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테마파크로 위장된 중도 부동산 개발사업의
전면 수정을 요구한다

강원도와 엘엘개발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중도 129만 평방미터에 추진하려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건설과 기타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시작된 발굴조사에서는 2014년 7월 29일에 1차 발굴 결과를 공개하여 발표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최대로 알려지는 대규모 청동기유적으로, 925기의 청동기 집터와 위계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석묘 48기를 포함한 총 101기의 지석묘,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집터에서 발견된 비파형 청동검과 청동 동부,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이어지는 중요 유물인 ‘둥근바닥 바리모양토기(圓底深鉢形土器)’를 비롯하여 기원전 11세기까지로 연결되는 유구에서는 ‘돋을띠 새김무늬토기(刻目突帶文土器)’ 등 수천 점의 유물‧유적이 출토되었다고 하였다.

이런 발굴결과는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으며 학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문화재청은 발굴결과를 검토하기 위한 전문가회의를 통해 2회에 걸쳐 개발 승인을 보류하다가, 9월 26일 매장문화재분과위원회 산하에 구성된 소위원회를 통해 부분보존 및 위계성을 나타내는 36기의 지석묘 이전이라는 황당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개발을 승인하기에 이르렀다.

문화재청이 이런 결정을 내릴 것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더욱 아연실색하게 된 것은 소위원회의 결정에 참여한 2명의 위원중 1명은 청동기유적과 관련이 없는 분야의 전공자라는 사실과 지석묘 이전의 이유로 제시된 의암호의 만수위 수치가 허위라고 보도된 사실이다.

동양최대라고까지 알려지는 중요한 대규모 청동기유적을 놓고 레고랜드로 포장된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해 지석묘 이전과 유구 일부보존이라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결국 문화재청의 전문가 위원회라는 제도적 장치조차 개발사업의 추진을 위한 들러리로 전락한 듯한 모습에 시민들과 함께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이는 상식을 벋어난 결정이며 또한 허위사실을 기초로 한 지석묘 이전이라는 결정을 당장 취소할 것을 요청한다.

당초 (사)춘천역사문화연구회는 7월 29일의 현장설명회와 발굴현장을 둘러보고 유물‧유적의 중요성과 그 규모의 방대함에 주목하는 한편으로 학계의 평가나 의견을 수소문하며 기다려왔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사회의 현안 문제로 떠오르던 사업 추진과정의 의문점들에도 주목하던 차에, 일차적으로 지난 10월 14일에 춘천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와 함께 성명서를 발표하여 중도개발사업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시민의 중지를 모아 투명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 유적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발굴과정 및 유물‧유적의 보존조치를 분명하고 철저하게 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었다. 그러나 사업주체인 강원도/춘천시와 엘엘개발은 사업 추진 이외로 별다른 조처를 보이지 않다가 결국 동절기에 들어 유적의 훼손을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기에 이르고 말았다.

나아가 춘천역사문화연구회는 학계의 원칙론적인 목소리라도 확인해야 할 시점이라는 300명에 이르는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10월 27일에 시민대토론회를 개최하여 지역의 문화재행정 문제와 중도유적의 발굴에 대한 시민들의 개괄적인 인식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토론회에서는 이 유물‧유적들이 레고랜드사업의 일정에 떠밀려가선 안 될 만큼 중요한 가치를 지니며 그 어떤 결정 아래 훼손을 당하게 해서도 안 되겠다는 결론을 얻었으며, 또한 다른 대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서 춘천역사문화연구회는 올 1월7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전국 규모로 개최된 중도유적관련 학술토론회에 참가하여 시민의 중도유적에 대한 관심을 대변하면서 여러 관련 학계 인사들의 의견과 주요 언론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서는 또한 중도유적의 문제가 비단 해당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온 국민의 관심사라는 점, 유적을 훼손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방도를 찾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때 본 회는 레고랜드사업에 대해 다른 대체부지의 활용이라는 의견도 내놓은 바 있었다.

