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단체, 언론단체, 국회의원들 4일 반대 기자회견
“프랑스가 공영방송의 이사장으로 나치 독일에 협력한 부역자의 후손을 임명한다고 발표하는 것과 같다”(2014년 9월 4일 정론관, 이인호 KBS 이사장 임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문 중)
박근혜 정부가 이인호씨 KBS 신임 이사로 삼으려는 움직임에 언론 단체는 물론 역사단체들과 국회의원까지 결사 반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4일 오후 2시 정론관에서 열린 이인호 KBS이사장 임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는 단재 신채호선생 기념사업회,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사업회,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장준하선생 기념사업회, 사월혁명회, 민족문제연구소, 역사정의실천연대가 함께 했다. 개인 자격으로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과 함세웅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고문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대표적인 친일 뉴라이트 인사인 이인호씨는 공영방송 이사장으로 부적합한 인물”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민족의 미래를 암울한 터널 속으로 끌고 가려는 위험천만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정부는 역사를 왜곡하고, 친일, 독재의 역사를 미화하려는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며 “정권의 운명에 스스로 칼을 대는 자해행위를 멈추고 처절한 반성 속에서 민생을 챙기는 국정운영에 충실해야 한다”고 엄중히 물었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은 “이인호의 할아버지는 이명세로 대표적인 친일파”라며 “자신의 할아버지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이를 감추고 미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냐. 과연 공영방송 KBS의 이사장 자리에 앉히려는 것이 맞느냐”고 비판했다.
역사단체들에 따르면 이인호씨의 조부인 이명세씨는 일제 침략기 때 조선총독부가 어용친일단체로 조직한 조선유도연합회의 상임참사를 지냈다. 또 태평양 전쟁에서 조선인을 동원하기 위한 조선임전보국단 창립발기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역사단체들은 이명세씨에 대해 윤치호와 최린과 함께 활동한 ‘친일 거두’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에서도 참석했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송 등 언론 기관에 극단적이고 비정상적인 인사들을 내세우는 이유가 뭐냐. 언론을 정권의 홍보 및 관리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냐”며 “이인호 KBS 이사 선임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이어 “계속해 박근혜 정부가 질식 상태의 언론 상황을 즐기며, 비정상적으로 끌고 간다면 언론노조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 투쟁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이인호씨는) 역사 의식이 삐뚤어지고 부적격 인사로 절대로 KBS이사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태는 정권의 공영방송 재점령 공작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국민들과 함께 반대와 저지 투쟁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이종걸, 문병호, 임내현 등 국회의원 29명도 이인호씨의 KBS이사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참여 의원으로는 강동원, 권은희, 김광진, 김기준, 김민지, 김용익, 박광온, 박지원, 박홍근, 배재정, 안민석, 양승조, 오영식, 유성엽, 유승희, 이상민, 이상직, 이춘석, 이학영, 장병완, 전정희, 전해철, 정성호, 진성준, 최원식, 홍영표 의원이 뜻을 함께 했다.
이종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친일 핵심 뉴라이트 인사들이 각 곳의 기관장 등을 맡고 있다”며 “KBS 이사장으로 부적절한 인사를 임명하는 것에 많은 단체들과 국민들이 분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동북아역사왜곡특위에 소속된 임내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이인호씨를 KBS이사장에 임명하는 것은 현재 일본 우경화 등에 대한 시정 촉구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며 “이런 조치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인호씨를 KBS이사로 추천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선임 절차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방통위 회의에서 야당 추천 위원인 김재홍 고삼석 방통위 위원이 기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퇴장했다. 하지만 정부 여당 위원들이 단독으로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