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 2015-02-11 18:41:25 |
임정을 정통성, 국가관과 국민주권을 승계했다는 뜻.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새날희망연대는 6일 국가인권위원회 8층에서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의 ‘건국절과 국부론‘을 주제로 제67차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임소장은 펀석촌 김기림의 시, ‘우리들의 8월로’를 소개하면서 서두를 열었다.
들과 거리, 바다와 기업(企業)도
모도다 비치어 새 나라 세워 가리라
한낱 벌거숭이로 돌아가 이 나라 지추돌 고이는
다만 조약돌이고저 원하던
오 - 우리들의 8월로 돌아가자.
임소장은 “1945년 8월 15일은 그 절차와 연유야 어쨌든 한국인에게 ‘해방’으로 다가왔으나 ‘해방의 날’은 오래지 않아 '광복절'(1949년 10월 1일 공식적인 기념일로 지정)로 둔갑, 분단 고착화와 친일파들이 지배하는 역사로 변질되고 말았다.”면서 허울이야 ‘광복’이라지만 ‘해방’도 ‘광복’도 다 분단독재 체제 아래서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 새날희망연대 제67차 포럼 *은동기
그는 “그 8월의 이상과 열정이 싸늘한 재로 변해버린 21세기의 한국은 ‘건국절’ 운운하는 역사의 쿠데타란 유령이 배회하게 되었다.”면서 “파시즘이라는 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묘지 속의 낡은 관에서 빠져나온 ‘건국절’이란 낮도깨비는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의 국민적인 여망을 할퀴려고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갈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소장에 의하면 ‘건국절’의 논리는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우상화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 우상이 저지른 모든 역사적인 죄악을 미화시키거나 침묵시키려 시도한다. 이런 역사인식은 해방공간 3년을 ‘건국’ 지지와 그 방해 세력(좌익)의 흑백 대결 구도로만 농단한다.
오늘이 바로 그때와 똑 같은 혼란기라고 우겨대며, 그 해결책으로 서북청년단의 부활 같은 ‘파시즘적인 애국주의’ 복음을 퍼트리며 모든 비판의식을 ‘종북좌빨’로 몰아가고 있다.
이승만 독재부터 전두환 군부독재까지 어떤 혹독한 탄압 아래서도 제1야당을 향하여 ‘종북좌빨’이라고 한 적은 없었다. 이승만 이후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 아래서도 결단코 서북청년단 재건 같은 황당한 시도는 없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 정권의 본질이 무엇이며 그 국가관이 어떤 것인지를 되묻게 만든다. 이게 바로 ‘건국절’의 실체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에 이어 ‘경제 건국 박정희’의 이미지를 연결고리로 삼으려 한다. 두 인물을 연결시키는 건 아무리 역사의 맹인이라도 무리인 것이 이승만 집권에 대하여 박정희는 적어도 두 번이나 큼직한 ‘반란’을 시도했다.
첫째가 ‘여순반란’이고 둘째가 쿠데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힌 사실이다.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우상화하면 박정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그리고 사월혁명은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될까? 한법전문에서 삭제해야 될까? 사월혁명 관련 단체와 기관들은 반국가 사범으로 처벌당해야 될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독립운동 단체나 기관, 그 후손들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이치로 따진다면 8.15가 ‘해방절’이면 해방을 실천해야 되고, ‘광복절’이면 다시 찾은 나라니까 결단코 ‘건국절’로는 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적인 귀결인데도 굳이 ‘건국절’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친일파 비호를 위한 독립투쟁 세력의 무력화(無力化), 이를 바탕삼아 세계화라는 깃발로 국가나 민족의 이익보다는 강대국의 힘에 의존하려는 신사대주의의 합리화, 이를 위한 분단 고착화, 군사독재든 민간독재든 독재체제를 철옹성화 하여 민주화를 근절시키려는 저의, 국가 발전과 경제 성장을 빌미로 재벌 비호 정책을 멋대로 펼쳐보려는 잇속 차리기, 국민복지는 국가발전에 저해된다는 논리의 정당성 주입시키기, 부정부패와 특권 향유가 당연한 인간 세상의 생태임을 어릴 때부터 교육시키려는 염치없는 세상 만들기 작전, 어떤 불의와 비인간적인 현상에도 결코 비판의식을 가질 수 없는 인간으로 개조하는 등의 원대한 반인륜적이며 반역사적인 고도의 통치술이 작용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의도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악에 항거하는 모든 사람은 ‘종북좌빨’이라는 독재통치의 만고불변의 황금법칙이다.
▲ 임헌영 민죽문제연구소장 *은동기
8.15, 해방은커녕 진정 광복이라도 되었는가?
임소장은 1948년 7월 17일의 제헌헌법인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살피며 독립운동’을 샬펴보았다.
