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2015-06-23 10:20:29

 

 

22일 오전 일본 도쿄 참의원회관에서 한국 시민단체인 태평양전쟁보상추진협의회가 일본이 과거 전쟁을 벌인 지역에서 발견된 유골과 관련한 디엔이이(DNA) 조사를 일본인 뿐 아니라 한국인 유족들을 상대로 넓혀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도쿄 길윤형 특파원

한-일 국교 정상화 50년 맞는날
태평양전쟁 유족들 애끓는 목소리
“전쟁 끌려간 한국인 DNA도 조사를”
한·일 유족들 하나된 외침

“일본이 우리 아버지들을 전쟁에 끌어가지 않았으면 그 먼 외국에서 돌아가실 일도 없었겠죠. 이 문제는 일본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주길 바랍니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은 22일 오전 일본 도쿄 참의원회관 회의실.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이희자 태평양전쟁보상추진협의회 대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대표 등은 일본이 과거 전쟁을 벌인 지역에서 발견된 유골에 대한 디엔에이(DNA) 조사를 일본인뿐 아니라 한국인에게도 확대하라는 요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려고 이날 도쿄를 찾았다.

그동안 해외에서 발견되는 전쟁 시기 유골의 디엔에이 등을 조사해 유족을 확인하는 작업은 일본에서도 중요한 사회문제였다. 일본 정부가 유골 근처에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유품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디엔에이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5월14일치 <요미우리신문>을 보면, 1999년부터 필리핀, 뉴기니, 옛소련 등 일본이 침략했던 아시아의 여러 지역에서 2만8000여구의 유골이 확인됐지만, 유족을 찾을 수 있었던 유골은 11구뿐이었다.

이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앞으로는 발견된 유골의 디엔에이를 추출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이 유골이 발견된 지역에서 전투를 벌였던 부대 등을 특정해 유족을 찾아가 디엔에이 검사를 받도록 하겠다며 방침을 전환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한국인 유족들은 그 조사 대상에 한국 유족들도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의 발언에 일본인 유족인 시오카와 마사타카 ‘전몰자 추도와 평화의 모임’ 이사장도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후생노동성 직원들에게 “일본이 없었다면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았을 것이란 한국 유족의 말을 들으면 일본 유족으로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오늘은 우리 아버지가 오키나와 전투에서 숨진 제삿날이다. 일본 정부는 한-일 국교정상화 50년 등을 맞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유족들의 애끓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요시다 가즈로 후생노동성 사회원호국 사무추진실장은 “한국인이라고 추정되는 유골이 있으면 외무성을 통해 한국과 협의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를 듣다 못한 우에다 게이시 ‘일본제철 전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의 활동가가 “유골만 보고 한국인의 것인지 일본인의 것인지 어떻게 안다는 것이냐.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밝혀 달라”고 추궁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하쿠 신쿤 민주당 의원(참의원)은 “내가 거리를 걸으면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구별할 수 없다. 유골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을 구별하지 않고 한국인의 유골이 포함돼 있을 개연성이 높으면 당연히 한국 정부와 협의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7월 열리는 일한의원연맹을 통해서도 이 건을 의제로 삼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email protected]

<2015-06-22> 한겨레

☞기사원문: 태평양전쟁 버려진 한국인 유골들의 슬픔

※관련기사

☞연합뉴스: 징병한인 희생자 유족, 일본정부에 유골발굴 노력 촉구

☞뉴스1: 태평양전 희생 유족, 日에 "한국인 전몰자도 찾아달라" 요청

☞세계일보: "태평양전쟁 때 희생된 한국인들 유해도 찾아달라" 유가족들 日에 촉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