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심의 잣대…'좋은 프로그램상'도 거부 할 것"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사소위의 KBS <뉴스9> 문창극 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에 대한 '관계자 징계'결정이 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전체회의를 통해 의결 될 예정이다. 지난 27일 방송심의소위원회는 관계자 의견 청취 후 여야 3대 2의견으로 '관계자 징계'를 결정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한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11개 언론시민사회단체는 4일 오후 1시 30분 방심위 전체회의가 열리는 목동 방송회관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의 논리가 실종되고 정치의 논리만이 활개치는 방심위가 됐다"며 방심위 해체를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방심위는 지난 3월 TV조선이 박창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가 'NLL 북방 한계선은 우리 영토가 아니라고 얘기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정당화했다'고 단정해 보도한 것에 대해 '문제없음'을 의결했다"며 "당시 박만 위원장은 '박 신부 말에서 편집해 필요한 것만 고르긴 했지만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공정성 객관성 조항 적용은 어렵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KBS 보도 역시 문 후보자의 발언에서 편집해 필요한 것을 골랐고 문후보자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인데 왜 이번에는 동일 기준이 적용되지 않느냐"며 "이번 보도에 징계를 내린다는 것은 정부의 잘못을 감시하고 지적해야 하는 언론의 '감시견'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사실상 방송을 검열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지난 27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여권 추천위원들은 "KBS의 보도가 문 후보자의 발언 중 일부만을 발췌해 강연 내용을 왜곡했다"며 방송심의규정 9조 공정성 조항과 14조 객관성 조항을 위반으로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주장했다.

방심위 권위 잃었다…"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거부하겠다"

이경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여야 6대 3구조라는 점에서부터 태생적으로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심의를 할 수 없음을 나타내고 있다"며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을 통해서 방심위는 해체 작업에 나서야 한다.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권오훈 KBS본부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언론 탄압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며 "방심위는 이제 더 이상 권위와 권능, 신뢰를 갖고 있지 않다. 고무줄 잣대로 정권의 이해에 따라서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본부장은 이어 "이번 징계는 재판에서 결국 또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오게 될 것이다. 이렇게 신뢰를 잃어버린 조직을 국민 세금을 써 가면서 유지해야 될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KBS본부 조합원들은 방심위에 대한 해체투쟁과 전면적인 불복종 투쟁에 돌입할 것이다. 이 달의 프로그램상 출품을 거부하고 어떤 심의든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방심위의 심의는 법원에서 계속 '취소'결정이 내려지고 있다. CBS <김미화의 여러분> '우석훈·선대인'출연 편에 대한 '주의'조치는 대법원에서 최종 '취소' 판결이 났고, KBS <추적60분> '천안함 사건'편 제재 역시 1심에서 '취소'가 결정됐다.

홍준표 한국PD협회장은 "다른 지상파와 종편, 신문사까지 모두 같은 보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KBS에는 '관계자 징계'라는 가장 수위 높은 징계를 하고 있다"며 "방심위가 3기를 거치면서 조금 나아질까 하는 일말의 기대마저 무너져내렸다. 방심위는 더 이상 존재가치를 잃었다. 민주주의 사회에 언론의 자유를 퇴행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