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KBS노조 <특보>를 보고 KBS 직원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사측이 2014년 임금 협상안으로 ‘임금 2% 삭감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사측의 2% 삭감안 제시를 전해들은 KBS 직원들의 표정은 몹시 어둡다. 월급 얼마가 오르느냐보다, 자신의 노동이 정당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체념이 KBS 내에 짙게 퍼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는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의 스포츠 빅이벤트와 세월호 사고 같은 예상하지 못한 험난한 시간들이 많았기에 ‘임금 삭감안’을 접한 직원들의 마음은 더욱 참담할 수밖에 없다.
조대현 사장은 KBS 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라!
조대현 사장은 취임일성으로 올해 적자를 막겠다고 했다. ‘2% 임금 삭감안’은 결국 직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적자를 막겠다는 조대현 사장의 의도가 드러난 셈이다. 앞선 사장들과 마찬가지로, 경영에 있어 무능력을 자인한 것이다.
게다가 올해 대규모 적자는 피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지속적인 제작비 축소와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해온 직원들의 노고 덕분이다. 그런데 그의 대한 회사의 대답은 임금삭감이라니...
KBS 직원들의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고, 정당한 대가를 인정할 생각이 없다면, 조대현 사장은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고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라. 그것이 방송 일선을 힘겹게 지키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무능경영-무능노조’ 모두 심판 받아야
임금 삭감안을 보는 KBS 직원들의 절망과 분노는 다만 회사만을 향하고 있지는 않다. 교섭대표노조라는 명명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얼마나 노동조합을 우습게 알면 동결도 아니고 삭감안을 제시하나’라는 말이 사내에 돌고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단지 이번 삭감안이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지속된 노사 협상의 경향성이다. 수신료 현실화, 광고 매출 급감 등의 사정을 들며 사측은 계속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교섭대표노조라는 KBS 노동조합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계속 끌려가고만 있다. 2011년 4.0%의 임금 인상을 이룬 이후, 2012년 3.2%, 2013년 1.18%로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더니 결국 올해는 사측이 2% 삭감을 제시한 것이다. ‘무능경영 심판’ 운운하기 전에 ‘무능노조 심판’부터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들이 나오는 이유이다. KBS노동조합의 무능은 결국 KBS 전 구성원에게 재앙으로 돌아오고 있다.
<KBS노조의 ‘단독’ 임금협상 일지> 9월 15일 임금출정식 및 임금협상 1차 본회의: KBS노조 6.6% 임금인상 요구 9월 29일 임금실무소위 노사위원 대표간 상견례? 10월 6일 임금실무소위 1차 회의 : KBS노조 6.6% 인상 - 사측 입장표명 없음 10월 16일 임금실무소위 2차 회의 : KBS노조 임금인상 당위성 제시 - 사측 입장표명 없음 10월 27일 임금실무소위 3차 회의 : KBS노조 성실 교섭 요구 - 사측 2% 삭감 제시 10월 31일 임금실무소위 4차 회의 : KBS노조 2% 삭감안 수정요구 - 사측 거부 <자료 : KBS노조 특보 참조> |
공동 교섭단을 구성해서 회사에 대응해야
교섭대표노조라는 화려한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지난 1-2년간 보여준 KBS노조의 성과는 안타까울 지경이다. 지난 노사협의회에는 노사합의서에 적시되지 않은 구두로 언급된 내용까지 합의된 성과인양 포장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KBS노동조합 집행부를 제외한 KBS 전 직원들이 더 이상 KBS노동조합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공동 교섭단을 구성해서 사측에 대응하자. 늘 이야기 하지만, KBS본부는 함께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KBS노동조합이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동등한 주체’로 연대해서 싸울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