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 2014-11-20 17:21:39 |
[인터뷰]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이준식
[한국뉴스투데이 이성관 기자]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임명된 후 정부에서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담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황장관은 모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론 통일을 위해 통합된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미 역사정의실천연대에서는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정부의 고시가 있을 경우 강력하게 반발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이자 민족문제연구소의 연구위원을 맡고 있는 이준식 씨를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정부에서는 국정교과서 문제를 담론으로 이끌어 내려고 합니다. 그런데 관련자의 발언 내용을 보면 논의를 하자는 취지보다는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는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인데요. 민족문제연구소의 입장은 어떤 것이죠?
역사학계에서 저희 민족문제연구소보다도 더 큰 범위의 연대가 이루어지는 곳이 역사정의실천연대입니다. 국정교과서에 대해서는 이곳에서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금 정부는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려는 태도를 계속해서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자를 제외한 거의 99%의 역사학계는 국정교과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담론화 시키려면 언론의 도움이 필요한데 제가 알기로는 보수신문에서도 국정교과서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연초에는 일제히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밀어붙인다면 커다란 반대에 부딪칠 것입니다.
▲이준식 연구위원님
그렇다면 역사학계가 그렇게 반대함에도 밀어붙이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공식적인 이유는 국론 통일이라고 하던데.
국론통일이라는 말자체가 우습죠. 19세기, 20세기 발상이지 다원화된 21세기에 국론통일이라니 그게 말이 됩니까? 정말 국론을 통일하겠다면 이미 국민적 동의가 되어있는 민주주의나 독립운동을 가지고 통일을 할 생각을 해야하는데 그것을 제쳐두고 또 다른 것을 가지고 통일을 하겠다니까 문제이죠. 그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같고요. 저는 정권 보위 및 정권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크게 보면 두가지 이유죠. 하나는 박정희 대통령을 미화하고자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있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장기적으로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신들을 대변하는 역사를 가르쳐서 자신들의 정권을 계속해서 이어가고자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제 역사선점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죠.
뉴라이트라는 역사적 실체가 실제로 어떠한 단체화 되어 있는 것인가요?
뉴라이트의 이름을 붙인 이상한 단체들은 좀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학회에서 뉴라이트라는 이름을 붙인 단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국현대사학회라는 단체에서 지향하는 방향과 구성원이 뉴라이트라는 것이죠. 뉴라이트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한국현대사학회 간부 출신이거든요.
노년층을 중심으로 혹은 지역 중심으로 보면 뉴라이트 계열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인식을 하고 있는 경우를 보았다. 심지어 일제시대가 더 나았다는 말을 하는 분과 이야기하기도 했었는데 그분들은 실제 잠시나마 일제시대를 겪은 분의 입에서도 그 말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들의 뿌리깊은 인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래서 역사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 당시에도 분명히 양단은 존재했습니다. 친일파도, 독립운동가도 존재했듯이 말이죠. 양단이 아니더라 하더라도 식민통치를 당연한 것으로 여김으로써 일제 때가 더 좋았어 하고 말을 하시는 분이 계시는 것이죠. 그것은 해방 후에도 친일의 역사가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할 만한 기회가 없었던 것이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분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또 일부 노년층은 박정희와 자신을 동일시하기도 합니다. 그가 집권하던 6, 70년대 자신이 치열하게 젊은 날을 불태웠는데 그 때가 부정되면 바로 자신이 부정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죠. 그것이 지금 정부를 지지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죠. 저는 이러한 문제들이 친일파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독재를 인정한 죄값을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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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정권에서 얼마나 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역사교육의 문제이죠. 일설에 의하면 100만 여명이 된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고 몇 십만 명이라고 하더라도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것은 두 다리, 세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 중 하나는 이승만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것인데 그동안 우리는 그러한 역사를 쉬쉬하며 지냈죠. 이제와서 그런 상처들을 찾아내려고 하면 왜 자꾸 아픈 상처를 들추냐고 하는데 상처는 곪기 전에 빨리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죠. 감추고만 있으면 곪아서 더 덧나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역사교육을 바르게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국정교과서나 교학사 교과서 등을 밀어붙이면서 그런 기조를 없애려고 하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죠. 국정교과서가 다시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인정하는 것이 될까봐 걱정을 하는 것이고요.
국정교과서에도 역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원래는 국정교과서를 하고 있다가 바꾼 것이다. 라는 말이 있던데...
아닙니다. 그것은 황우여 장관이 국민들을 호도하려고 한 말입니다. 국정교과서는 일제시대에 초등교육에서 사용된 바가 있고, 미군정이나 이승만 정권에 국정을 한 적이 없습니다. 검정 과정을 거치고 일부 인정 교과서를 채택하는 방식을 이어져 왔는데 갑자기 황우여 장관이 공영방송에 나와서 그런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알고서 했는지 모르고 한 말인지는 모르죠.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에 중등이상의 교과과정에서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것은 유신헌법체제에서 처음 있었습니다. 국가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비정상적으로 교과서가 발간된 것이죠. 사실 그 당시에도 국정으로 교과서를 발행하는 나라는 얼마 없었고, 그나마 일부 후진국에 국한 되어 있어서 채택을 반대하는 보고서가 있었는데 밀어붙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지금 또 하자는 것이죠.