그간의 경과를 지켜보아온 춘천역사문화연구회는 이처럼 중요한 중도유적이 레고랜드 개발사업으로 포장된 부동산 개발사업에 의해 사라지도록 방치한다면 그것은 바로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며 또한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을 훼손하는 행위로 우리 모두의 수치가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현시점까지 드러난 문제점과 중도유적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아래와 같이 요약하여 밝혀둠으로써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첫째, 매장문화재분과위원회 심정보 위원장은 앞서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의암호 만수위가 72미터만 아니었다면 유적은 원형보존의 조치를 내렸다고 확실하게 말했었다. 이 발언과 한수원이 의암호의 만수위를 공식적으로 71.5m라고 밝힌 내용을 감안하면, 잘못된 수위 자료에 의해 결정된 9월 26일의 매장문화재분과위원회 소위원회의 결정은 효력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문화재청은 즉시 분과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하고 수위를 잘못 보고한 담당자는 상응한 책임을 지도록 조치하여야 마땅할 것이다.

둘째, (사)춘천역사문화연구회는 중도유적이 중국의 홍산문화라 불리는 우허량 유적과 그 양상이 유사한 점이 있으며, 출토된 유물‧유적이 고조선의 지표유물로 알려진 청동동검, 청동도끼 및 각종 토기들과 함께 고조선의 남방한계를 밝혀줄 수도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하는 학계의 의견들을 주목하고 있다. 또한 이는 그간 미진했던 고조선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서나, 나아가 춘천의 고대문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후대의 맥국 유적과도 연결지어 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셋째, 중국은 우허량 유적을 통해 ‘동북공정’을 완성하기 위하여 우허량 유적 전체의 복원작업에 돌입하였으며, 중도에서 발굴된 지석묘보다 숫자나 규모에서 비교도 안 되는 적석총을 보존하고 자원화하기 위하여 수천 억을 투입하여 유리 돔을 설치하기까지 하였다고 알려진다. 만일 이번에 중도유적을 훼손하고 나면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설 우리나라의 중요한 고대유적이 사라지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동북아지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현금의 역사전쟁에서도 변방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학계의 심한 우려에 본 연구회는 공감하고 있음을 밝힌다.

넷째, 우리와 끊임없이 역사논쟁을 벌이며 독도 도발 등 역사침탈을 일삼는 일본도, 시가현의 야요이시대 유적지에 주거지 360기와 옹관묘 1천여 기를 요시노 가리 역사공원으로 원형복원해놓고 청동기시대의 중요 유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요시노 유적 역시 우허량 유적과 마찬가지로 중도유적과 유비된다는 점에서 청동기시대의 국가 영역이나 문화 전개 등에 관한 역사논쟁에 있어 우리나라와 치열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중도유적을 잃어버리는 것은 역사전쟁에서 무기를 내려놓겠다는 항복선언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섯째, 더욱이 우려스러운 대목은 북한강과 소양강변에 산재한 수많은 선사유적지와 문화재 분포지도상에 나타난 광활한 면적의 부지에 개발을 추진하고자 할 때, 유적을 보호하기 위하여 개발을 제한한 그동안의 노력이 이번 중도사태를 통해 물거품이 될 우려가 매우 높아졌다는 점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중도개발 승인으로 앞으로 어떤 유적도 지켜내기 힘들게 될 논리적 결함을 스스로 만들어 낸 셈이다. 이 정도로 대규모이며 중요한 유적을 개발 승인했는데 다른 어떤 지역은 개발을 제한한다면 형평성의 원칙에도 위배되기에 향후 우리나라의 문화재 정책은 중대한 위기를 맞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섯째, (사)춘천역사문화연구회는 1월의 학술토론회를 통해 레고랜드사업이 사업주체의 주장대로 춘천의 지역경제에 막대한 상승효과를 가져올 사업이라면, 중도 이외의 다른 대체부지를 통해 추진할 수도 있으리라는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지난 10월 14일의 성명에서 밝힌 대로 투명한 공론화 과정과 발굴 과정의 공개 등의 정당한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전제가 있으며,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그 내용 및 중도부지 헐값매각이라는 의혹에 대하여 시민들에게 성실하게 답하고 동의를 거쳐야 함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일곱째, 춘천 중도유적은 어떤 개발논리와도 맞바꿀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중도는 자치단체 차원이 아니라 국가차원에서 보존과 복원을 통해 장차 국가 사적지정과 세계문화유산등재, 고대사 특구지정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고대역사 체험공원 등의 다양한 사업으로도 가능성의 문이 열려 있는 유적임을 유념할 필요도 있다고 보인다.

