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뉴스레터 인터뷰의 주인공은 단장면 용회마을의 김옥희 어머니입니다. 햇볕이 좋은 오후. 김옥희 어머니 고구마 밭엘 갔습니다. 일도 도와드리면서 인터뷰도 하는 일석이조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용회마을과 막역한 사이인 대책위의 N군과 함께 갔습니다. 글로도 옮겨 놓았지만 대화의 절반 이상이 하하하호호호로 가득했습니다. 웃음이 끊이질 않았던 우리들의 대화를 여러분께만 살짝 공개합니다.

 

  밀양을 얘기하면서 어찌 6월의 기억을 빼놓을 수 있을까요. 가장 가슴 아프지만 물어볼 수밖에 없는 그날의 이야기를 먼저 여쭤봤습니다.

 


김우창 (이하 나) : 끔찍했던 611행정대집행도 벌써 4개월이 다 되어 가네요. 101번은 가장 치열하게 싸워 1시간이 넘도록 경찰, 한전과 대치했는데. 어머니는 그날 다친 덴 없으세요?

 

김옥희 엄니 : . 그날? 내가 제일 먼저 첫 스타트로 끌려 나와 가지고... 문 앞에 있었거든 (하하하) 다친 데 하나 없다.

 

오잉? 뭔가 무겁고 슬픈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이야기는 전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김옥희 엄니 : (호호호) 내가 제일 밖에 있었거든. 동화전 사람들 보호한다고 그 사람들은 안으로 죄다 몰아넣고 제일 바깥에 있었드만. (하하하) 제일 먼저 끌려 나올 줄 누가 알았겠나.

 

: 사실 저도 101번 움막 바깥에 있었는데. 제가 제일 먼저 끌려 나갔어요. 제 옆에 다 여자였는데, 이놈들(경찰)이 남자인 저부터 표적으로 삼아서 결국 제일 먼저 끌려 나갔어요. 일등으로... 좀 쪽팔린 얘기긴 한데. (하하하)

 

김옥희 엄니 : 1번으로 끌려나오니까 좀 싱겁드라 그래. 허무하고. 혹시나 하는 거 없이 보일까봐.

 

: 저도 127번에서 네 번짼가 다섯 번째로 끌려 나와서. 너무 분해서 101번에 가서는 최대한 오래 버텨서 움막 안에서 싸우는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여기서도 1번으로 끌려 나가니.

 

김옥희 : 너무 허무하지. 미안하기도 하고. 끝까지 싸움사람들한테 너무 미안하더라. 내가 하는 거 없이 허무하게 끌려나가버리니까... 연대자들 한테도 미안하고.

 

101번과 함께 했던 연대자라면 누구나 어린이책시민연대를 떠올릴 것입니다.

 

: ‘어린이책시민연대는 언제부터 연대한 거예요? 101번 움막에서부터?

 

김옥희 엄니 : 아니, 바드리. 1년 넘었다. 10월 달 공사 들어올 때부터 연대했지. 1년 넘었다. 진짜 고생 많이 했고. ‘어린이책시민연대는 매일 식사를 준비해 왔어. 밥과 국과 반찬을 스티로폼박스에 넣어 매일 가져오더라. 산 위에 101번 농성장이 생기면서는 매일은 아니었지만 올 때마다 맛있는 도시락을 가져와서 함께 먹었어. 반찬도 직접 싸오고. 우리 연대자들 진짜 좋다, 착하고. 우리가 운이 좋아가지고 그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난거지.

 

: 에이. 그런데 또 반대로 어린이책시민연대분들에게 물어보면 그분들은 오히려 내가 운이 좋았다. 그런 분들을 만나게 돼서라고 말할 걸요? 101번에서 김옥희 어머니를 만나서라고.

 

김옥희 엄니: 맞다. 그건 (하하하) 딴 데(101번을 제외한 다른 농성장)로 간 사람들은 다 후회한다. 여기 오면 다른 마을 사람들이 다 질투한다. (하하하)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농사짓는 김옥희 엄니 눈에는 저나 N군의 손놀림이 영 탐탁지 않았나 봅니다.

 

김옥희 엄니: N군아 너 농사짓는다고 했지? 그렇게 천천히 일해가지고 언제 농사 질래?

