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2014-12-11 12:55:50

ㆍ현 4학년생이 6학년 때 수업… 쪽당 2개꼴 350여개 ‘엉터리’ 

ㆍ일본 시각 서술도 적잖아… “편향된 역사인식 심어줄 우려” 

2016년부터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들이 배울 예정인 국정 초등 역사(사회5-2)교과서 실험본이 쪽당 2개꼴로 총 350여개의 오류가 담긴 ‘무더기 오류 교과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좌우를 떠나 역사교과서의 오류를 줄이겠다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의 불씨를 지피고 있지만 그 취지가 무색해지는 셈이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9일 “역사 연구자들과 역사 교사들이 초등 역사 실험본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350건이 넘는 무더기 오류와 편향된 역사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표현, 무성의한 편집 등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실험본 교과서는 국정교과서가 전체 학교에 사용되기 전 1년간 일부 학교에서 시험적으로 사용하는 교과서다. 이번 학기에 전국 16개 학교 학생들이 실제 수업에서 사용했다.

 

▲ 청에 인질로 끌려가 있는 소현세자(왼쪽)가 서양 문물을 접하고 있다는 내용을 묘사한 그림(15쪽).  

▲ 머리 모양이나 복장으로 미루어 학생으로 보기 어려운 사진에 ‘3·1운동 당시 만세운동을 하는 학생들’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105쪽).

실천연대가 밝힌 오류들을 보면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조차 혼동한 오류들이 속출했다. 청에 볼모로 끌려간 소현세자가 입은 옷을 국왕의 곤룡포로 잘못 그리거나(15쪽),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으로 미뤄 다른 곳에선 평양기생이라고 표기한 경우가 많은 사진(105쪽)을 싣고 3·1운동 당시 만세운동을 하는 학생들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1860년 서양의 여러 나라가 일본과 손잡고 청을 공격했다는 기술(60쪽)도 잘못됐다. 실제로 1860년 베이징을 점령한 것은 영·불 연합군이다. 연구자들은 “교과서 집필진이 1900년 의화단 사건 때 영국, 일본 등 8개국 연합군이 베이징을 공격한 사건을 혼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시각에서 서술한 표현도 여러 차례 눈에 띄었다. ‘의병 대토벌’(93쪽), ‘의병을 소탕하고자’(94쪽), ‘쌀을 수출하는’(96쪽) 등은 친일 논란을 빚은 고교 ‘교학사’ 교과서에서도 지적됐던 부분이다. 심지어 ‘을사조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토 히로부미’(95쪽)라는 기술도 등장한다. 국권을 침탈 당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피탈’ ‘박탈’ 등의 표현 대신 ‘을사조약·외교권 장악’ ‘법권 장악’ ‘경찰권 장악’ 등으로 표현한 것도 주어를 일본 측으로 상정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똑같은 기차 사진(78·86쪽), 안중근 의사 사진(93·95쪽)을 중복해 실어 편집도 무성의하다고 실천연대는 비판했다. 이 실험본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중 친일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와 비슷한 기술태도와 5·16에 대한 우호적 서술 등 편향성(경향신문 10월8일 10면 보도)이 지적된 바 있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교육부는 한국사교과서의 국정화 추진 명분으로 각계 최고 전문가로 집필진을 구성해 오류와 이념 편향성이 없는 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강변했지만 초등 교과서 실험본을 통해 모든 문제가 드러났다”며 “교육부는 실험본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한국사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실험본으로 전국 배포까지는 1년 정도 남았고, 교과용도서심의회 심의, 전문기관 감수, 국립국어원 감수 등 부정확한 기술과 오류 등을 수정·보완할 기회가 수차례 있다”며 “지적된 부분들은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14-12-09> 경향신문

☞기사원문:‘이토 을사조약 성공’ ‘의병 소탕’… 기막힌 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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