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언론실천선언 40주년, 재단 설립 추진 언론인 대회 열려

"언론이 불신을 넘어 저주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시민들은 주저없이 언론인을 '쓰레기'라 부르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언론은 공정해야 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절대 명제를 내려놓을 수 없다" - <자유언론실천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언론인 결의문에서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기자들이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편집국, 방송국, 출판국의 기자, 피디, 아나운서 200여명은 독재 정권의 탄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했다. 조선일보, 한국일보를 비롯한 전국 35개 신문, 방송, 통신사의 언론인들도 이 선언에 동참해 한 목소리로 자유언론을 외쳤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났다.

참 언론을 찾겠다던 양심있는 젊은 언론인들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었다. 그 뜻을 후배 언론인들이 계승하겠다고 나섰다. <자유언론실천재단> 설립 추진을 위해 15일 저녁 7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 100여명의 언론인들이 모였다.

이 날 모인 <자유언론실천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언론인들은 "40년 전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이 지금 한국사회에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절감한다"며 "이 재단을 진지로 삼아 폭압에 지친 언론인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정의롭지 못한 언론에 등 돌린 시민들의 손을 다시 잡고 미래 세대에 참 언론의 희망을 심어주겠다"고 결의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 설립 추진위원회는 조성호 새언론포럼 초대회장, 강성남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추진위는 오는 8월 언론계 내외부 인사 20여명으로 구성된 발기인 대회를 개최하고, 서울시에 재단 등록 추진, 9월 중으로 등록을 마치고 출범식 및 후원 결의 대회를 개최 할 예정이다.

조성호 새언론포럼 초대회장은 "유신독재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광분하는 시절이었다"며 "그런 혹독한 시절에 나온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의 귀중한 정신을 계승하고 실행하자는 뜻에서 이렇게 모였다. 큰 힘을 모아달라"고 밝혔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선배님들의 자유 언론 실천 선언의 가치를 새롭게 가슴에 새길 것을 결심한다"며 "언론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전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자유언론실천선언을 기억하는 것보다, 선배들과 함께 하는 것 보다, 투쟁을 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 것 같다"며 "조직의 대표로서 벅찬 의무를 짊어졌다. 언론인 여러분이 명령하신 것으로 알고 제대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언론 자유를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이 자리가 마련됐다"며 "해직 언론인들의 어려운 삶을 함께 고민하고,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실천을 위해 기여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40년 전 <자유언론실천선언>의 의미를 널리 알리는 사업을 비롯해, 바른 언론인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사업, 잘못된 언론을 바로 잡는 사업, 청소년들에게 언론을 판별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사업, 해직 언론인의 복직을 지원하고 가족을 보살피는 사업등을 전개 할 계획이다.

   

김중배 언론광장 대표는 "6월항쟁, 5.18은 지나간 어제가 아니라 오늘이고 내일이라 도저히 기념할 수가 없다"며 "지구의 역사도 팽이처럼 채찍을 가해야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것이 극복되는 그 날까지 모든 것이 오늘이라고 생각하며 살겠다. 여러분의 뒤를 열심히 따르겠다"고 격려사를 전했다.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언론단체나 현직, 해직 언론인들만의 힘만으로 이 재단을 영구적으로 지속할 수는 없다"며 "1974년 박정희 정권의 광고탄압으로 백지사태가 일어나고, 동아방송의 전파가 끊어졌을 때 우리를 살린 것은 시민들의 성금이었다.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찾고, 공정보도를 위해 싸운다면 이 재단에 수십만 민중의 힘이 모일 것이다. 80년 그 날의 각오로 열심히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정남기 전 한국언론재단이사장은 "언론상황과 민주주의의 역사가 자꾸 후퇴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언론운동 선배들이 언론인들의 후생에 더 신경을 썼더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며 "해직에 두려워 하지 않는 언론 풍토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면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파수꾼이 되겠다는 결의를 다진다면 국민들이 박수와 격려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낌없이 성원하고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정영하 전 MBC본부장(해직언론인)은 "선배님들이 어렵게 일구신 텃밭을 후배들이 지켜내지 못한 것 같아 면구스럽다"며 "하지만 저희가 또 일어나서 다시 찾아오지 않으면 누가 자유언론실천의 열매를 맽을 텃밭을 가꾸겠느냐.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