N: 제가요. 제가 베짱이 식 농부로 성공하는 거 보여드릴게요.

김옥희 엄니 : 그러면 망하는 거 1등이다. 성공 못한다. (하하하) 그리해서 어떻게 성공하겠노?

N: 이거 저 열 받으라고 하는 말 같은데요...

김옥희 엄니 : 망하는 거 1등 하겠다. 1.

N: 너무한 거 아니에요?

: 너무 단호하신데요? (하하하)

김옥희 엄니 : 그게 내 장점이야 (하하하)

: 근데 N군은 언제부터 알게 된 거예요? 101번에서부터였어요?

김옥희 엄니 : 아니지. 바드리 부터였지.

N: 바드리때부터.

: 우와, 그럼 어린이책시민연대랑 N군은 동급이네요?

김옥희 엄니 : 같지. 그땐 빨리 일어나고 참 열심히 일했지.

: 그럼. 지금은 군기 빠진 거네요? 만날 늦잠 자고.

N: 그땐 진짜 열심히 했어요. 잠도 안자가면서.

김옥희 엄니 : 그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정리 다 해놓고. 어쩔 땐 잠도 안자면서 농성장 지키고 그랬는데...지금은 망했다.

N: 제가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우창쌤.

: 제발. 마음 좀 먹어요. 지금 군기 다 빠져가지고,

김옥희 엄니 : 그래. 군기 다 빠져서 안 돼.

N: 아니에요~ 농사도 잘 질 수 있어요?

김옥희 엄니 : 제발. (하하하) 암 그렇고 말고. 어딜. 누굴 망하게 할라고. 그러면 안 되지.

(호호호)

 

김옥희 엄니 : (장갑이 없는 N군의 오른쪽 손을 보며) 너 장갑은 어디다 놓고?

N: 몰라요. 아깐 있었는데.

: 일하기 싫어서 버리고 온 거 아니에요?

김옥희 엄니 : 에라이 서글퍼라 물개똥아. (하하하)

: 그게 뭐에요? 물개똥?

김옥희 엄니 : 물개똥 싸는 사람은 온전한 사람이 아니고. 야문 사람이 아니니까. 그래서 내가 N군한테 물개똥이라고 부른 거지. (하하하)

N: 왜 그게 저에요?

김옥희 엄니 : 1시간도 채 안 되서 장갑을 잃어버리니까 물개똥이라고 부르는 거지. 물개똥아. (하하하)

N: 아 이렇게 농사만 짓고 싶다.

김옥희 엄니 : 하하하. 농사는 아무나 짓나. 이 물개똥아. (하하하)

N: 물개똥이면. 개똥도 안좋은데. 묽은 똥이면 최악이네. 저도 예전처럼 새벽에 일찍 일어날 수 있어요.

김옥희 엄니 : 코피날걸. 사흘 밤낮 종일 상코피만 쏟을걸. 하하하하. 상코피가 줄줄줄. (하하하)

N: 아 오늘은 정말 지루한지 모르겠네요.

김옥희 엄니 : 내가 이렇게 웃겨주니까 그렇지. (하하하하하하하)

 

 정말 두 시간 반이 쏜살같이 흘러갔습니다. 일이 고된지도 몰랐고요. 어쩌면 밀양의 기나긴 싸움을 이겨낸 것도, 그 무섭고 두려웠던 행정대집행을 이겨낸 것도. 이런 김옥희 엄니의 웃음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일은 힘들어도 힘든 내색 하나 안 보이는 사람. 같이 있으면 오히려 옆에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사람.

 

 유쾌한 김옥희 엄니도 무서운 것이 있을까요?

 

: 혹시 송전탑 싸움하면서 무섭거나 겁났을 때도 있었어요?

 

김옥희 엄니 : . 경찰들이 체포한다고 하면 겁나더라. 감옥가야 하니까. (하하하)

 

 무섭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연신 특유의 하하하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진짜로 무섭다고 말씀 하신 걸까요? 잘 모르겠지만, 진짜 그런 상황이 와도 특유의 넉넉함과 유쾌함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대자나 활동가들끼리는 101번 움막이 특별했다고 말합니다. 김옥희 엄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특별함의 원천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웃음이 주는 끈덕진 힘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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