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시민회의 성명서]

‘비정상’적인 박근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발전소 온배수가 신·재생에너지?

국제기준에 맞는 재생에너지 분류가 ‘정상’

태양광 RPS 의무공급량 대폭 확대하고 소규모 FIT 도입해야

19일(금) 발전소 온배수를 이용한 에너지설비를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지정하는 정부안이 에너지위원회에 상정된다는 소식이다. 지난 7월 2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규칙안을 입법예고할 때만 해도, 발전소 온배수를 신·재생에너지라는 우기는 ‘비정상’적인 시도를 박근혜 정부가 실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발전소 온배수는 신·재생에너지 아닌 오염물질

발전소 온배수는 신에너지도 재생에너지도 아니기 때문이다. 발전소 온배수는 석탄이나 가스 등 화석연료나 핵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냉각하기 위해 사용하고 배출되는 물을 말한다. 태양에너지나 풍력, 지열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를뿐더러 기존 화력발전소에서 다량 배출되는 온배수가 신에너지일리도 없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사례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국제사회는 발전소 배출 온배수를 오염물질로 규정하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1994.11.16)은 해양에 유입되는 열에너지를 해양환경오염의 한 형태로 규정하고 있고, 캐나다와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도 법률로 열에너지 배출을 규제하고 있다. 국내 역시 ‘해양환경관리법’으로 발전소 온배수를 해양오염의 한 종류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해양오염원으로 분류된 온배수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하겠다는 것은 국제사회 및 국내의 해양환경 관리 및 보전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정상’적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지난 2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2년 당시 조석 제2차관(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폐열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에 추가하는 것은 법적 정의나 철학에 맞지 않고 국제적으로도 인정되지 않는 점을 볼 때 신·재생에너지로 포함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재원이 이 쪽(폐열)으로 남발될 우려까지도 있다. 폐열에 대한 과다 지원이 오히려 다른 신재생에너지의 육성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소도 있다는 점을 고려, 정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이행량 채우려는 꼼수

정부가 지난해 이런 ‘상식’적인 입장을 뒤집고, 발전소 온배수를 이용한 폐열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라고 우기고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 번복에 대한 배경으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이하 RPS) 의무이행량을 손쉽게 채우려는 발전사업자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012년과 2013년 RPS 의무이행 실적 현황을 보면, 태양광을 제외한 비태양광 부문의 이행 실적은 각각 63.3%, 65.2%에 불과했다. 현재 발전사업자들은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을 지키지 못해 수 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발전사업자가 RPS 공급의무비율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정부가 이런 ‘꼼수’를 만들어 줘서는 안된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비율 달성목표도 늦춰

정부는 또한 비태양광 부문의 RPS 의무이행 실적이 저조함에 따라 2012년 2%를 시작으로 2022년 10%까지였던 기존 전체 공급의무자의 연도별 의무비율을 2024년 10%로 2년 연기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RPS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영국, 이탈리아, 호주 등의 2020년까지 RPS 공급의무비율은 15~20%, 미국의 주들의 비율은 15~30%에 이른다. 주요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더욱 후퇴하겠다는 것이다. 목표 시점을 연기하고 그 비율을 발전소 온배수로 채우려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시도이다. 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공식 포기하겠다는 표현이다.

신·재생에너지 분류부터 바로 잡아야

꼼수가 아닌 정도(正道)를 위해서는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분류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국내기준은 국제기구 및 주요국가의 재생에너지 분류에서 제외하는 신에너지와 폐기물 등 비재생폐기물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폐기물의 비중이 2012년 기준 약 60%에 달하면서 국내기준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12년 3.66%인데 반해 국제기준으로는 1.4%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황은 향후 목표 설정에도 그대로 왜곡돼 반영될 수밖에 없다. 3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상 2030년 1차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인 11%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분류기준에 따를 경우 4%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의 신·재생에너지 통계와 국제 기준의 재생에너지 통계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면서 재생에너지 현황과 목표, 정책 실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별도로 분리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재생에너지 정의를 바탕으로 현황을 재정립하고 목표를 재설정해야 하는 것으로,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되어 왔으나 이는 반영되지 않고 역으로 온배수를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는 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 기준에 맞는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정책 수립과 실행에 있어서 국가적인 낭비와 부작용을 줄이고, 제대로 된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발전소 온배수를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려는 비정상적인 시도도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가 같은 법률로 묶여 있는 한 계속 발생할 수밖에 있다.

 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 대폭 확대와 소규모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해야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기술적, 시장 잠재량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나라이다. 재생에너지 개발이 정체되는 것은 정책의 지원과 투자가 미비하기 때문인데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책만 제대로 세운다면 단기적으로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의무 비율을 완화하는 대신 대폭 확대해야 한다.

태양광 의무공급량은 RPS제도 시행 후 2년 동안 목표치에 도달했다. 또한 국내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급증하면서 태양광 사업자 선정 경쟁률은 2012년 상반기 7.1대1로 최고치를 나타냈고, 2014년 상반기까지도 4~5대1의 높은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태양광 발전 시장을 규제하고 있는 꼴이다.

태양광발전의 설치비 하락, 설비안정성 제고 등 태양광발전산업의 향후 경제성 확보와 선호도 상승을 감안하면, 태양광 발전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RPS제도를 보완하는 소규모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해 태양광발전사업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규모 태양광발전은 소규모 분산적인 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고, 나아가 주민과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도 소규모 발전사업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2014.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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