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네 눈물을 기억하라’
“대통령은 책임져라!” “진상규명 기소권!” 함성

“어른들은 기다리래요 / 어른들은 춤추면서, 우리들의 바다를 밟아대면서 / 기다리래요, 기다리고 또 기다리래요 / 이젠 안 돼요, 더 이상은 기다리지 않을래요”(강은교 –‘딸의 편지’ 중-)

“텔레비전은 열심히 구조하고 있으니까 안심하고 기다리래 / 오지 않는 구조대를 기다리다 지친 컴컴한 바닷물이 먼저 밀려들어 울음과 비명을 틀어막고 발버둥을 옥죄어도....” (김기택 –‘기다리래’ 중-)

   

‘네 눈물을 기억하라’-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시낭송 그리고 음악회가 24일 오후 7시30분 서울시청 광장에서 5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한국작가회의와 세월호를 잊지 않는 음악인 그리고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했고, 서울시가 후원했다.

이지애 아나운서의 사회로 강은교, 김기택, 김해자, 문동만, 함민복, 허은실 등 시인들이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지은 시를 낭독했다. 또 가수 김장훈, 이승환, 박선미, 우리나라, 자전거탄풍경이 노래를 했다. 피아니스트 이희아씨는 피아노 연주 후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무반주로 불렀다.

“아이 둘은 서로에게 매듭이 되어 승천했습니다/ 정부가 삭은 새끼줄이나 꼬고 있을 때/ 새끼줄 업자들에게 목숨을 청부하고 있을 때/ 죽음은 숫자가 되어 증식했습니다 / 그대들은 눈물의 시조가 되었고 / 우리는 눈물의 자손이 되어버렸습니다”( 문동만 – ‘소금 속에 눕히며’ 중 -)

   
   

추모 행사 중간에 안산서 서울광장까지 걸어온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도착했고, 시민들이 뜨거운 박수로 답했다.

“현관문 열어두마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네 방 창문도 열어두마 한밤중 넘어올지 모르니/ 수도꼭지 흐르는 물속에서도 쏟아지는 엄마 엄마 소리”(김해자 – 아기단풍 중-)

“누이야 누이야 한나절만 여기서 더 놀고 가렴 다물지 못한 입에 떠 넣어주려 이팝꽃 피네 백 석 천 석 만 석 저녁을 짓네 누이야 누이야 한 숟갈만 더 밥 먹고 가렴” (허은실 - ‘제망매, 흰 꽃들의 노래’ 중 -)

가수 김장훈씨는 “절대로 상처받지 마십시오. 가족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울다울다 서는 힘도 없는데 이렇게 나온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서울시청 광장 5만여 명이 모인 무대 위 스크린 속에서 가수가 꿈이었던 故 이보미양이 ‘거위의 꿈’을 가수 김장훈씨와 함께 불렀다.

   

세월호참사유가족대책위원회의 김병권 위원장은 “대통령은 가족들의 뜻이 반영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했고, 그 약속 지킬 것을 요구한다”며 “국회, 광화문 농성과 단식은 계속되며, 사회 각계 원로들이 함께 해주신다고 해서 가족 일부는 단식을 풀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함께 외쳐봤으면 좋겠다며 시민들에게 함께 소리쳐 달라고 청했다. “국회의원들은 깨어나라!, 청와대는 깨어나라!, 국민들이여 깨어나라!”

“가녀린 손가락들 / 나는 괜찮다고 바깥세상을 안심시켜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보았을/ 공기 방울 글씨 / 엄마, / 아빠, / 사랑해!” (함민복 -‘숨 쉬기도 미안한 4월’ 중-)

   

추모 행사가 끝난 뒤 세월호 가족들은 광화문 농성장까지 이동하려 했으나 경찰에 막혔다. 경찰은 유족만 갈 수 있다며 경찰 병력과 차벽을 촘촘히 배치했다.

시민들은 장대비를 맞으며 “대통령은 책임져라!” “진상규명 기소권!” “비켜라”를 함께 외치며 광화문 광장까지의 이동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