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 2015-02-26 14:55:28 |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3일째... 자원봉사로 참여한 조영선 민변 사무총장
25일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현장이 북적였다. 유해발굴을 위한 일손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전해지자 곳곳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으로 몰려 생기가 넘쳤다.
발굴 3일째인 이날 40여 명이 일손과 마음을 보태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인근 금산에서 생업을 뒤로 하고 50대 남성이 달려왔다. 고교생 2명도 현장을 찾아 삽을 들었다. 특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 소속 6명의 변호사들이 유해매장지를 방문, 삽과 호미를 들고 희생자들을 변호했다. 유가족들은 직접 떡과 식혜를 만들어 유해발굴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 유해발굴 3일 째인 25일 대전 산내 골령골유해발굴 현장. 가로 약 3mx 세로 약 8m 구덩이에 유해가 즐비하다. | |
ⓒ 심규상 |
▲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현장 (25일 오후) | |
ⓒ 심규상 |
현장 자원봉사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도 곳곳에서 마음을 전해오고 있다. 김동춘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 대전 산내에서는 시민사회단체와 유족들의 주도로 유해발굴이 진행 중"이라며 "현대사와 한국전쟁 학살의 물증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니 가까이 사시는 분들은 한 번 가보시기 바란다"고 권유했다.
김 교수는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근무하던 지난 2007년 당시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29명의 유해 발굴 현장 사진을 소개하며 "이를 원형 모습 그대로 보존했다면 난징등과 견줄 가장 좋은 평화교육 현장이 됐을 것"이라며 "당시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통탄했고 지금 봐도 많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날 현장에서 유해발굴 자원봉사에 참여한 민변 사무총장 조영선 변호사는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일에) 여당은 움직이지 않고 있고, 새정치연합도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그는 "전국 100군데에 유해가 남아 있는데 그냥 방치해 두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정부와 국회가 나서 과거사 특별법을 제정해 적극적으로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진상위원회가 설립됐지만 2010년 12월 활동을 종료했다.
그는 거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지 않아 할 수 없이 시민사회가 유해발굴에 나섰지만 민간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희생자들의 원혼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과거사 특별법 제정 적극 나서야"
아래는 이날 오후 유해 발굴 현장에서 민변 조 사무총장과 가진 주요 인터뷰 요지다.
▲ 조영선 민변 사무총장 | |
ⓒ 심규상 |
- 현재 과거사 특별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재개법안) 제정을 위한 움직임은?
"국회에 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안과 관련 여러 법안이 상정돼 있다. 하지만 모두 수년 째 계류 중이다. 국회 소위원회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 올해 특별법 제정 가능성은?
"여당이 움직이지 않으면 개정되기 어렵다. 여당은 과거사의 진상을 밝히는 것 자체를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하긴 새정치연합도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쉽지 않다."
- 과거사 특별법에 꼭 담아야 할 핵심 내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진상규명 아니겠나. 진상규명 차원에서 유해발굴도 필요하다. 아직 전국 100군데에 유해가 남아 있는데 그냥 방치해 두는 건 말이 안 된다. 관련 예산을 확보해 적극적으로 발굴에 나서야 한다. 배상문제도 담아야 한다. 지금처럼 소송이 아닌 금액이 적더라도 일괄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소송으로 인한 비용과 시간 등으로 유가족들을 힘겹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앞서 새정치연합도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평했다. 야당마저 소극적인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보나?
"과거사 문제가 정치적으로 크게 이슈화되고 있지 않다. 소송 등을 통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곳 대전 산내 골령골 학살 사건 희생자 유해발굴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아직 제대로 해결된 게 없다. 과거사위원회 활동 종료 후 진실규명을 받지 못하였거나 보상을 받지 못한 희생자 및 유족들이 대부분이다."
- 법원이 대전 산내사건 희생자 위자료를 감액했다. 감액한 근거로 희생자들의 범법행위 정도를 들었는데?
"말이 안 된다. 부역 행위 혐의로 처형된 사람이 있다. 설령 부역혐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절차없이 죽여도 되나? 희생자들이 지은 죄와 이들에 대한 정부의 불법 살인행위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는 법원이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최근 법원이 유신 정권에서 단행된 '긴급조치 9호'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에 대해 고문·폭행 등의 가혹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법부의 보수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 유해발굴 자원봉사자들이 발굴한 유해의 흙을 씻어내고 있다. | |
ⓒ 심규상 |
- 오늘 민변 소속 변호사 6명이 유해 발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소감은?
"답답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지 않아 할 수 없이 민간차원에서 나섰지만 민간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희생자들의 원혼들이 쉴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유해를 발굴하고 원혼들이 쉴 유해안치소를 마련해야 한다. 또 위령탑 건립해 안정적으로 위령제를 지낼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람 함부로 죽인 이승만 참 못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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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한국전쟁유족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4·9통일평화재단, 포럼진실과정의, 장준하특별법제정시민행동)과 '한국전쟁기 대전 산내 민간인학살 유해 발굴 공동대책위원회'(대전지역 19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3일 부터 대전 산내 골령골(대전시 동구 낭월동 산 13-1번지)에서 오는 3월 1일까지 7일 간 일정으로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에 걸쳐 국민보도연맹원과 재소자를 대상으로 대량 학살(1차 : 6월 28~30일 1400명, 2차 : 7월 3~5일 1800명, 3차 : 7월 6~17일 1700~3700명)이 벌어졌다. 당시 희생자들은 충남지구 CIC,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됐다.
<2015-02-26>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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