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 “KBS 장악 야욕 또 드러낸 것”
언론단체들 이인호 KBS 이사 선임 ‘절대불가’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은 2일 방통위로부터 KBS이사로 추천된 이인호 씨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이인호씨는 제 2의 문창극으로 불린다”며 “친일 지배를 옹호하는 등 원로 인사가 갖춰야 할 역사 인식의 품격도, 민주주의 사회의 언론 역할에 대한 기본인식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1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전체회의에서 야당 추천 상임위원의 반대에도 이길영 KBS이사장 후임으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KBS 이사로 추천했다. 이인호(78) 씨는 서울대 명예교수, 주러시아 대사,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이인호씨는 지난 5월9일 TV조선에 나와 KBS의 문창극 보도와 관련 “비기독교인이 보면 오해할 소지가 약간 있다. 하지만 강연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문 후보자를 반민족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이씨는 6월 19일에도 TV조선에 출연해 문창극 총리후보자의 전체 강연은 감동적이었고, 공영방송 KBS가 강연 전체를 보도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바 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13일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도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해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일을 많이 왜곡해서 다루고 있다. 이런 역사 왜곡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 같다”는 말하기도 했다.
이에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은 8월30일 박근혜 정권이 KBS장악 야욕을 또 다시 드러냈다며 ‘청와대 낙하산 이사’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이인호씨는 절대 KBS이사가 되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며 “정권의 꼭두각시에 충실했던 길환영 사장이 결국 쫓겨났다. 청와대 낙하산 이사를 일방적으로 밀어 붙여서 벌어질 사태의 책임은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시민사회단체에서도 이인호씨의 KBS이사 선임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일 KBS의 독립과 공영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이인호씨 이사 선임을 반대했다. 민언련은 “이사장이 방송프로그램에 관여할 수 없다고 하지만 청와대와 이사장 그리고 사장으로 이어지는 은밀하고도 조직적인 보도통제의 실상은 이미 적나라하게 밝혀졌다”며 “비뚤어진 역사인식을 가진 사람이 이사장으로 선임된다면 KBS가 제 역할을 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역시 논평을 내고 “이인호씨 내정은 공영방송 안팎의 지배구조를 틀어쥐고 언론독재를 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대통령은 그만 방송에서 손을 떼라’는 국민의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역사정의실천연대 역시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역사 교육에 이어 방송이 또 다른 이념의 전쟁터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씨의 KBS 이사장 내정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