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벤 없는 치약 찾는 방법, 이것뿐이야

법적으로 방부제 성분 알 수 없어… ‘전성분표시제’ 시행 필요

14.10.14 14:27l최종 업데이트 14.10.14 14:3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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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판되는 치약 중 절반 이상에 파라벤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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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치약이야. 며칠 전,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천하의 몹쓸 놈’이 되어있지 뭐야. 국정감사에 등장한 날부터 나를 멀리하거나 돌덩이라도 씹은 듯 7~8번이나 물을 이용해 나를 헹구는 사람들이 생겼어. 나를 ‘발암 치약’, ‘독약 치약’이라고 부르더라고. 언제는 상쾌한 미소를 부르는 깨끗한 물건으로 취급하더니 말이야. 나도 요새 유행하는 ‘마약 튀김’, ‘마약 떡볶이’처럼 사람들을 홀리고 싶은 야망이 있다고… 그런데 내가 그렇게 위험하냐고? 흠… 내 생각은 이래.

이번에 문제가 된 성분은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인데, 나한테는 소독제 같은 거야. 오랫동안 썩지 않도록 세균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지. 그런데 이 성분들은 사실 ‘독약’은 아니야. 국제암연구소(IARC)나 미국의 국립독성프로그램(NTP)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발암물질이 아니거든. 하지만 이미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접했던 사람들이 잔뜩 긴장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돼. 이번 사태를 겪으며 당장 나를 욕실에서 추방하고 벌벌 떨 필요는 없지만, 나도 좀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파라벤은 화장대와 욕실 선반에 그득한 로션, 샴푸, 린스, 바디 클렌저, 색조 화장품 등 거의 모은 생활화학제품에 들어있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흉내를 낸다고 해서 환경호르몬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지. 물론 환경호르몬이냐, 아니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확실한 건 어린이나 아기들에겐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는 거야. 반면 세균이 번식해 곰팡이 난 제품이 파라벤보다 더 위험하다며, 미량의 파라벤은 효과도 좋고 안전하다는 입장도 많아. 그러니까 파라벤은 위험하다고 콕 집어 말하기도 거시기하고 안전하다고 말하기도 거시기 한 애매한 성분이야.

트리클로산은 원래 병원 소독물질로만 사용되다가 ‘항균’이 붙으면 더 쳐주는 분위기를 타고 손 소독제, 젖병 세정제, 도마, 양말, 그리고 내 안으로도 들어오게 되었지. ‘항균’만 붙으면 가격이 더 비싸도 인기가 많더라고. 그런데 트리클로산이 갑상선 호르몬에 영향을 주고 세균 내성을 길러 더 무서운 질병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어.

왜 안전하지 않은 성분을 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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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용품 전성분표시제를 요구하는 유방암 캠페인 여성환경연대가 유해화학물질을 알리면서 모든 성분을 투명히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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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해가 안 가는 건 말이야, 시중에 유통되는 2만5000종의 화학물질 중에서 애매하고 논란이 되는 성분을 왜 나를 만들 때 마구 사용하느냐는 거야. 애초에 안전성 테스트를 할 때 긴가민가하면 안 쓰면 될 텐데, 신나게 쓰다가 문제가 되면 그 물건만 마구 때리지. 지금 내 꼴을 보라고. 하루아침에 스타일 완전히 구겼어.

이렇게 안전한 성분만을 등록해서 허가하는 법을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화평법)’이라고 하는데, 내년에 처음 시행돼. 기존 물질은 해당되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시작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동안 기업들이 쌍수 들고 반대해서 참 어렵게 시작했는데, 나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차라리 그 법 빨리 시행하는 게 낫겠다 싶었어. 이런 일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ㅠ.ㅠ

특히 어린이 용품에 한해서라도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을 금지하거나, 파라벤 성분량을 구강티슈 수준으로 낮추면 좋겠어. 나, 어린이용으로도 나오거든… 어른이고 어린이고 나한테는 0.2%까지 파라벤을 사용할 수 있지만, 구강티슈에는 20배 낮은 0.01% 이하만 쓸 수 있대.

덴마크에서는 3세 이하가 사용하는 제품에는 파라벤을 쓸 수 없어. 유럽연합(EU) 소비자안전위원회도 6개월 이하 아이에게는 사용을 금지했고 말이야. 나도 글로벌하게 품위를 유지하고 싶어. 미국에선 기업들이 2016년까지 트리클로산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퇴출할 예정이래. 발 빠른 미국 미네소타주에서는 이미 생활용품에 트리클로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고 말이야.

