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사람들이 전기를 아끼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불과 작년, 재작년의 일이다. 그런데 올해는 유가하락에 따른 발전연료비 절약분을 국민에게 환원하고, 평일 수요를 토요일로 옮기면서 중소기업의 재정 상황에 도움을 주기 위해 주택용은 7월부터 9월까지 산업용은 1년간 전기요금을 낮추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정부의 근시안적, 대중인기영합주의적 정책 발표에 할 말을 잃는다.
지난 시기 유류가격보다 낮은 전기요금으로 산업계는 유류나 가스를 사용하던 설비를 전기설비로 대체하거나 신규 도입하는 투자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산업계 전기설비의 비정상적인 폭등으로 에너지 낭비가 지적된 것이 불과 3~4년 전의 일이다. 한 예로써 2010년 주택용이나 일반용의 증가율은 전년 대비 2.5배 내외였으나, 산업용만 6.8배나 폭등하였다(아래 그림 1 참조). 이러한 배경에는 유류가격의 높은 인상과 대비되어 전기요금이 낮게 유지되면서 산업계가 가열/난방시설을 전기시설로 대체한 결과다. 참고로 2010년은 동부제철 등이 새롭게 전기로를 들여 본격적으로 가동을 한 시기이다. 그래서 산업계에 도움이 되었을까? 아니다. 동부제철은 이후 전기요금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전기로 가동을 중단하게 된다. 낮은 전기요금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잘못된 신호가 잘못된 투자를 불러왔고, 그만큼 산업계의 손실과 국고의 손실을 가져온 것이다.
그림1. 주요 영역별 전기판매량 증감률 비교
위 그래프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심야 전력 사용의 증감률 변화량과 심야 전기요금의 상관관계이다. 표1에서 보듯 심야전력요금이 2014년, 2004년 대비 겨울철은 2.5배, 기타 계절은 2배 정도 증가하였다. 이것은 사실상 심야전기요금을 정상가격으로 돌리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요금의 변화는 심야전력 사용량을 크게 감소시켰다. 다른 용도의 전력사용량은 적게 든, 많게 든 꾸준히 증가하였으나 심야전기는 대폭 줄어들어 2014년 사용량이 14,657,873MWh로 2004년 사용량인 15,976,384MWh보다 약 130만MWh가 줄어든 것이다. 10년이 지났음에도 절대량이 감소했다는 것은 가격신호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합리적 소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정부는 이같은 교훈을 모르쇠하고, 가정의 경제를 살리고,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면서 전기요금 인하를 들먹인다. 가계의 어려움은 여름철 3개월 동안 평균 10,000원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 인하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친 듯 오르는 전세 값 폭등과 월세를 잡는 것이 서민 경제에 훨씬 도움을 준다. 또한, 한 기업 당 연간 5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인하효과(이 효과마저도 토요일 근무 추가에 따른 인건비 추가 지급 분을 고려할 때 기업 측면에서 어느 정도 경제적 효과가 생길지 알 수 없음)로 중소기업이 살아나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대기업의 횡포를 구조적으로 바로 잡는 것이 중소기업에 훨씬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런 점으로 비춰볼 때, 지금의 전기요금 인하는 서민생활안정이나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라기보다 부풀려진 수요예측과 그에 따른 원전2기 추가 건설, 송전망의 불안정성 증대라는 7차전력수급기본계획 문제점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을 무마시키며, 여론의 관심사를 딴 곳으로 돌리려는 술책이며, 20%대까지 곤두박질친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시민의 지지에 반등을 가져오기 위한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듯, 잘못된 정책 방향은 우리나라 에너지 사용의 비효율성과 비합리성을 증가시킬 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정부의 전기요금 인하라는 신호는 아무리 단기적 신호라 할지라도 에너지의 비효율적인 사용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철강업의 전기로처럼 잘못된 신규 시설투자로 산업계의 손실과 국고의 손실을 가져온다는 지난 시기의 교훈을 산업부는 명심하길 바란다.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