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30일 대전일보 앞 기자회견
장길문 지부장 “참담, 통탄, 비통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은 9월 30일 낮 12시 대전광역시 서구 계룡로 대전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대전일보의 노동조합 탄압 중단과 장길문 지부장 대기발령 철회를 요구했다.

대전일보 지부는 7월 임금 7% 인상과 소급분 지급을 구두 합의했으나 8월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합의를 깼고, 5년 전 게재된 사진에 대한 경위서를 요구하며 장길문 지부장에게 대기 발령을 통보했다. 현재 장 지부장은 하루 종일 기획조정실 소파에 앉아 있어야 하는 형벌 아닌 형벌을 감내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최고경영진과 기획조정실장은 정당한 노조 활동을 탄압하고, 장 지부장에 대한 대기 발령으로 치닫고 있다”며 “대전일보사는 장길문 지부장에 대한 대기발령을 즉각 철회하고 성실 교섭 임하라”고 촉구했다.

이경호 언론노조 수석 부위원장은 “지부장들이 오늘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그동안 회사가 기자 조합원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해왔는가를 묻기 위한 것”이라며 “대전일보는 노사간 협상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지부장 징계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식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본부장은 “언론사의 노동조건은 지역 사회의 민주주의와 발전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올바로 서기 위한 대전일보 동지들의 요구는 정당하다”며 “하지만 지금 대전일보는 매우 안타깝다. 신의성실을 지키지 않고 징계성 대기 발령을 했다”고 꼬집었다.

이 본부장은 이어 “전근대적인 노사관계의 행태를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우리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며 “즉각 성실 교섭에 나서지 않을 경우 대전지역 2만 조합원과 지역 시민사회와 정당들과 함께 강력한 투쟁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장길문 대전일보 지부장은 “6차례 교섭 과정에서 사측은 툭하면 말 바꾸기를 하고 강압적인 태도로 노조를 대해 왔다”고 전한 뒤 “지난 11일 조합원 총회에 앞서 회사는 저에게 5년전 신문에 게재된 사진을 언급하며 경위서 제출을 종용했고, 경위서 제출 요구는 지부장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장길문 지부장은 “회사를 위해 일해 온 조합원들을 흔들기 위해 지부장인 저를 타깃으로 삼아 치졸한 뒷조사를 하고 대기발령을 내린 사측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함, 통탄함, 비통함마저 든다”고 말했다.

장 지부장은 이어 대전일보 기획조정실의 경영과 인사방식을 강하게 규탄했다. 장 지부장은 “경영실적 부진을 편집국에 떠넘기는 것과 기획조정실이 회사를 살리고 있다는 농락에 방관하지 않겠다”며 “기자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접을 받으며 다닐 수 있는 회사를 이제 우리 스스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전일보 지부 조합원들을 포함해 이경호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권재현 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 안재석 언론노조 대전충남지역협의회 의장, 박종찬 한겨레신문 지부장, 류지영 서울신문 지부장, 이은용 전자신문 부지부장, 정상원 한국일보 지부장, 김선회 경인일보 지부장, 오정훈 연합뉴스 지부장, 윤성희 대전MBC지부장 등 언론노조 간부들이 참여했다.

또 대전지역에서는 이대식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장을 포함 민주노총 동지들과 이기동 대전충남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김창근 통합진보당 대전시당 위원장, 한창민 정의당 대전시당 위원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권재현 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경향신문 지부장)은 “지부장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노조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신통노협과 언론노조에 대한 도전”이라며 “회사는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할 것이며, 우리는 노조의 자존심을 반드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투쟁에 함께 하겠다”고 연대의 뜻을 전했다.

   

안재석 언론노조 대전충남지역협의회 의장(대전방송 지부장)은 “대전일보의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인가. 기자가 아닌가”라고 물은 뒤 “치졸한 이유로 소파에 지부장을 앉혀놓고 취재활동을 못하게 하고 있다. 대전일보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따져 물었다.

최근 부당해고가 된 이은용 전자신문 부지부장은 “대전일보 동지 여러분, 언론사가 갖춰야 할 기본조건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 그리고 행복한 취재가 이뤄질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자”라고 힘주어 말한 뒤 “드세지는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노조 깃발 아래에 모입시다. 지부가 승리의 지표가 되는 날까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기동 대전충남 민언련 사무국장은 “스스로 위신을 짓밟고, 편집권을 유린하고, 기자들을 광고사원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처절한 지역 언론 현실을 이대로만 두고 볼 수 없기에 대전일보 노동자들이 언론노조로 산별 전환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대전일보는 6일 오후 2시 대전일보사에서 교섭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