여덟째, (사)춘천역사문화연구회는 앞에서 열거된 내용들을 토대로 시급한 유적의 보존을 위해서는 발굴조사가 모두 끝나는 시점까지 하중도에서는 레고랜드사업을 중단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발굴도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그간의 비정상을 정상화시키자는 것이다. 중도 발굴은 이제 절반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지금처럼 일부 발굴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땜질식으로 개발을 전개한다면 새로운 발굴현장에서 중요한 유적이 더 출토되었을 때는 과연 또 어떻게 한다는 말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아홉째, 중도유적의 발굴에 관여한 문화재청과 발굴업체에 건의하고자 한다. 원주의 법천사지는 2001년에 발굴을 시작하여 2020년이 되어야 발굴이 끝날 만큼 20여년에 걸쳐 정밀하게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례에 견줘볼 만큼 문화재청은 중도유적의 개발사업을 심의할 때 지난 수십 년간 지적되어온 유적의 중요성을 얼마나 고려했으며 또 간과한 측면은 없었는지를 심도있게 재고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발굴조사를 허가할 때도 분명 정밀 발굴을 실시하라고 하였으나, 현금의 발굴방식을 지켜보노라면 사업일정에 맞춰서 어쨌든 짧은 기간 내에 마쳐야만 하는 속전속결식 발굴에 지나지 않았다고 할 수밖에 없고 정밀한 발굴에 미치지 못하는 마구잡이 발굴과 크게 다름이 없어 보인다는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더욱이나 개발주체인 엘엘개발이 발굴비용을 책정하며 다른 발굴현장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을 책정하여 정상적인 발굴이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발굴조사업체들의 발굴기간이나 비용 문제에는 어려운 점들이 많다는 점을 십분 이해하지만 중요한 역사유적을 지켜내는 전문성‧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한 발굴과 철저한 보호조치를 통해 시민들에게 더한 믿음을 주기를 당부한다.

(사)춘천역사문화연구회는 앞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하여 문화재청과 강원도/춘천시를 포함한 개발주체가, 심도있게 논의하여 대체부지 선정이라든지 유적의 완벽한 보존조치를 강구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또한 지난 10월 춘천시민사회 네트워크와 함께 성명서를 발표하며 제기한 문제점들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하며, 그 성명서를 첨부하여 개발주체와 문화재청이 더 이상 유적의 훼손 행위가 없도록 하는 데 노력할 것을 바란다.

(사)춘천역사문화연구회는 이번 성명을 계기로 중도유적이 온전하게 지켜지기를 기대함과 동시에, 기존의 중도유적을 통한 새로운 춘천의 성장동력의 창출이라는 사업은 국가차원에서 재조정되기를 희망한다. 이에 청와대, 국회, 문화재청, 강원도 등에 건의서를 제출하여 우리나라 고대사를 밝힐 유적으로 춘천중도유적을 사적지로 지정하여 줄 것을 요구할 것이며, 이런 미래 구상의 완결을 위해 중도 개발사업은 대체부지 선정을 통해 추진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15 년 1 월 19일

사단법인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운영위원회 회원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