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언론 장악 의도를 노골화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 155명은 지난 13일 사실상 KBS와 EBS를 국영방송화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이하 ‘공운법 개정안’) 발의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새누리당 이현재의원은 제안 이유로 “공공기관의 부채가 너무 많아 취약한 재무 건전성을 위해서는... 재정 건전성이 취약한 공공기관을 퇴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법률로 명시돼 있던 “KBS와 EBS는 공공기관 지정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은근슬쩍 삭제하는 꼼수를 저질렀다. 다시말해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놓은 뒤 예산과 인사를 통제하고, 더 나아가 입맛에만 맞는 보도와 프로그램 만을 편성하도록 감시하겠다는 마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공운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의도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 정부는 불과 몇 개월 전 위안부 할머니들을 공개적으로 비하하고 친일역사관을 드러낸 문창극씨를 총리로 임명 강행하려다가 KBS의 보도로 좌절된 바가 있다. 그에 앞서서는 뉴스 아이템은 물론 토론프로그램 패널 지정에까지 일일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이어지는 등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드는 기도가 정권 핵심부로부터 끊임없이 자행돼 왔다는 폭로가 잇따르기도 했다. 결국 정권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했던 KBS 사장이 여론의 힘에 떠밀려 해임되자, 이번엔 親정권 인사이자 역사 인식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이인호씨를 KBS 이사장으로 선임해 KBS 경영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바도 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한술 더 떠 예산과 결산심사를 빌미로 KBS와 EBS를 정권의 발 아래 두고 정권의 입맛대로 길들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까지 나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反민주적 폭거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현 정부 출범 초기 “방송 장악을 할 의사도 없으며,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公言이 그야말로 空言이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방송 장악이 가능하도록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 공영방송을 국영방송, 그리고 정권홍보방송으로 만들려는 기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공운법 개정안’에 서명한 155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과연 제정신인가? 40년 전 유신헌법에 찬성해 권력에 기생하면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데 거수기 노릇을 했던 부끄러운 역사와, 현재의 ‘공운법 개정안’ 기도가 과연 무엇이 다른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수십조원을 강물에 쏟아부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재벌건설업체들의 배만 불려준 ‘4대강 사업’, 그리고 ‘국제적 봉’으로 전락한 ‘자원 외교’를 한다며 천문학적인 빚을 공공기관에 고스란히 떠넘긴데 대한 석고대죄부터 해야 할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1만2천여 조합원들은 새누리당이 현재 자행하고 있는 ‘공운법 개정안 기도’를 ‘언론 자유의 근간을 흔드는 폭거’로 규정하고 KBS, EBS 구성원들은 물론 모든 언론인, 그리고 諸세력과 연대해 끝까지 투쟁해 반드시 분쇄할 것임을 엄숙히 선언한다.
2014년 11월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