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 2014-09-27 00:20:14 |
ㆍ한국사 교과서 개편 토론, 정부용역 연구자는 “검정제 보완”
ㆍ논란 커지자 통합사회·과학 교과서 국정화는 발표문서 빼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정부 연구용역을 받은 발표자가 “국정화보다는 현재의 검정제를 추가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그러나 나머지 발표·토론자 대부분을 ‘보수 일색’으로 채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의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한국사 국정화’ 찬·반 충돌 25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고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편 정책연구 토론회’에서 한국사 국정화 추진에 찬성하는 시민사회단체협의회 회원들(뒤쪽)이 국정교과서 반대 손팻말을 들고 있는 전교조 교사들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높이며 충돌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교육부 외부용역으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발에 따른 ‘교과용 도서 구분 고시 방안’ 연구를 진행 중인 최병택 교수(공주교대)는 25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토론회 주제발표에서 “국가발행제의 경우 필진이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따라 외려 ‘이념 논쟁’이 증폭될 수 있다”며 “또한 교과 내용에 대한 검증 체제가 약화돼 오류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정제도 자체에는 문제점이 없고 이를 운용하는 방안의 문제일 뿐”이라며 “검정 절차·기간을 늘리고 집필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보완을 통해 검정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에 이어 두 번째 열린 토론회의 다른 발표·토론자는 대부분 보수적 인사들로만 채워 “국정화를 위한 구색 맞추기” 논란이 일었다. 패널 9명(주제발표자 2명·토론자 7명) 중 6명은 국정화에 분명한 찬성 입장을 밝혔고 반대는 2명에 그쳤다. 지난달 토론회에서 국정화 찬성자가 패널 중 2명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주제발표자로 유일하게 ‘학부모’를 대표해 초청된 자율교육학부모회 조진형 대표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인 이명희 교수(공주대)와 함께 뉴라이트 계열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에서 2000년대 중·후반 임원진으로 활동한 보수 인사다. 그는 지난해 교학사 교과서 오류·편향 논란이 일자 사실상 고교 한국사 교과서들을 ‘재검정’한 수정심의위원을 맡기도 했다.
조진형 대표는 토론회에서 “(검정체제하에) 학생들이 자기부정·자기비하·반자본주의적 역사 인식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민족 자긍심을 위한 국정화가 필요하다”며 진보성향의 일부 언론들이 교학사를 친일 교과서로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사람과함께하는변호사들 이현 공동대표와 전제철 교수(부산교대)는 “가치 판단능력이 미숙한 학생들을 위해 국정도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사 발행체제 토론회가 열리기 직전인 오후 1시부터 역사정의실천연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서울교대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장 교원의 97%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다”며 “역사는 이념투쟁의 도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 시간 맞은편에서는 보수단체들이 연합한 ‘한국사 국정화 추진 시민사회단체 협의회’가 “검정교과서는 자기비하, 편향된 교과서”라며 맞불집회를 열었다.
교육부 연구진은 지난 22일 새로운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서 통합사회·과학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논란이 커지자 이날 토론 발표문에서는 이 내용을 뺐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시 안은 정책 연구진 차원에서 나온 방안 중 하나였고 교육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었다”며 “(통합사회·과학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교육부 입장인 것처럼 보도가 돼 연구진이 부담스러워서 뺐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 정책연구책임자인 김국현 교수(한국교원대)는 토론회에서 ‘국정화를 하되 국정도서를 2종 이상 발행하는 방안’을 내놓아 여전히 국정화에 무게를 실었다.
<2014-05-22> 경향신문
☞기사원문: 이런 토론회… 발표·토론자 대부분 ‘국정화’ 찬성한 보수 인사
※ 관련기사
☞오마이뉴스: 한국사 교과서 토론회에 뉴라이트 계열 토론자 대거 포함
☞한겨레: 교육부쪽 연구원도 ‘한국사 국정교과서’ 공개적 반대
☞미디어오늘: 황우여 한국사 국정화 본색 드러낸 교육부 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