치약 총 195개 중 3.6개에만 제대로 성분 표시 

사실 나도 내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잘 몰라. 이번 일 겪으면서 내 안에 파라벤과 트리클로산 들어있는지도 처음 알았어. 뭔 소리냐고? ‘유기체는 탄소, 수소, 산소로 이뤄진다’거나 ‘인체의 70%가 물이다’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인체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을까? 당연히 모르겠지. 내 몸을 암만 들여다봐도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도통 나와 있지 않았어.

내 친구 화장품은 라벨에 성분이 모두 적혀 있어 자기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더라고. 하지만 나는 ‘의약외품’ 소속이라 성분을 밝힐 필요가 없어. 암만 들여다봐도 ‘불소’가 치아를 지켜준다는 광고만 보이더라고. 환경단체들이 지난 5월 1일부터 6월 8일까지 3대 대형마트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총 195개(어린이용 63개를 포함) 치약의 성분표시를 살펴봤더니, 3.6개에만 제대로 성분이 적혀 있었어.

법적으로 ‘허가된 주요 성분을 표시하고, 소량으로 사용되는 방부제 등은 표기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하니, 방부제 성분은 알 수가 없어. 그래서 나도 좀 깜짝 놀랐어. 이번 일로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이 들어있지 않은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라벨을 들여다본다고 해도 골라내지 못할 거야. 안타깝게도 나도 도움을 줄 수가 없어. 전성분표시제가 시행되면 정보를 수집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을 제안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가장 가슴이 아팠던 건 하수도를 빠져나간 내가 강에 도착했을 때, 작은 물고기들이 기겁을 하던 모습이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미꾸라지가 들어있는 수조에 파라벤을 집어넣은 거 봤어? 방방 헤엄치던 미꾸라지가 몇 초 후 기절하더니 못 일어나더라고. 물론 고등 동물인 성인들에게는 파라벤이 바로 영향을 주지 않을 테지만, 작고 미약한 수중생물들은 내 눈앞에서 죽어갔지. 어쩌면, 내가 진짜 독약인 걸까?

파라벤보다 더 무서운 트리클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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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화학용품 여성환경연대가 생활화학용품 속 유해물질에 대한 캠페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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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클로산은 더 무서워.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에 따르면, 트리클로산은 정수시설을 통과해도 75%가 남는 물질이야. 잔류한 트리클로산은 정수장에서 염소와 결합하면 유해물질인 클로로폼(chloroform)으로 변해 물을 오염시키지. 또한 버려진 다음 물과 햇빛을 만나면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으로 변해. 결국 내 안에 있는 성분들이 어떻게든 돌고 돌아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숨 쉬는 환경에 스며들지. 그리고 인간 중에서 가장 약하고 취약한 존재들, 즉 아이들과 노약자를 노리지.

어린이와 수중 미생물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잔인한 일이야. 루시드 폴 노래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알아? 가사 중에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라는 부분이 생각나네.

지금 당장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이 들어있지 않은 나를 원한다면 생활협동조합에 구매하면 가능해. 사이트에서 전성분을 확인할 수 있거든. 그리고 부엌 선반에서 꺼낸 재료로 간단히 나를 만들 수도 있어. 단, 지금까지 썼던 녀석들처럼 화~하고 개운한 맛이 덜하지만, 사실 치약보다는 제대로 된 칫솔질이 건강한 치아를 만든대. 내가 내 존재 자체로 죄인이 되지 않으면 좋겠어.

핸드메이드로 치약 만들기
※ 핸드메이드 치약 만들기 
- 재료 : 탄산수소나트륨 (베이킹 소다) 40g, 죽염 3g,밀가루 20g, 글리세린 20g (약국에서 판매함), 정제수나 죽염수 (죽염을 물에 탄 것) 약간

- 만들기 :
1. 소독된 그룻에 탄산수소나트륨(베이킹 소다), 죽염, 밀가루, 글리세린을계량하고 골고루 섞는다.
2. 정제수나 죽염수를 넣고 원하는 점도로 맞춘다.
3. 소독된 용기에 담아 사용한다. (튜브에 넣으면 좋아요.)

※ 핸드메이드 가루 치약 만들기
- 재료 : 탄산수소나트륨 (베이킹 소다) 5 숟가락, 죽염 약간,밀가루 약간, 녹차가루 약간, 참숯가루 약간 (없으면 생략 가능)
- 만들기 : 재료를 고루 섞어 치약에 묻혀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