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오지필름이 제작한 밀양에 관한 영화 두편을 앞에 앉은 분들과 함께 봤다. 웃음으로 시작해 본노로 바뀌고 눈물이 흐르다가 다시 웃고 분노한다. 솔찬히 긴 러닝타임 때문에 후반부엔 어수선해지고 들락날락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 했지만 의외로 끝까지 집중해서 봐주셨다. 보고난 후 짧지만 침묵이었던 그 순간이 답답한 우리 마음을 대신하는 듯했다.
평밭마을 입구에서 가졌던 <밀양전> 시사회 때 함께했던, <밀양아리랑>에서...도 더러 나왔던 분들이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다. 상영 도중 전기가 끊겨 "한전놈들 치사하게 영화 보는데 전기를 끊나!!" 다같이 낄낄대던 그때가 그립다.
알고 있던 사실을 지난 몇개월 동안 수백번 반복해서 보며, 우리 할매 할배들, 누님 형님들, 대책위, 연대자들 고생많으셨다. 이 사회는 지금 이순간에도 당신들께 큰 빚을 지고있다. 이자까지 흠뻑 먹여 반드시 받아내야 할 빚이다.
왜 상영회가 끝나고 내가 당신들께 드려야할 꽃을 내가 받는지 민망하고 당황스러웠지만, 평생 받은 꽃보다 많은 꽃을 선물로 받았다. 고백하자면 밀양 싸움은 나에게 선물처럼 다가왔다. 지난 시간동안 송전탑이 세워질 건 알고 있었지만 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 없다. 밀양 주민들은 그런 선물 같은 마음을 나에게 줬다. 그 마음을 담아 영화를 만들었다. 쿨한척 따윈 하지 않기로 했다. 내게 줬던 당신들의 애정을, 나를 살떨리게 만들었던 그놈들의 작태를 질퍽하고 끈적하게 담으려했다. 전작과 많이 다를테다. 그리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밀양 이야기를 해나갈 것이다. 그 이야기의 첫번째 관객은 지금처럼 내 앞에 계신 당신들일테다.
<밀양 아리랑>은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렌더링 진행중이다. 내일이면 최종 마스터를 뜬다. 다른 작업과 달리 밀양 싸움만큼 질기게 이어온 작업이다. 곧 두번째 관객을 만나게 된다. 어떤 평가를 받던 그건 나에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의 직업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니 어떻게든 <밀양 아리랑>을 통해 끝나지 않은 밀양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불나불댔으면한다.
그러기 위해선 흥미롭게 만들었어야했는데... 밀양 주민들께, 그리고 <밀양 아리랑>을 볼 관객에게 꾸벅 사과부터...!!!! 그럼에도 소문 많이내주라. 오지 영화의 첫번째 관객이자 너와 내가 사랑하는 밀양 주민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