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tion id="attachment_230217"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한발더 가까이 와주십시오. 당신의 입장을 이해할테니 손을 잡아봅시다. 협력이라는 말은 확 다가오지 않더군요. 언제나 쓰는 말이니까요. 잘 쓰지 않은 말 중에 타협을 꺼내보면 어떨까요?”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김신범 부소장(노동환경건강연구소)은 보다 열린 논의를 당부했다. 이 자리가 만성유해물질의 관리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8일 2023 화학안전정책포럼의 첫 번째 토론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시민사회와 산업계, 정부가 함께 화학안전 제도의 방향을 논의하는 공론장으로서 지난 2020년부터 본격화 되었다.

만성유해물질 로드맵이 처음부터 독립주제는 아니었다. 논의의 출발은 유독물질 지정체계 합리화 방안이었다. 급성/만성/생태독성 등 관리의무 차등화를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만성유해물질을 포괄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보다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2023년도에 독립적인 주제로서 적극적인 논의를 해보자는 데 합의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2023년 화학안전포럼에서 네 번째 주제로 채택하였다. 이는 화관법(사고발생시 시설기준을 강화할지, 모니터링을 강화해 노출을 줄일지) 뿐 아니라 화평법(허가/제한물질 지정과도) 연계되어 있는 복합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caption id="attachment_230218"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최경호 교수(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는 “시민사회나 기업이나 지향하는 바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일 것”이라며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만성과 유해성이라는 키워드 두 가지를 제시했다. 만성에 대해서는 태생이 주관적임을 설명했다. 법적인 정의는 기대되는 수명에 상당하는 기간, 학문적으로는 수명에 주요한 대부분으로 해석 가능하다. OECD의 실험용 마우스 기준은 6개월 정도다. 수명이 36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1/6정도 기간도 볼 수 있다. 생태독성에서는 10% 이상의 생애주기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주체에 따라 일반적으로 긴 기간이라 납득할 수 있는가에 좌우되는 면이 있는 것이다. 유해성(Hazard)은 유해한 특성이라 얘기되는데 독성학에서는 Hazard와 toxicity을 같게 보기도하는데 독성을 가진 화학물질을 주로 다루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인화성, 부식성은 직접범위는 아니지만 개념을 포괄해도 무리는 없다. 그래서 그는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있어 만성유해성은 만성독성(choronic toxicity)으로 봐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만성독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기대수명을 사는동안 반복 투여/노출된 결과로 일어나는 일반적 독성학적 영향으로 정의한다. 주로 암이나 돌연변이, 생식독성, 그외 중요독성반응이라 애매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여러 가지 독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전제 조건인 만성노출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이것도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얼마나 오래 노출되어야 만성일지가 주관적일수 있기 때문이다.  생애 상당기간 계속노출 되어야 하는가. 반복적으로 노출되어야 하는가. 어느정도 빈도로 노출되어야 만성 반복 노출인가? 일생동안 두 번 노출되는 것도 반복인데 그것도 반복이라 볼수있을까? 이런 회색지대가 생기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만성유해성 물질을 관리하자는 취지를 생각하면 만성노출을 노출이후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건강영향, 노출빈도와 기간은 좀 관대하게 취급하고 바로 나타나지 않는 만성적으로 보이는 영향을 만성독성이라 정의하는 게 더 실용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만성유해성 물질이 있다면 어떤 독성적 특성을 가지는가의 문제가 있다. 장기간에 걸쳐 만성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독성영향을 초래하는 물질. CMR(발암원성,뮤타제니시,리프로덕션) 그리고 EU에서 내분비계교란을 규제하기 시작했는데 많은이들이 고통받는 대사질환, 신경발달, 알러지 등. 이런것도 기본적으로 만성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독성영향으로 볼수있음.

이화학적 특성으로는 만성적인 노출이 일어나려면 만성노출을 가능하게 하는 특성,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한번 노출 되어도 잔류성이 세서 주변에 오래 존재하거나 노출의 특수성을 들 수있다. 그는 일례로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생활화학 제품들은 노출의 지속성 측면에서 만성 유해성물질 카테고리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특성아래 노출관리와 독성관리라는 도전적인 과제로 연결된다. 먼저 노출은 만성적으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생활화학물질을 들 수 있고, 간헐적으로 노출되더라도 오랫동안 잔류해서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화학사고, 즉각 금지된 물질을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다.

 

생활화학물질은 아시다시피 민감군을 포함한 모든인구, 작업노동자들까지 모두 노출되고 특징은 저용량으로 오랜기간 노출된다는 특성이 있다. 저용량 노출이고 만성이고, 영향발현에 긴 시간이 소요되어 원인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화학사고라 표현했지만 간헐적인 고용량 노출도 만성위해 특성 중 노출특성이라 볼 수 있는데 어디에서 노출되느냐에 따라(일반인구, 작업장, 생태환경 등)여러 양상을 보일 수 있고 일회성, 간헐적으로 노출될 수 있지만 이화학적 특성에 따라 만성적 발현도 가능하다고 했다.

긴 시간 발현하다 보니 원인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강피해 측면에서 만성유해성 특성인데 전신영향(systemic effects)적 특성을 보인다. 노출경로와 영향이 나타나는 장기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물질이 입으로 들어갔어도 간이 안좋아지는 경우처럼 나타나는 건강 영향이 다양하고, 다양한 건강피해를 규명할 방법(테스트 메소드)가 거의 대부분 없다는게 문제이다. 그는 건강피해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는데 핵심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런 피해가 생각보다 크고 오래간다는것도 특징이다. 질병의 사회적 부담을 계산할 때 만성 소모성질환, 만성대사 내분비질환의 사회적 부담이 중국의 경우 GDP의 1.1%, 유럽은 2%를 상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알고있는 것만 계산한 거니 실제로는 더 클 수 있다고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원인을 찾기 어려워서 후향적으로 문제를 구제하거나 피해계산이 쉽지 않다는 문제도있다.

