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지향)일기 시즌3]
사랑은 기꺼이 귀찮고 싶은 마음이야
슬기
지난여름, 미끄러 넘어지면서 슬개골 골절을 경험했다. 슬개골이라니, 강아지 슬개골 탈구만 들어봤지, 어디 위치한 뼈인지도 처음 알았다. 골절은 무조건 붙도록 ‘내버려 두는 일’이 가장 빠른 치료였다. 한쪽 다리에 통깁스를 했다. 발끝부터 밑엉덩이까지 굳게 내 다리를 지키고 있는 벽이 하나 세워진 것이다. 움직일 수가 없으니 매일 4번씩 나가던 반려견 산책은 물론이고, 마트도 스스로 갈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우리 집에 날 찾아오지 않으면 나갈 수도 없었다. 먹고 싶은 것도 선택할 수 없었다. 누구 탓도 못하는 이 상황에 북받쳐 매일 밤마다 정자세로 침대에 누워(엎드리지도 못한다) 엉엉하고 울었다. 울면서 매일 생각한 건 ‘자유’였다. 물리적으로 심적으로도 갇혀있는 지금이 정말 괴로웠다. 울면서 나랑 닮은, 갇혀 사는 것들을 생각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그런 삶.
완벽하지 않은 비건으로 여러 해를 보내면서, 그 사이에 개도 한 마리 입양했다. 이름은 흑당이.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돌보는 일은 나를 부지런히 사유하게 한다. 유한한 삶과 괜찮은 삶에 대해서 말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했던 나는 이제 동물을 먹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은 기꺼이 귀찮고 싶은 마음이야. 사랑한다면 그 모든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부지런해지고 강해져야 해.’ 내가 좋아하는 이슬아 작가의 문장이다.
가끔 지친 퇴근길에 먹음직스러운 비쥬얼과 냄새를 풍기는 식당들을 지나치며, 당장의 허기짐을 해결할 수 있는 육식 음식들을 먹을까 고민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부지런해지고 강해져야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