 더 시급한일인데 기업만 두둔하고 노동자의 죽음을 허용시키는 저급한 태도는 이윤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는 야만적인 식인 풍습을 우리들이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전 방치로 자식을 잃고서도 살아야하는 이런 기막힌 삶 더는 없어져야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노동자 살림은 더 쪼그라들고 자식까지 잃어가면서 경제발전함이 도대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려고 우리의 발버둥을 저들은 자꾸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려고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지키고 부족한 걸 채워가기 위해 싸우는 과정도 법제정운동 때만큼이나 치열하게 싸워야 할 모양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만드는데 함께 했던 그 간절했던 마음들을 다시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돈에 미친 야만인들을 단속할 민주시민이 다시 일어나 ‘생명안전 개악저지 공동행동’에 함께하길 바랍니다.
[기자회견문]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등 노동자 시민의 생명 안전 후퇴 개악을 중단하라
윤석열 정권 출범 1년 만에 화물노동자와 시민 안전을 위한 안전 운임제를 폐기했고, 마트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한 일요일 의무 휴업일제 폐지를 확대했다. 노동자를 과로사로 몰고 가는 69시간 노동시간 개악은 사회적 저항에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타워크레인 기사 노동조합의 안전점검을 태업으로 몰아 면허를 취소하고, 건설노조의 산재예방활동을 공갈협박으로 몰아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고도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노동자 처벌은 확대하고, 원청과 기업의 책임은 축소하는 개악이 추진되고 있다. 2,400명 산재사망, 세월호, 가습기 참사 등 반복적인 죽음을 끊어내기 위해 노동자 시민의 힘으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 그러나, 1년 6개월 동안 10%도 안 되는 검찰 기소에 그나마 대기업은 찾아볼 수가 없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은 기업 처벌은 완화하고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를 연장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화물안전운임제부터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지난 수 십년 노동자 시민이 스스로 싸워 쟁취한 생명과 안전에 대한 법 제도를 윤석열 정부가 일거에 무너 뜨리고 있는 것이다. 노동, 민생, 민주, 평화를 파괴하는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까지 파괴하는 폭주를 더 이상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오늘 출범하는 <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은 광범위한 노동자 시민의 힘과 지혜와 뜻을 모아 개악을 반드시 저지할 것을 선언한다.
이에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저지하는 공동행동>에 나서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과로사로 몰고 가는 노동시간 개악 폐기하라
- 노동자 처벌 확대하고, 기업책임 완화하는 산안법 개악 중단하라
-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즉각 중단하라
- 중대재해 처벌법 신속, 엄정 집행으로 책임자를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