 

최교수는 비교적 최근에 생활환경화학제품 노출로 야기된 건강피해사례로 생리대유해물질이나 계란살충제의 신경독성물질, 라돈침대, 향균물질,가소제,난연제 등을 언급했다. 생리대 건과 관련해서도 우리가 월경이상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법이 없다는게 문제라고 했다. 지금까지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를 할 때 있어서 체크해본 평가지표와 관련없는 건강피해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인데, 사회적으로 이런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막막하다는 게 문제라고도 했다.

지속적으로 상시적인 환경오염에 의해 지역주민이나 노동자들이 노출되는 사례가 있다. 최근에 언론에 나오고 환경부에서 조사한것만 보더라도 청주 북위면 소각시설, 익산 장점마을 연초박연소 비료공장. 서산 대산산단 대기환경오염 사건 등이다. 지속적으로 상당히 낮지만 장기적으로 노출되서 일부지역에서는 피해를 호소하고, 법적으로 입증이 되기도 했고 조사를 진행중인 곳도 있다. 그는 그 이외에도 화학사고가 일회성 노출이라 급성영향 가깝다는 좌장의 말을 언급하며 과연 화학사고도 일회성 노출이기에 만성적인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인가 물질특성에 따라 예를들어 휘발성이고 금세 없어지면 상시적인 노출가능성은 적겠지만 물질특성따라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교수는 는 만성유해물질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안으로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꼽았다. 어떠한 건강영향까지 포함할것인가. 다소 추상적인 질문이긴한데 해당 물질을 만성유해성 평가대상으로 선언하는 것의 임팩트가 크다고 했다. EU에서도 법적인 개념을 넣으면서 판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이후 시험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우리사회의 중요한 건강영향을 포함시켜 관리하겠다는 것이 중요한 출발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독성평가에 대한 현실인식을 꼽았다. 우리의 평가방법이 준비가 덜 되어있다는 지적이었다. 보통 OECD TG이라는 시험방법은 전형적으로 잘 알고있는 유해성 일부에 대한 것이다. 현대사회의 중요한 만성질환이 상당히 많은 부분 포함되지 았았다는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비민과 월경이상을 예로 들었다. 더 나아가 동물실험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때 선제적으로 해당물질에 대한 유해성 유무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과연 어느정도로 마련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230221"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그는 세번째로 위해성평가의 한계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기관에서는 위해성평가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변치않는 진실처럼 얘기하지만 이건 우리가 현재 알고있는 지식에만 근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지식에 근거해서 특정한 건강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적다를 얘기하는 것인만큼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건강영향에 대한 안전성 판단이 될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출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위해성평가의 한계도 함께 지적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출발점은 우리가 갖고있는 툴이라는 게 부족한게 많고 이것에만 인정해서는 안전성을 확언하는데 제한점이 많다는 걸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마지막으로 후향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리가 가진 그물이 성겨서, 중요한 것들을 빠트리고 놓친다면 빼먹은 걸 발견해서 나중에라도 잡을 수 있는 두 번째장치가 필요합니다. 건강 서베일런스라 말하기고 하는데 건강영향의 문제를 사람들이 컴플레인하기 전에 전향적으로 탐색하거나, 사고발생 리포트가 나타나면 원인을 적극적으로, 후향적으로 탐생하는 체게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환경부에 환경건강 영향조사 청원권이 있는데 거의 유일함. 생리대 소관이 식약처인데도 환경부에서 조사를 할 수 있던 근거이기도 했다. 이런식의 조사가 좀더 적극적으로 전향적으로 이루어져야 독성시험법에서 커버하지 못하는 문제를 그나마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어려움은 있다. 이런 조사에서는 잘해야 상관성을 알 수 있는 수준이다. 환경부도 생리대 사례에관련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도 정부는 상관성이지, 인과성이 아니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법적으로 요구하는 인과성을 도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만성유해성 물질 관리는 제일 어려운 영역이고, 거대한 첫걸음에 의의가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첫 걸음 만으로 모든걸 해결하진 못하겠지만, 지금우리가 가지고 있는 흠결의 일부라도 찾아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결실을 거둘 수 있을거라고도 말했다.

 

발제이후 진행된 지정토론도 흥미로웠다. 산업계는 주로 중복규제 가능성을 우려했고, 시민사회는 만성물질의 위험을 체크하고 사전예방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테니스라켓에 비유해 입장을 설명하는 데서 사안을 보는 관점이 드러났다. 산업계는 “완전히 줄을 촘촘하게 다 매기보다 조금씩 간격을 둔덕에 탄력성을 유지해야 공이 좀더 멀리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각지대를 만들지 않는 범위에서 탄력있는 규제를 원한다는 바람이라고 했다. 시민사회는 테니스 경기가 인근 주민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언급했다. “인근에 먼지가 난다고 테니스장을 도시외곽에 설치해요. 그런데 그 옆에 주민들이 살아요. 먼지가 날리니까 주민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데 해주는 게 없어요. 남는 게 먼지밖에 없어요. 그럼 불만이 많아지죠. 다른 사람들은 테니스 경기를 중계로 봐요. 그냥 잘 해결됬으면 좋겠다 이런 말만 해요.” 테니스장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안전문제를 좀 더 우선적으로 해결했으면 한다는 바람이 담겨있었다.

이번 공개토론회는 향후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한 첫 출발이었다. 만성물질의 개념과 무엇을 관리할지, 보호대상과 보호방안을 위한 관리방법까지 구체적인 해법을 도출까지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사회가 어떤 합리성을 도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