해외사례는 어떤가요?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만다 OECD를 이야기하는데, OECD국가 중에는 한나라도 없습니다. 우리가 채택을 하게 되면 최초가 되는 것이죠. 교과서 채택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지금 시행하고 있는 검정방법이고, 하나는 국정, 그리고 하나는 자유롭게 교과서를 집필하는 방법입니다. OECD국가는 자유발행제로 가자는 것이 추세인데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검정 교과서로는 가야죠. 검정교과서도 자유발행제의 취지를 살리는 방식으로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죠. OECD국가가 아니더라도 지구상에서 국정교과서를 채택하는 나라는 아주 일부입니다. 그중에는 북한이 대표적이죠. 고등교육까지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것은 북한이 외에 몇 안 됩니다. 지금 정부가 북한을 따라가려고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문제에서는 선진국화를 그렇게 외치면서 이런 것은 어째서 더 뒤로 가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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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중요한 것이 국정교과서에서 검정으로 바뀐 것이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는 것인데, 이러한 민주주의의 상징을 뒤집어 놓겠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죠.
최근에 유관순 열사를 교과서에 넣는가 넣지 않는가에 대해서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어요. 그게 어떤 일이었는지 이야기 해주세요.
그게 고등과정에 한국사 검정을 통과한 8개의 교과서가 있는데 그 중에 4개의 교과서에서 유관순 열사를 넣지 않았다고 하면서 그들을 좌편향 교과서라고 주장을 한 것입니다. 보수시민단체에서 그런 시위를 벌인 것이죠. 그것을 보수 언론에서 조명을 한 것이고요. 검정과정에서 유관순 열사를 넣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집필자의 판단에 따를 문제입니다. 초등, 중등 과정에서 유관순 열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이 문제가 고등과정에서도 다시 언급되어야한다고 판단한 집필자는 그것을 내용에 첨부한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집필자는 넣지 않은 것이죠. 그런 것을 극우 보수 단체에서 유관순 열사이야기를 넣은 교과서는 잘 쓴 교과서이고 그렇지 않은 교과서는 좌편향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이죠.
작년에 교학사 교과서를 유일하게 채택한 부산의 모 고등학교 교장이 보도 자료를 낸 적이 있어요. 거기에 교학사 교과서가 왜 좋은 교과서인지 설명하는 예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안중근에 대해서 다른 교과서에서는 ‘안중근’이라고 썼는데 이 교과서는 ‘안중근 의사’라고 썼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런 수준의 접근을 한 것이죠. 유관순을 쓰면 좋은 교과서이고 쓰지 않으면 나쁜 좌편향 교과서라는 딱지를 붙이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역사문제에 있어서 작년부터 계속 수세에 있던 보수단체들이 이런 것을 기회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었죠.
아, 이제야 좀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만약에 정부가 이대로 계속 밀어붙여서 국정교과서가 발행이 된다면 어떤 대응책이 있을까요?
뉴라이트 역사가들이 흔히 대한민국에는 99%가 좌편향 역사가들이라고 합니다. (웃음) 실제로도 99% 이상일 것입니다. 그런 역사가들이 이미 국정제 반대의사를 밝혔구요. 지난 달 말에 역사학 대회에서도 이미 성명서를 냈습니다. 학회차원에서만 아니라 개별 역사학자들도 국정제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약 국정제가 이대로 채택된다면 그 모든 사람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그리고 법적으로도 현행법에서 대통령령으로 교육부장관에게 교과서 선발 방식을 채택하게 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준비도 하고 있구요.
교육은 헌법사항인데 하위 법인 대통령령으로 통제가 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그 다음에 역사 교사들도 이미 성명서를 냈습니다. 그러니까 국정 교과서로 갈 경우 그걸 쓸 필자들이 극히 드물 겁니다. 아마도 뉴라이트 필자들이 그런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데 그렇게 되면 제 2의 교학사 교과서가 나올 가능성이 거의 100%고요. 그 동안 나온 국정교과서가 굉장히 수준 낮은 교과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국정교과서는 위험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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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올바른 역사 교육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역사하는 사람들은 아주 오래된 말이라서 식상한 말일 수 있는데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 라고 하거든요. 우리 현재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과거를 들여다보는 게 역사고, 더 나아가서는 미래에 우리 삶이 어떨지에 대한 교훈을 얻기 위해 배우는 게 역사거든요. 학생들에게 우리 역사에서 정말 잘한 것은 무엇이고,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를 아주 냉철하게 가르쳐서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게 하는 게 1차적 목표고요. 학생들의 다양한 삶을 역사에서 배우게 하는 것이 또 역사교육입니다. 창조성을 인정하는 역사교육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국가를 위한 역사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사람을 위한, 시민을 위한 역사교육이 되어야 겠다는 바램이 있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2014-11-19> 한국뉴스투데이
☞기사원문: 국정교과서 채택논란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