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노동조합협의회 기자회견, "비정상적인 방송사 현실 직시할 수 없어"
방송사노동조합협의회가 24일 오후 4시 EBS앞에 모여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비정상적인 방송사의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모였다"며 "감사원이 밝힌 비리 혐의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낙하산 이사장, 구성원과 시청자의 항의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낙하산 사장 등 EBS 경영진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시청자가 아니라 임명권자만을 보고 갈 수 밖에 없는 폐단, 취약한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전형적인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이춘호 EBS이사장은 관용차를 사적으로 유용해 EBS에 1억 1천만원 가량의 손해를 입혔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EBS구성원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사퇴 촉구에도 불구하고 사퇴하지 않고 있어 이사회와 경영진의 무책임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송희 EBS 지부장은 지난 5월 26일부터 이춘호 이사장 퇴진과 일산 사옥 이전 반대를 요구하며 로비 농성을 진행중이다. (관련기사 : EBS지부, 사장 불신임 투표 진행 | 신용섭 EBS사장 불신임 “84%” | “이사 자격 없는 이춘호, 이종각은 시퇴하라” | "이춘호 EBS 이사장, 공영방송 명예 더럽히지 말라")
이성주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방송이 제 위치를 잡고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면 집권 여당이 세월호 사건을 '교통사고'라고 말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것이 세월호 100일을 맞는 우리의 현실, 암담한 방송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주 MBC본부장은 "수많은 보도개입의혹을 바로잡아보려고 노력했지만 그런 사람들을 대량으로 징계하고, 법원의 판결도 왜곡 해석하는 상황은 모두 구조의 문제"라며 "이런 잘못된 구조와의 싸움, 방송법을 바꾸는 투쟁을 끝까지 계속하도록 하겠다. 힘은 약하지만 이겨내야 할 싸움이라는 것을 다짐한다"고 전했다.
2012년 파업기간동안 해직된 6명의 MBC 해직언론인들은 지난 6월 27일 법원의 판결에 따라 근로자 지위가 회복됐다. 그러나 MBC는 해직자들의 로비 출입조차 못하게 하고, '임시 출입증'만 발급하는 등 정상적인 출근을 방해하고 있다. (관련기사 : 법원, MBC 해고자 6명 복직 명령 | MBC 해직언론인들, '출근' 투쟁 | ‘통제용 신분증’ ‘면피용 급여’ 인정 못 한다 )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방송을 장악할 생각도 없고, 할 수도 없다고 공언했던 박근혜 정권은 일년 반이 지나도록 방송사에서 벌어졌던 온갖 패악질을 바로잡지 않았다"며 "공영방송 이사회가 왜 존재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사회가 인사청문화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의 경로당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한송희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신용섭 사장은 방송통신위원회 인사 문제 해결을 위해 EBS에 들어왔다고 하며 문제가 되었던 사람"이라며 "EBS가 방송통신위원의 자리를 해결하는 기관인지 자괴감이 든다. 이는 결국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연결되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던 길환영 전 KBS 사장이 구성원과 시청자들의 거센 저항에 부닥쳐 물러났지만 결국 부적격 사장을 다시 후보로 추천하고 마는 KBS 이사회, 법원이 ‘공정방송은 방송노동자의 근무조건’임을 밝히며 해직언론인을 복직시키라는 판결을 거듭 내렸음에도 이를 애써 무시하고 있는 MBC 경영진, 이들은 모두 하나의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필연적인 현상"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정치적으로 독립된 지배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방송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다시 시청자에게 돌려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대통령은 대선공약을 이행하고 국회는 즉각 논의에 착수하라"며 "방송사노동조합협의회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이라는 상식적인 가치가 복원될 때까지 모든 것을 다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