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사업자 민원으로 얼룩진 정부의 방송 규제 완화
정부의 통합방송법 논의가 방송의 공적영역과 시청자의 권리에 대한 고려 없이 유료방송만을 위한 법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익추구형 또는 사업자 주도형으로 통합유료방송법이 제정된다면 정부와 기업의 유착관계가 더욱 공고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 3월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방송통신 융합 및 스마트 미디어 확산에 따른 방송환경 변화 대응을 비롯한 공정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법제 정비 추진을 목적으로 '유료방송 규제체계정비 연구반'을 구성했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각각 추천한 학계, 법조계, 연구계 및 부처 담당자들로 구성된 연구반은 오는 11월 법안 제출을 목표로 입법을 준비 중이며 공청회등을 거쳐 내년 초 입법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공공미디어연구소, 우상호·유승희·최민희·송호창 의원은 2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국감 이슈 연속 토론회 네번째 세션으로 미래부 주도 통합방송법 제정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들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유료방송 규제완화는 공공성 축소로 이어질 것"
그동안 국내 방송법은 전송방식 및 서비스별로 규제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었다. 따라서 유료방송은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의 규제를 받았다. 정부는 두 법을 통합하여 방송 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가 억제되고 신규 서비스 도입이 제한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지나치게 '규제 완화'중심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발제에 나선 박상호 공공성TF 연구위원은 "'유료방송 규제체계 정비 연구반'의 통합법 논의 방향과 구체적인 법률안이 외부로 제시되지 않아 내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연구반 이름을 통해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통합방송법보다는 유료방송관련 법률의 통합만이 논의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제대로 된 통합방송법 마련을 위해서는 국민과 시청자를 소외시켜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상호 연구위원은 "방송산업의 주요 재원인 광고를 두고 모든 방송사업자가 이전투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료 방송 사업자만 규제 완화의 특혜가 제공된다면, 방송의 공적 영역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며 "방송의 공적역할로 보호받아야 할 시청자들의 권리도 사업자의 논리에 의해서 단순 이용자로 전락하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제 정비 연구반, "방송의 가치에 대한 논의는 없다"
'유료방송 규제체계 정비 연구반'에 속해 있는 이종관 미래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유료방송 규제정비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라며 "연구반은 현재 '미세 조정 우선의 원칙'으로 전체적인 방향성을 잡았다"고 전했다.
이종관 연구원은 "연구반은 시장의 큰 틀은 바꾸지 않는 범위에서 조문의 불균형등을 일단 조정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박상호 위원의 말 처럼 공공성이라는 방송의 가치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나친 상업성 강조가 공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정책 수단이 본격적으로 논의 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 미세조정을 한다고 하면 다음에는 공익성, 공공성에 대한 논의를 실천에 옮기겠다는 식의 로드맵이 정리되어야 하는데 그게 없는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뉴미디어에 밀리는 방송환경도 예상해야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유료방송만 어려운 게 아니라 지상파도 마찬가지다. 크롬캐스트, OTT서비스등 내부적인 불확실성보다 외부적인 불확실성이 더 큰 상황을 통합방송법이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며 "통합방송법이 만들어졌어도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비지니스 기회나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된다. 산업의 목표를 명확히 해서 제대로 된 통합방송법을 위한 논의를 투명하게 공론화해야한다"고 전했다.
오용수 미래부 방송산업 정책과장은 "시민단체에서 우려하고 제안한 부분들은 이미 논의에서 걸러내고 있다"며 "법제정비 안이 나올 때 까지 기다려 주시고, 미진한 부분은 정치권의 논의로 넘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