‘悠久한 歷史와 傳統에 빛나는 우리들 大韓國民은 己未三一運動으로 大韓民國을 建立하여 世界에 宣布한 偉大한 獨立精神을 繼承하여 이제 民主獨立國家를 再建함에 있어서 正義人道와 同胞愛로써 民族의 團結을 鞏固히 하며 모든 社會的 弊害를 打破하고 民主主義 諸制度를 樹立하여 政治, 經濟, 社會, 文化의 모든 領域에 있어서 各人의 機會를 均等히 하고 能力을 最高度로 發揮케 하며 各人의 責任과 義務를 完遂케 하여 안으로는 國民生活의 均等한 向上을 期하고 밖으로는 恒久的인 國際平和의 維持에 努力하여 …’
어느 나라의 헌법에 비춰도 손색없는 명문인데, 제1조에서 “大韓民國은 民主共和國이다”라고 국가관을 명백히 했다. 헌법전문과 제1조로 한국의 국가관은 규정되는데, 일부 정치인 중에는 이를 무시 혹은 초탈하여 민주사회에서 당연히 존재하는 비판세력에게 ‘국가관’ 운운하는 건 실로 삼류 코미디이다.
이 전문과 제1조의 정치사상과 국가관은 1910년 국권 침탈 이후 독립운동 세력 사이에 범박하게 말하면 복벽주의(復壁主義), 보황주의(保皇主義), 공화주의(共和主義)라는 세 사상이 혼재 했으나 1917년 <大同團結의 宣言>(발기인 신규식, 朴殷植, 申采浩, 朴容萬, 尹世復, 趙素昻, 申錫雨, 韓鎭敎 등 14명. 상하이에서 선언) 이후, 1919년 4월 상해 임시정의원, 1919년 9월 통합 임시정부 구성으로 민주공화제를 원리로 하는 <大韓民國臨時憲章> 및 <大韓民國臨時憲法>(임정 헌법은 1925, 1927, 1940, 1944년에 개정되었으나 임시헌장 정신은 그대로 계승)의 원리를 승계한 것이다.
즉 임정을 정통으로 삼는다는 것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국가관과 국민주권을 그대로 승계했다는 뜻이다. 이뿐이 아니라 통치 전반에 걸친 제반 문제와 경제, 국민복지 등등에서도 구체적인 법률조항이 상당수 승계되고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8.15 건국절은 천부당만부당해도 굳이 현대 한국의 건국 기점을 헌법정신에 맞게 유추한다면 아래 몇 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1) 1919년 4월 11일 ; 상하이 임정 수립일.
(2) 같은 해 4월 13일 ; 임정 수립을 내외에 선포한 날.
(3) 같은 해 9월 16일 ; 각 임시 정부들이 상해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통합된 날.
이런 견해와는 달리 상하이 임정은 국제법적 관점에서 법적 요건(국제법에 입각한 주권 주장. 망명정부 소재지 국가의 승인, 실질적인 국가행위)을 갖추지 못 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 반론은 임정이 중화민국의 승인을 받았고 교육, 문화, 군사, 외교 활동 등을 시도하였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실질적인 지배’란 이현령비현령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다.
엄밀한 의미에서 모든 ‘망명정부’란 사실상의 통치가 불가능한 상태이며, 국제적인 승인 역시 제국주의의 입맛에 따른 판단이기에 독립투쟁의 열기와 투쟁 규모와 실적, 그리고 국민적인 여망이란 잣대로 판단해야 되지 않을까. 어떤 관점이든 결론은 8.15 건국절은 독립투쟁에 대한 모독이자 원천적인 부정임은 부인할 수 없다.
임소장은 “이명박 기업가 독재정권이 4대강으로 헌법이 보호해야 할 국토를 유린했다면 현 유신승계 독재정권은 헌법이 정한 국가관과 민주주의 원칙을 말살하려는 역사전쟁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그것이 바로 역사교과서를 통한 건국절 정신의 탈환작전이다.”라고 지적했다.
건국절 개칭으로 이승만-박정희 우상화 시도가 좌절당하자 역사교과서로 그 고지를 애둘러 점령하려 시도했던 게 교학사 역사교과서 파동이었다. 그것조차 쉽지 않게 되자 국정교과서로 몰아가려 하며, 그 전초작업으로 민족문제연구소의 <<백년전쟁>>을 법정으로 몰아가고 있다.
역사다큐 <<백년전쟁>>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다룬 김지영 감독 작품인데, RTV(시민방송)가 방영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중징계 조치를 내렸는데, 이에 시민방송은 불복, 방통위를 상대로 제재처분 취소 소송을 행정법원에 냈다. 이 사건은 2014년 8월 28일, 서울행정법원이 RTV가 방영한 독립역사다큐 <<백년전쟁>>이 공정성.객관성.명예훼손금지 심의규정을 위반하였다고 인정,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린 ‘관계자징계 및 경고’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은 건국절로 이루려던 역사왜곡 시도가 국민들의 저항으로 좌절당하자, 역사교과서를 전위대로 내세웠는데, 이것 역시 신통찮게 되자 권력의 구미에 맞는 법정에다 역사를 꿇어앉히려는 형세다. 아무리 권력을 휘둘러도 사슴은 결코 말이 될 수 없듯이 역사를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절대 권력자도 역사를 정복하지는 못했다. 아니, 절대 권력이 끝내는 역사 앞에 굴복 당했다.
<2015-02-11> 한국NGO신문
☞기사원문: 친일파 비호 위한 독립투쟁 세력의 무력화
※관련기사 ☞이만열칼럼: ‘건국절’ 논란과 역사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